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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34> 세심한 ‘문화소통’도 바란다

일상서 느낀 문화적 불편함, 사소해도 날카로운 지적 귀 기울이길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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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16 18:44:5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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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이 부족한 도서관
- 인종편견 유발 공공 장식물
- 의미 모호한 텍사스거리 아치
- 부정적 이미지 만드는 디테일
- 시 시민소통위서 바꿔나가자

친구에게서 아주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문화적으로 호소할 일’이 있는데 달리 전화할 데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는 주부인데 오후 늦게 출근해 일하는 직장에 다닌단다. 그의 가장 큰 낙은 “낮에 공립 도서관에 가 몇 시간 책을 읽는 것”이라 했다. 직접 차를 운전해 집 근처가 아니라 좀 멀리 떨어진 다른 도서관도 자주 찾아 다닌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의 벽면 장식. 이 장식물 앞에서 어떤 시민은 ‘왜 기자가 모두 백인뿐일까’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를 괴롭히는 건 ‘도서관 주차 문제’였다. “일단 주차 면수가 너무 적어. 한 30면 정도 있으면 그나마 절반은 직원 차량이 차지하거든. 그래서 경쟁이 엄청나. 아주 일찍 안 가면 차를 댈 수 없으니 다른 도서관을 찾아 다녀. 어떤 도서관은 다른 볼일(예컨대 도서관 뒷산에 물 뜨러 온 길에)로 댄 차도 꽤 있고, 어떤 도서관은 지을 때 민간 자본이 들어갔기 때문이라며 주차비를 따로 받아서 부담스러워. 얼마 전에도 책 읽으러 갔다가 실랑이만 하고 왔지. 이건 어떻게 좀 안 될까?”

이 말을 듣고는 좀 아득했다. 전형적으로 ‘빙빙 도는’ 민원일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전화를 끊으며 한 말이 “답답한 건 이 문제를 여러 군데 제기해도 ‘그건 나의 일’이라고 여기고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는 거야”였다는 데서도 그렇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일단, 친구는 분명 ‘그렇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시죠’라는 말을 들었을 텐데, 몸이 안 좋거나 나이가 많거나 걷기에 너무 멀거나(부산의 경우 너무 높은 데 있거나) 아이가 있는 경우 등 차가 필요한 이용객은 꽤 많을 것이다. 도서관 담당자들은 책과 관련한 일이 주요 업무이다 보니 ‘주차장 확장은 우리 소관이 아니라 권한이 없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을 텐데, 틀린 말이 아니라 해도 이용객은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그러면 시청·구청·교육청·교육지원청 등 상위 담당 기관에 물어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는 것도 힘겹고, 막상 ‘주차장을 확보할 공간이 없습니다’ ‘관련 예산이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듣기 쉬울 것이다. 빙빙 도는 것이다. 쉽게 풀 수 없는 민원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시민이 ‘실존적으로’ ‘일상에서’ 불편 또는 부당함을 느껴 제기하는 제안은 대체로 쉽게 풀기 힘든 것일 때가 많지 않은가. 그런 특성을 인정하고, 세심하게 소통하는 시스템과 분위기와 과정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산시 시민소통위원회가 다음 달 10일까지 운용하는 온라인 ‘OK 1번가’(시청 홈페이지 첫 화면에 큼직하게 ‘대문’을 만들어놨다) 등에 기대를 걸어본다. 누구나 들어가서 제안할 수 있다.

최근 날카롭고 세심한 문화적 제안을 해오는 예술문화인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어 OK 1번가 같은 데 올렸으면 싶었던 제안도 있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자갈치역에서 BIFF 광장으로 올라서는 계단 벽면에 장식이 있다. 레드 카펫을 그려놓고, 외국 기자들이 일제히 행인을 향해 사진을 찍거나 인터뷰를 요청하는 포즈의 사진이다. BIFF 광장에 가면 모두가 ‘주인공’임을 표현한 것 같다. 그런데 여기 나온 기자들이 모두 ‘백인’이다. 이를 제기한 문화인은 “왜 이렇게 해야만 했을까 싶었다. 다양성 존중·다문화 시대이고 부산을 찾는 사람도 얼마나 다양한데…자칫 인종적 편견을 드러낸 공공 장식물로 오해받을까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부산도시철도 수영역, 자갈치역 등 혼잡역 천장에 우측통행을 안내하는 ○ 표시와 × 자 표지가 있다.(국제신문 지난해 6월 6일 자 이 칼럼에서 언급)이 또한 한 번만 더 들여다봤으면 한다. 우측통행은 권장사항이지 법으로 금지·허용한 것이 아니니, 권장을 뜻하는 ○자는 괜찮다. 그러나 금지를 상징하는 × 표시는 곤란하다. × 표시는 과도한 느낌이고 도시 풍경을 각박하게 만들기 쉽다. 뉴욕과 타이베이를 각인시킨 건 따뜻한 I♥NY, I♥TAIPEI였다. 최근 부산을 좋은 여행지로 꼽은 ‘론리플래닛’이 조금이나마 인종 편견으로 오해될 가능성이 있는 장식물이나 뜬금없는 보행자 표시를 높이 평가한 건 아닐 것이다.

   
부산역 앞에 ‘Welcome TEXAS STREET’라고 쓴 대형 아치 조형물이 과연 적절한지 묻는 이도 있었다. 이른바 ‘텍사스거리’에 관한 부산 시민의 인상이나 기억이 밝지 않고, 역사성이나 현재의 의미가 모호해서다. 열린 토론과 검토가 필요하다. 사소한 의견이라 여길 수 있지만, 지금 필요한 건 그런 세심한 문화소통력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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