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의 이름, 알고 보니 좀 애잔하다. 물에서 잡아 올리면 급한 성질 탓에 바로 죽어버린다 하여 ‘멸할 멸(滅)’자를 붙인 거란다. 홍어의 이름도 독특했다. 횟감 이름도 겨우 아는 수준이라 홍어는 막연히 ‘몸이 붉은가 보다’ 싶었는데 몸의 폭이 넓어 ‘넓을 홍(洪)’자를 쓴 이름이다. 홍어 수컷의 음란함이 유별나다 하여 ‘해음어(海淫魚)’로도 부른다.
함께하는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고 뜻이 있다. 바다에서 건진 생명의 이름들은 바다에 기대어 사는 생물의 이름, 유래, 뜻 그리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151종이 주인공으로 발탁됐고, 어류는 물론 연체동물, 절지동물, 남극과 북극을 중심으로 사는 펭귄, 바닷새, 바다코끼리, 북극곰까지 다양한 바다생물을 만날 수 있다.
백과사전류의 정보 나열이나 단순한 구성이 아니다. 조선 시대 3대 어보인 ‘우해이어보’ ‘자산어보’ ‘전어지’ 등 문헌을 인용해 선조의 관찰력과 문화를 엿보고, 화려한 수중사진의 세계도 함께 멋지게 펼친다. 30년 동안 2100번이 넘는 잠수를 해온 한국의 유명한 수중 사진가로서 저자의 특기가 빛난다.
저자 박수현은 대학 2학년 때인 1988년 한국해양대 스쿠버다이빙팀 ‘아쿠아 맨’을 창단하며 바다 여행과 바다 탐구를 시작했다.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로 입사한 뒤 ‘수중 포토저널리즘’ 영역을 개척하며 굵직한 수중 취재 결과물로 한국신문상, 일경언론상 등 수십 차례 수상으로 성과를 인정받았고, 신문 지면 기고와 개인전, 책 출간으로 바다 이야기를 전하는 데 매진한다. 이번 책 역시 그런 저자의 깊은 내공이 담겼다.
부산에 산다 해도 바닷속 이야기는 쉽게 알 수 없는 노릇. 깊은 바다를 배경으로 한 바다생물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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