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수업을 받는 토요일, 아이는 아침부터 배가 아프다. 엄마는 “수영장에 가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하지만, 아이 반응은 심드렁하다. 엄마 손에 억지로 끌려간 수영장은 시끄럽고, 차갑다. 게다가 수영모자는 너무 꽉 끼고 배는 여전히 아프다.

염혜원 작가가 ‘수영장 가는 날’에 그린 말갛고 따스한 그림. 창비 제공

수영장 가장자리에 앉아 다른 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만 바라보다 첫 번째 수업이 끝나 버렸다. 두 번째 수업 때도 여전히 배가 아팠지만, 이 날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조심스레 물에 들어가 본다. 생각보다 물이 따뜻해서인지 배도 덜 아픈 것 같다. 팔을 젓고, 발차기를 하고, 선생님이랑 수영장을 끝까지 건넜다. 세 번째 토요일 아침, 신기하게도 배가 안 아프다. 선생님 앞에서 그동안 연습한 발차기를 보여줬더니 칭찬을 받았다. 친구들과 함께 물 위에 둥둥 뜬 채 천장을 바라보니 모든 게 새롭게 보였다. 이제는 배도 안 아플 것 같다.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이의 심리를 말갛게 그렸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아이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작은 용기와 익숙해질 때까지의 기다림이다. 책에는 아이 옆에서 호들갑 떨지 않고 천천히, 다정하게 기다려주는 단단한 안내자가 있다.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괜찮아질 거야”, “재미있을 거야” 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엄마, “자, 내가 도와줄게”라며 먼저 손을 내미는 선생님. 작은 성공에도 칭찬해주고, 거리를 두고 기다리는 어른들의 모습이다.

수채물감과 색연필로 그린 그림은 청량한 느낌이 가득하다. 주인공 ‘나’는 검은 머리의 동양인 여자아이지만 엄마는 노란 머리에 하얀 얼굴, 선생님은 곱슬머리를 한 흑인이다. 친구들 또한 얼굴색, 생김새, 체형이 제각각이지만 모두 밝고 따뜻하게 그렸다. 저자는 볼로냐 라가치 상, 에즈라 잭 키츠 상 등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그림책 상을 다수 수상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