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채널 운영 장혜영 작가
- 예상치 못한 사건에 버겁지만
- 18년 간 시설에 있던 동생과
- 공존하며 ‘자유’ 의미 일깨워
- 영상모아 다큐멘터리로 제작

‘혜정이는 납치된 것이 아니었다. 사회제도를 통하고 부모의 의지와 주변 사람들의 침묵 속에 ‘합법적으로’ 격리된 것이었다. 그런 혜정이의 삶을 ‘그 또한 하나의 삶’이라고 수긍해버린다면 이 사회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합법적으로’ 사회 밖으로 추방해버릴 수 있는 곳임을 자인하는 것이었다.’

	장혜영(오른쪽) 작가는 동생 장혜정(왼쪽) 씨를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살기로 했다. 동생과 자신의 자유를 위해. 신귀영 기자

유튜버 채널을 운영하면서 다큐멘터리도 만드는 장혜영 작가가 18년 간 시설에 있던 발달장애인 동생 장혜정 씨를 데리고 나와 함께 살기로 했다. 여기까지의 결심을 듣고 아름답고 장하다, 그런데 힘들겠다, 안됐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이 책 어른이 되면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시설의 ‘보호’ 아래 동생을 맡기는 것이 결국은 ‘내가 살려고 동생의 자유를 억압하고 격리시키는’ 행위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됐고 탈시설을 결심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후 어떻게 살아가는가.

동생을 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살기로 하면서 혜영 씨는 직장을 그만뒀다. 그리고 동생과 함께하는 모든 일상을, 끝이 어떨지 모를 그 이야기들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생과 함께 사는 삶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화를 억누르지 못할 정도로 버거울 때도 있다는 것을, 그래도 장애인 역시 인권을 존중 받아야 할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공존의 가능성을 손쉽게 차단해버려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유튜브에 올리던 일상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6개월 간의 제작비는 크라우드 펀딩 ‘텀블벅’을 통해 조달했다. 자매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성원으로 5400만 원이라는 돈이 모였다.

‘혜정이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변기가 고장 났다고 말했다. 왜인지 몰라도 휴지를 계속 변기에 넣은 듯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살다 보면 변기가 막힐 수도 있는데, 그런데 왜 이렇게 서러울까. 혼자 변기를 뚫으며 엉엉 울었다. 혜정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형태가 다른 이런 밤을 수도 없이 보낼 것을 각오하는 일이었다.’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동생과 함께 있는 시간이 소중하다는 진실과는 별개로, 자매는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이루면서 그들의 모든 에너지를 그 하루하루에 쏟아 부어야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혜영 씨는 이런 버거움을 숨기지 않는다. 화내고, 억누르고, 폭발하고, 노력하고, 방법을 찾고, 기뻐하면서 자매는 400일을 잘 살아낸다. 혜영 씨의 좋은 문장으로 그 400일을 고스란히 이 책에 담았다. 그리고 그는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긴 고민 끝에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한 것은 자유였다. 나 자신을 규정해갈 자유. 내가 운명을 믿지 않는다면 혜정이의 삶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 자유가 모든 인간의 영혼이 숨쉬기 위해 필요한 공기와 같은 것이라면 나는 혜정이의 자유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했다.”

프로젝트는 끝나도, 자매의 삶은 이어진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