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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탐미주의 거장의 문학세계 속으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 7권-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박연정 외 옮김 /민음사 /각 권 9800원

  • 국제신문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18-08-10 19:08:25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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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지·쇼와시대 대표 작가
- 자극적 소재 거침없이 표현
- 문학적 실험·문체 돋보여
- 감각적 문고판으로 재출간

   
메이지·쇼와 시대를 풍미한 일본 탐미주의 작가 다니자키 준이치로. 민음사 제공
책이 작아지고 예뻐진다. 성의 없고 값싸보인다는 이유로 한국 출판시장에서 퇴출되다시피 한 문고판이 감각적인 옷을 입고 부활한다. 모바일 시대에 무겁고 거추장스러워서 외면받는 종이책이 찾은 작은 돌파구다. 지하철, 카페에서 꺼내 드는 가볍고 예쁜 책은 스마트폰으로 충족되지 않는 문화 욕구를 채워주는 것과 동시에, 소지자의 품격을 살짝 끌어올려 주는 장신구 역할도 한다. 여성 독자에게 특히 인기 많은 감성 에세이가 문고판으로 속속 재출간되는 것도 이런 욕구를 반영한 트렌드다.
지난해 쏜살문고라는 문고판 브랜드를 만든 민음사가 최근 주목한 작가는 메이지·쇼와시대를 풍미한 일본의 대문호 다니자키 준이치로(1886~1965)다. 대문호라고 해도 비슷한 시대의 나쓰메 소세키만큼 귀에 익지 않은 것은 그의 병적인 탐미주의가 대중에 소개되기에 부담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정체 모호한 여성숭배에 사도마조히즘, 페티시즘 등 변태적 성행위와 상상을 거침없이 표현한 그의 글은 수많은 현대 문학작품뿐 아니라 저급한 에로물에까지 선구적 영향력을 끼친 게 사실이다.

그를 ‘변태 작가’가 아닌 탐미주의 거장으로 남게 한 것은 후대 문인들의 상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와바타 야스나리를 비롯해 미시마 유키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현대 일본 문학의 거목들도 그를 두고 “일본의 국민 작가”라고 입을 모은다.

   
다니자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선집에 포함된 ‘열쇠’를 보자. 사회적 지위와 학식을 갖춘 주인공 남편은 어여쁜 아내와 산다. 아내는 결코 성적으로 무감한 여인이 아니지만 자신의 욕구를 말로 표현하는 법도 없는 새침한 사람이다. 남편은 자신의 성적인 능력에 열등감과 우월감을 동시에 지닌 인물. 그런 부부의 삶에 근사한 남성이 끼어들고 남편의 조바심과 열등감, 호기심을 자극한다. 남편은 일부러 삼각관계의 긴장을 고조시켜 아내의 변화를 감지하며 끝간 데 없는 쾌락에 빠져든다. 번역서라도 유려한 문체와 정교한 심리 묘사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쏜살문고가 다니자키 준이치로 선집을 문고판으로 7권이나 만들어 낸 것은 은밀한 상상으로 가득찬 자극적인 소재라서 술술 읽힌다는 점, 그럼에도 공공장소에서 당당하게 꺼내 읽을 수 있는 문학작품이라는 점이 크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각 권에 실린 작품은 문체와 분위기, 문학적 실험이 제각각이고 일본 민화가 연상되는 표지 그림은 기묘한 매력이 있어서 7권 모두 소장하고픈 욕심이 생긴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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