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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15> 스테핑스톤 페스티벌 참관기

확고한 취향의 음악, 근사하게 노는 관객들…제주 해변에서 ‘부산스러운 축제’를 꿈꾸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7-24 19:05:4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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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15회 맞는 음악 축제
- 정성과 고집 느껴지는 라인업
- 저마다 방식으로 즐기는 시민
- 바다·음악이 빚은 황홀한 풍경

- 민원으로 공원까지 쫓겨난 락페
- 해변에서 열리는 행사는 획일적
- 부산만의 매력살릴 무대 만들자

탈탈거리는 선풍기 앞에 죽은 듯 누워만 있어도 힘겨운 무시무시한 폭염이 계속 이어지던 중 제주도 왕복 항공권을 예매하고 짐을 꾸렸다. 지난 13, 14일 제주도 함덕 서우봉 해변에서 있었던 ‘스테핑 스톤 페스티벌’에 가기 위해서였다. 덥다고 방바닥에만 붙어 있다면 결국 우물 안 힙스터가 될 뿐이다. 작열하는 태양에 굴복하지 않고 나서서 다른 지역 힙스터들의 행보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교류할 필요도 있었다.
   
지난 13, 14일 제주도 함덕 서우봉 해변에서 제15회 스테핑 스톤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좋은 기획과 멋진 장소가 잘 어우러진 축제였다.
때마침, 동네 마실 나가면 종종 만날 수 있는 ‘세계적인 부산 밴드’ 세이수미가 참가했고, 그들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10명이 넘는 낯익은 그루피들이 휴가 기간을 맞춰 따라간다고 했다. 낯가림 심한 내겐 참 든든한 소식이었다. 심지어는 입장료 없는 공짜 페스티벌이다. 그리고 우선 무엇보다도 놀아야 했다.

부산에서 늘 보는 바다지만, 전혀 다른 빛깔의 푸른 바다가 펼쳐진 가운데 넓은 백사장과 파란 잔디밭이 함께 있는 서우봉 해변은 페스티벌 벌이기엔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건 라인업이었다. 국악, 퓨전, 레게, 스카, 재즈, 일렉트로니카, 록, 팝 등등 온갖 장르의 흠모해왔던 뮤지션들이 포진해있었다. 확고한 취향과 정성과 고집이 느껴지는 라인업이다. 멀리 일본, 대만, 홍콩에서 온 생소한 뮤지션들까지 있어 기대치가 치솟았고, 역시나 그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성공적인 페스티벌의 중요한 미덕인 ‘발견의 기회’도 만끽했다. 모객을 지상목표로, TV에서 자주 보던 유명 연예인을 불러 모은 페스티벌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러고 보니 조금씩 모여들어 놀 준비를 하는 관객들 역시 범상치 않다. 마치 히피의 시대에서 단체로 타임머신을 타고 와 저마다 방식으로 바다와 음악을 동시에 즐기는 것만 같은 관객들을 관찰하는 것 또한 재미난 일이었다. 몇몇 음악을 사랑하던 이들이 모여 제주도에서 시작한 스테핑스톤 페스티벌은 올해로써 벌써 15회를 맞는다. 무려 14년간이나 나만 쏙 빼놓고 지들끼리 이렇게 근사하게 놀았다니 속상할 정도였다.

리허설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세이수미의 한 멤버는 바닷가에서 공연하는 게 처음이라고 했다. 처음이라고? 한결같이 ‘바다와 맥주’를 구호처럼 외쳐온 대한민국 대표 항구도시 부산의 밴드가 바닷가 공연이 처음이라니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 법하다. 오래전 광안리에서 시작한 한국 최장수 록 페스티벌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또한, 록 페스티벌 최대의 적인 ‘민원’ 문제로 다대포로 옮겼다가 결국 바다를 떠나 지금의 삼락공원에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여름의 수도답게 이맘 때면 국내외 관광객들이 부산으로 몰려오고 그에 맞서 부산의 여러 해변에서도 산발적으로 축제들이 펼쳐지지만, 목격한 바로는, 유명 연예인들이 귀에 익은 유명한 곡을 부르거나, 예산이 모자란 경우엔 낯선 뮤지션들이 유명한 곡들을 원곡자 대신 부르는, 축제라기보다는 행사 성격이 강한 무대가 대부분이다. 부산뿐 아니라 대한민국 어느 지역 축제에서도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다.

   
물론,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미덕도 있다. 허나 새롭게 발견하는 음악을 부산의 바다 풍경과 바다 냄새, 파도소리 함께 만끽할 수 있는, 잊지 못할 부산 바다의 강렬한 추억으로 새길 수 있는, 진정 ‘부산스러운’ 축제가 적어도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교통편이 좀 불편해도 찾아 나설 의지가 샘솟는, 그나마 민원 걱정을 덜 할 수 있는 그런 바닷가가 부산엔 분명히 있다.

굳이 밝히지 않아도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로 거기 말이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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