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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의 TV…태래비 <14> KBS2 ‘당신의 하우스 헬퍼’

내게 딱 맞는 정리법으로 위로를 건네는 이 남자!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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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17 18:46:49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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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을 그만둔 건 2007년 어느 봄이었다. 세상이 너무 화사했다. 나와 전남편이 살던 작은 아파트 맞은편 유치원에선 하루 종일 웃음소리와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였는지 그렇지 않아서였는지 아직도 나는 모른다. 청소와 설거지와 빨래를 집어치워버린 건 한순간이었다. 전남편은 일터에서 돌아오면 세 시간동안 목욕을 했다.

   
KBS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 헬퍼’에 출연하는 하석진.
그게 뭘 의미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우리는 끝났다. 더 이상 서로 사랑하지 않았다. 집안에는 쓰레기와 썩은 음식물 냄새가 나는 그릇이 쌓여 갔고, 어느 날 그는 말했다. 아무도 날 모르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어. 모른 척하고 싶었기 때문에 끝까지 모른 척했다. 그리고 어느 날, 모든 것이 썩어가는 그 집을 버리고 나는 열 살 먹은 강아지 한 마리와 트렁크를 들고 따로 얻은 오피스텔로 도망쳤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그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kbs 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를 그때 봤다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까. 한 조각 한 조각 위로를 삼키고 꾸역꾸역 고통을 감내했을까.

최소한 도망치진 않았을 것이다. 그로부터, 나의 과거로부터, 이제 쓸모없어진 그 집의 정리 되지 않은 모든 것들로부터. 나는 좋은 이별을 하지 않았다. 하우스 헬퍼인 김지운(하석진)은 의뢰를 받아 집을 청소하고 요리를 한다. 의뢰인에게 딱 맞는 정리법을 가르쳐주고 그 사람의 속을 읽기 위해 노력한다. 그의 의뢰인들은 대부분 외롭고, 슬프고, 아프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겨진 딸, 아이 둘의 양육과 돈벌이에서 외줄타기 하느라 지쳐버린 젊은 부부, 늙은 아내를 잃은 독거노인,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는 여자. 김지운은 특별한 선별 과정을 통해 그들을 찾아가고, 따뜻한 위로와 세심한 청소를 건넨다. 말끔히 정리된 공간에서 위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어디 한순간이랴. 지운은 왜 이 집이 정리가 되지 않는지, 이 집의 사용자들이 왜 어수선한 삶을 외면하는지 알아내느라 고심하는데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어떤 ‘당신’은 정리에 단 하루면 충분하기도 하고, 어떤 ‘당신’은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 아내를 잃은 남성 노인은 지운이 아무리 수납을 잘 해놔도 다음날이면 살림을 죄다 어지럽혔다. 한 달째 무한반복, 이라는 말을 되뇌던 그가 알아낸 것은 무엇일까. 노인은 물건이 모두 눈에 보이는 곳에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지운은 선반을 짜고, 뚜껑이 없는 수납을 하고, 옷장이 아니라 그가 보는 곳에 평상복을 걸어 놓는다. 노인은 만족한다. 그가 쨍쨍한 햇볕에 빨래를 말리고, 타월을 개고, 정해진 방법에 따라 셔츠를 개고, 청소기를 돌리고, 책장에 책을 꽂을 때 나는 이게 바로 ‘힐링’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나의 정리법은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물건을 늘어놓고 이리저리 옮기는 게 다였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는 동안 지운이 하는 대로 청소를 따라 했다. 청소는 현관 신발장부터, 라는 내레이션이 나왔을 땐 현관으로 달려가 어지럽게 내팽개친 신발들을 깨끗이 정리했다. 쓸모없지만 추억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것들은 사진을 찍은 후, 상자에 담아두었다가 마음 정리가 되면 지체 없이 버린다, 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그대로 했다. 7회까지 방영된 분량을 모두 보았을 때, 내 집은 놀랍도록 깨끗해졌다. 나의 삶도, 과거도, 홀린 듯이 도망쳤던 그 어두운 골목도. 타월을 개고 양말을 계절용으로 정리하며 생각했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나는 다시 그런 이별을 하지 않을 테니까. 최소한 도망치지 않을 테니까. 나를 치유하는 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 꼭 보시라, 두 번 보시라.

작가·글쓰기 강사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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