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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13> 청송 달기약수와 달기약수닭백숙

사이다 같은 달기약수로 푹 달인 백숙, 쌉쌀한 국물은 보약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8-09 19:02:5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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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 주왕산 괘천따라
- 원탕 신탕 중탕 천탕 상탕 등
- 5개의 약수탕 10여 개 산재
- 철분·탄산 다량 함유로 쇳내
- 샘 주변은 산화 흔적에 핏빛

- ‘꼬르륵~ 꼬르륵~’ 솟는 약수
- 흡사 암탉 알 품는 소리 같아
- ‘달계약수’라고 불리기도

- 약숫물과 약재로 닭백숙땐
- 지방 분해돼 담백,육질은 쫄깃
- 해독 작용 녹두 더한 닭죽 압권
- 불향 밴 매콤한 닭떡갈비도

옛사람들은 더위가 맹위를 떨칠 때면 물 맑고 경치 좋은 계곡에서 탁족(濯足) 하며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였다. 더위에 찌든 몸은 청류에 씻어내고 마음속 근심은 인근에서 솟아오르는 약수로 씻어내며 한 해 여름을 무사히 넘겼던 것이다.
달기약수로 삶아낸 닭백숙.
예부터 산천경개(山川景槪) 좋은 곳에는 유명한 약수터가 하나쯤은 있기 마련. 심신이 지쳐 병에 이른 이들은 효험 있는 약수터를 찾아 휴식 삼아 기거하며 그 병증을 씻어내곤 하였다. 그때 마시던 물이 약수(藥水)다. 말 그대로 ‘약이 되는 물’이다. 깊은 산과 단단한 암반 사이를 흐르고 흘러 용출되기에, 미네랄이 풍부한 광천수로서 ‘몸과 마음에 이르는 물’을 말한다.

전국에서도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약수가 많은데 몇 군데 이야기해 보자면 대략 이러하다. 설악산 주전골 오색약수, 용이 승천한 자리에서 솟아오른 정선 화암약수, 조선 최고의 약수로 뽑힌 봉화 오전약수, 마시면 3년 젊어진다는 부여 고란사 고란약수, 구례 장수마을의 당몰샘, 승천한 용이 흘린 눈물이라는 청도 용천약수, 세계 3대 광천수 초정약수, 신비의 샘으로 불리는 울릉도 도동약수, 수백 년 묵은 산삼 난 자리에서 샘솟는 인제 방동약수….

■탄산 뽀글뽀글, 독특한 맛과 효능

경북 청송군 청송읍 부곡리 달기약수터에 있는 여러 약수터 가운데 천탕약수터. 약수에 섞인 철분으로 샘 주위가 붉다.
여름 청송 달기약수터 가는 길은 온통 푸른 사과밭이다. 줄지어 선 사과나무 가지마다 풋풋한 풋사과들이 조랑조랑 달려 있다. 가도 가도 사과밭이라, 입안 가득 새콤한 기분에 시원하고도 상쾌하다. 주왕산 허리를 굽이굽이 돌아 이윽고 청송 초입으로 들어서면, ‘산 첩첩 물 첩첩’ 고장이라 산세는 깊고 웅장하고 계곡 물살은 빠르고 요란하다. 이곳에 달기약수터가 자리하고 있다.

달기약수터는 주왕산 부근, 경북 청송군 청송읍 부곡리에 있다. 청송읍에서 괘천(掛川)을 따라 달기약수마을 입구부터 원탕, 신탕, 중탕, 천탕, 상탕 등 5개 약수탕이 가지런하다. 몇몇 탕은 약수터가 2~4개씩 되니 10여 개 약수터가 산재해 있다.

달기약수터는 조선 철종 때 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하(權成夏)가 낙향하여 살던 중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약수를 발견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조선지지자료’에 달기약수터가 있는 괘천의 상류 유역을 ‘약수천’이라 기록한 것을 보더라도, 오래전부터 이곳이 약수로 유명했다는 것을 쉬 알 수가 있다.

철분과 탄산이 다량 함유되어 쇳내가 나고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의 특징이 있다. 모든 약수터 샘 주위로 철분이 산화한 흔적이 진한 핏빛으로 선명하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붉은 돌 틈 사이로 연신 탄산이 뽀글뽀글 올라와 상쾌함을 준다. 상탕 인근에는 계곡물에도 탄산이 군데군데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달기약수터의 원탕약수 전경.
위장병, 신경통, 빈혈, 어지럼증 등에 효과가 있으며, 약수 솟는 소리가 ‘꼬르륵, 꼬르륵~’ 암탉이 알을 품는 소리 같다 하여 ‘달계약수’라고도 불린다. 가뭄에도 샘이 마르지 않고 한겨울에도 약수가 얼지 않는 특징도 있다.

약수터마다 각기 그 맛이 달라 약수터를 즐겨 찾는 이들도 늘 자신이 가는 샘의 물만 받아 음용한다고. 원탕은 쇳내와 탄산 맛이 세고 강한 데 반해 상탕은 상대적으로 그 맛이 연해 부드럽다.

■백숙도 좋지만, 닭죽도 압권이니

달기약수닭백숙 못지 않은 맛과 효능의 닭죽.
이 달기약수로 닭백숙을 끓여낸 것이 바로 ‘달기약수닭백숙’이다. 닭 울음소리 나는 약수로 조리한 닭백숙이라~! 닭과 연계된 설화를 갖고 있는 달기약수와 닭백숙이 서로 어우러졌으니, 그 묘한 인연과 함께 맛 또한 특별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달기약수닭백숙’의 유래는 마을 사람들이 신령한 약수를 내려준 것에 감사하며 해마다 3월 ‘영천제(靈泉祭)’를 지내는데, 이때 달기약수로 끓인 닭백숙을 올린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다른 지역에서 장가온 사위들이 처갓집에서 달기약수에 삶은 씨암탉을 대접받고 그 맛이 너무 좋아 입소문 낸 것이 현재에 이렀다고도 한다. 여하튼 1970년대에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이곳에 얼마간 머무른 뒤 전국적으로 그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단다.

달기약수닭백숙의 특징은 달기약수가 닭백숙의 지방 성분을 분해하면서 담백하면서도, 퍽퍽하지 않고 육질이 적당히 쫄깃하다는 점이다. 인삼과 황기, 엄나무, 마늘, 대추 등 다양한 약재를 넉넉히 첨가해 가히 ‘약선 음식’이라 부를 만하다. 푹 고듯 조리를 하기에 소화도 잘돼,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가 있다.

이곳 ‘달기약수닭백숙’은 본 요리도 좋지만, 이와 쌍벽을 이룰 정도로 압권인 음식이 ‘닭죽’이다. 쇳물을 함유한 약수로 조리하므로 푸르스름한 죽의 색이 깊고 은은한 데다, 해독 작용을 하는 녹두를 섞었기에 약성 또한 높였다 할 수 있겠다.

닭죽인데도 맛이 담백하고 약간의 쌉쌀함 때문에 입맛 돌리기엔 안성맞춤이다. 특히 주왕산에서 채취한 송이버섯과 은행 등속을 넣어, 영양학적으로도 ‘약죽’ 대열에 서 있는 여름 건강식이기도 하다.

■고향 맛 반찬과 청송사과막걸리

닭떡갈비.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별미가 있는데, 바로 ‘닭떡갈비’다. 닭가슴살을 잘게 다져서 매운 양념과 함께 버무려 석쇠에 구워낸다. 짙은 불향에 속속들이 부드럽고 매콤함이 닭요리의 또 다른 맛을 구현해 낸다. 몇몇 식당은 ‘닭 날개 구이’와 ‘모래주머니 꼬지’ 등을 함께 내기도 한다. ‘닭떡갈비 세트’를 주문하면 ‘닭다리 백숙’과 ‘닭죽’이 곁들여 나온다.

닭요리에 함께하는 반찬도 나무랄 데가 없다. 모두가 주왕산 인근의 나물과 소채로 찬을 내는데, 깔끔하고도 맛깔스러운 ‘토속 식단’ 그 자체다. 김치, 고춧잎나물, 백김치, 마늘장아찌, 고추된장박이, 취나물, 나박김치 등 반찬 수도 10여 가지. 모두가 고향에서나 먹음직한 음식으로 맛 또한 깊고 잘 익었다. 이 모두가 달기약수로 조리한다.

이들과 함께 하는 ‘청송사과막걸리’ 또한 근사하다. 새콤하면서도 달콤하다. 청송 사과를 몇 조각 썰어 넣어 보기에도 싱그럽다.

닭백숙으로 배를 채웠다면 인근 달기약수터에서 달기약수도 꼭 챙겨올 것. 닭백숙식당 근처에는 곳곳에 약수터가 있다. 그 약수로 밥을 지으면 밥이 찰지고 구수하여 맛이 참 좋다. 약초를 달일 때도 이 약수로 달이면 더욱 약효가 깊고 그윽해진다.

음식문화 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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