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내아이야.” 아빠가 자폐 아들에게 이 말을 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자폐 아들과 아빠의 작은 승리에 나온 아빠는 장애 아들을 치료하는 ‘완벽한 부성애’를 보여주는 대신 실패하고 좌절한 뒤 다시 일어나 아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자폐가 있는 아들을 키운 실제 체험을 직접 그리고 쓴 그래픽 노블이다. 그는 아들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내아이’로 키우기 위해 전문가의 조언을 신뢰하되, 자신만의 교육법을 끊임없이 고안했다. 예를 들어 전문가는 ‘자폐아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므로 매일 똑같은 일상을 유지하라’고 조언하지만, 저자는 매일 밤 집의 가구 위치를 바꿨다. 아이가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저자의 교육법은 성공적이었다. 아들은 이제 먼지를 봐도 발작하지 않고, 상대방과 눈 맞춤을 하고, 조금은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고, 예측하지 않은 일에도 당황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저자가 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그는 아들이 자폐 진단을 받은 뒤 ‘완벽한 아들’을 기대할 수 없다는 상실에 빠져 이혼까지 하는 아픔을 겪었다. 방황 끝에 저자는 아들이 있는 높은 성벽을 무너뜨리는 대신 아이의 세계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자신과 아들에게 쏟아지는 타인의 따가운 시선에 맞섰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아이 곁에 있어 줬다. 마침내 “네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내아이야”라는 말을 망설임 없이 하게 됐다.

이 책은 장애아를 둔 부모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가 알아야 할 진실을 전한다. 장애가 있든 없든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고 행복해지기 바란다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서가 아니라 부모 스스로 아이를 인정하고 아이와 함께하며 아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는 ‘진실’이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