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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17> 부산국제록페스티벌 참관기

꿋꿋이 잘 버틴 ‘부산 록페’… 내년에는 헤비메탈도 부탁해!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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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8-21 19:04:3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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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긴 육교라는 강변나들교(268m)를 걸어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을 향하는 길에 문득 손가락질당하기 딱 좋은 아재개그 하나가 떠올랐다. ‘돌잔치’를 영어로 하면? 록페스티벌! 폭염주의보가 울리던 지난 8월 12일 일요일 오후, 일신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길고 긴 육교를 건넜던 이유는 올해로 19년째 이어진 대한민국 최장수 록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 놀러 가기 위해서였다. 덥고 힘들고 서러웠지만 놀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 10~12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2000년 광안리해변에서 열린 1회 부산국제록페를 기억한다. 음악잡지에서, 컴컴한 음악 감상실 스크린에서나 보던 대규모 야외 록페스티벌이 내 고향에서 펼쳐지다니, 역시 세상은 나아지고 있구나…하고 감격했던 순간이다. 민원으로 개최 장소를 광안리에서 다대포로 옮겨간 무대에서는 신들린 속주를 펼치는, 외계인이라는 소문도 돌았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스티브 바이의 등 뒤로 빛나던 ‘산꼼장어’ 네온 간판을 보며 이것이 바로 사이버펑크적 미래풍경 아닌가, 이질감과 경이감이 뒤섞이기도 했다.

부산국제록페를 필두로 한국 땅에 우후죽순 록페스티벌이 생겨났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하나 둘 사라지더니 얼마 전엔 비현실적인 라인업과 엄청난 관객 동원을 자랑하던 지산록페스티벌까지 사라졌다. 점점 거세지는 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열풍으로 록페스티벌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만큼 부산국제록페는 꿋꿋이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 참 기특하기 짝이 없다.

평소 생색내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부산국제록페 입장할 때 내 이름을 대면 공짜로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널리 퍼뜨리고 다녔다. 틀린 말은 아니다. 부산국제록페는 첫 회 때부터 지금껏 원래 무료입장이니, 굳이 내 이름을 대면 다소 의아해하긴 하겠지만 어쨌든 무료입장은 가능하다. 무료입장이라서인지, 다른 록페와 비교해 관객층 연령대도 다양하다. 마실 나온 어르신이나, 가족 단위로 소풍 나온 관객도 많이 보인다. 어릴 적부터 록 음악에 맞춰 잔디밭을 뛰어노는 아이들 중에 뒷날 세계적인 록스타가 탄생할 수 있으니 인재 양성을 위한 조기교육 차원에서도 권장할 만하다.

부산‘국제’록페라는 말에 걸맞게 해외에서 초청된 밴드들도 눈에 띄었지만, 사상구가 특히 이주민이 많이 사는 지역인 만큼 외국인 관객 수도 상당하다. 운이 좋다면 고향 밴드를 만나 오랜만에 모국어 노래에 맞춰 떼창하거나 춤출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 밴드 섭외에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또 다른 어울림의 장이 펼쳐질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 수많은 신인 밴드가 경합하는 라이징스테이지를 제외하고, 삼락스테이지와 그린스테이지 무대에 선 밴드들의 라인업을 살펴보니 역시 다양한 연령층의 취향을 만족시키려 고심한 것이 느껴졌지만, 어쩐지 올해는 장발을 휘날리며 포효하는 헤비메탈 밴드들을 찾을 수 없어 다소 아쉬웠다. 관객의 선호도를 고려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나 또한 넓고 얕은 취향이라 특정 장르를 편애하진 않지만, 제철 음식처럼 제철 음악도 있다. 취향이 아니라도 더운 여름밤엔 어쩐지 오싹한 공포영화 한 편이 생각나듯, 열대야 가운데 벌어지는 후끈한 야외 록페스티발에는 아무래도 굉음으로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헤비메탈이 제격이다. 시대가 달라지고 트렌드도 달라지지만, 진정한 록페스티벌로서 시대착오적인 미덕을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큰롤이 매력적인 이유는 어느 시대라도, 의도했건 아니건 강렬한 시대착오적인 쾌감을 선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년이면 스물, 성인식을 맞는 부산국제록페가 더욱 멋진 모습으로 지속되길 바란다. 록페스티벌이 없는 부산 여름은 상상만 해도 서글프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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