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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영화 ‘공작’- 첩보극으로 본 남북관계의 오래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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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23 19: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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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 감독의 ‘공작’(2018)은 관계의 아이러니에 관한 영화이다. 반대 진영에 속한 적으로부터 진정한 친구, 신뢰의 대상을 발견하게 된다는 역설. 물론 이는 ‘의형제’(2010)를 거쳐 ‘강철비’(2017)로 이어지는, 분단 현실을 다루는 장르 영화들이 줄기차게 취해온 인물 구도의 기본이기는 하다. 만남을 거듭하면서 피아의 경계가 모호해져 가는 두 주인공의 사이는 곧 각자가 속한 남과 북의 희망적 미래, 통일에 대한 정치적 메타포로 치환되기 마련이다. 다만 그중에서 ‘공작’이 남다른 면이 있다면 남파공작원의 가공된 무용담이 아니라 거꾸로 북파공작원 흑금성의 실화라는 점, 그리고 콘크리트 벽과 같은 냉철한 표면 아래 용암 같은 뜨거움을 품은, 방심할 순 없지만 매혹적인 상대방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영화 ‘공작’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분단 상황의 정치적 특수성을 단지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위한 구실로 소모했던 여타의 영화들과 달리 ‘공작’에는 과시적인 총격전이나 육체적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다. 속물적 스펙터클의 유혹을 떨쳐내고, 시대의 공기를 재현하는 데 집중하는 영화의 미장센과 분장의 세공력은 그 놀라운 사실성으로 165억 원의 제작비가 낭비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다.

영화의 각본 또한 탁월하다. 분단 소재의 여러 영화가 두 주인공을 가족 이데올로기에서 확장된 통속적 민족주의의 틀로 편리하게 묶어버린다면, ‘공작’의 박석영(황정민)과 리처장(이성민)을 엮는 동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해관계로부터 출발한다. 대북 사업가로 위장한 ‘흑금성’ 박석영은 북한 내부의 정보를 캐내기 위한 통로로서 리처장에게 접근하고, 리처장으로선 외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박석영을 필요로 한다.

남은 건 동업자 관계로서 상대를 신뢰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에스피오나지(Espionage·스파이의 활동을 극사실적으로 다루는 장르)물로서 ‘공작’이 주는 첨예한 긴장감은 양자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서로 속여야 한다는 이율배반에서 나온다. 리처장은 공작원인지 여부를 가리고자 박석영을 가짜 골동품으로 시험하고, 박석영은 진심을 사고자 가짜 롤렉스를 건넨다. 양자 간 접근 과정의 조심스러움과 지난함은 첩보물의 서스펜스를 유지하는 원천인 동시에 경직된 남북 관계를 풀어가는 접근 방식에 대한 감독의 관점을 드러내는 바이기도 하다. 상대에 대한 모든 검증을 마친 리처장이 ‘호연지기’ 네 글자를 박석영에게 건네는 순간을 기점으로 마치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처럼 차분했던 영화의 감정선은 ‘첩혈쌍웅’(1989)으로 대변되는 과거 홍콩 누아르처럼 끓어오른다.
상호교류를 통한 점진적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두 주인공의 반대 극점에 분단 상황의 고착화로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는 수구 우익 진영이 배치돼 대척점을 이룬다. 일찍이 ‘범죄와의 전쟁’(2012)으로 한국적 가부장주의의 심층을 파헤쳤던 감독의 역사적 시선은 ‘공작’에서 남측 정치 상황과 긴밀히 맞물리며 반세기 이상 끌어온 ‘적대적 공생 관계’라는 분단체제 메커니즘을 해부한다. 남북관계에서 지나쳐온 과거와 도래할 미래, 퇴보와 진보가 교차한 과도기적 순간으로 ‘흑금성 사건’을 해석한다.

   
동일 이슈 영화의 전형성을 탈피하고, 극사실적 첩보극의 구도 안에 일말의 성찰을 녹여내면서 ‘공작’은 ‘공동경비구역 JSA’(2000) 이래 분단 소재 영화의 한 정점을 이룩해냈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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