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소설·게임… 복합 수익창출
- 한국 일본 미국 등 작품 쏟아져
- “자신의 생존 위해 벽 둘러쌓고
- 윤리적 문제 있는 행위 정당화”

한때 영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보거나, 지금은 저자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미국 좀비 소설을 읽거나, 가끔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를 보면서 생각했다. “왜 ‘좀비 작품’은 미국 것이 유독 많을까?”라고. 그렇지 않은가? 모름지기 좀비 문학 또는 좀비 영화라면, 인류는 멸절 단계고, 지구 에너지와 식량은 소진됐고, 겨우 살아남은 주인공은 도망치고, 저 황량하고 드넓은 사막을 가로질러 좀비 무리는 쫓아오고, 흙먼지가 날리고, 주인공 주위 인물은 한 명 한 명 굶주린 좀비들에게 뜯기고 그리고 그곳은 미국 땅이고….

	좀비를 다룬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 시리즈의 한 장면.

일본의 문예평론가 후지타 나오야(35)가 쓴 좀비 사회학을 읽으며 호기심이 동해 자료를 좀 찾아보니, ‘좀비 작품이 미국적이다’라는 생각은 엄청난 착각이었다. 또는 아주 오래 전 이야기였다. 좀비 소설만 찾아봐도 한국 소설가, 일본 소설가가 쓴 좀비 문학 작품은 엄청나게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물음은 이것이다. 이 개명된 세상에 왜 좀비인가? ‘좀비 사회학’의 저자 후지타 나오야의 설명을 조금 더 청해 들어보자. “경제 전문 매체인 ‘24/7 Wall St.’의 추산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좀비 작품의 매출액은 57억 달러라고 합니다. 일본 엔화로 환산하면 약 6000억 엔(한국 돈 약 6조 원)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현대 좀비 현상의 특징 중 하나는 앞서 언급했듯 복수의 장르를 횡단한다는 점입니다.…영화의 흥행, DVD, 게임, 만화, 소설, 할로윈 의상, 좀비 워크, 관련 상품, 대회와 아트 작품, 거기에 추가하여 웹사이트, 독립영화,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사이트, 기타 음악까지 포함된 디지털 형태 등” (12~13쪽)

이렇게 질문을 던진 뒤 책은 좀비 사회학과 좀비 문화 현상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책 앞 부분이 박진감 있다. 후지타 나오야가 좀비가 왜 21세기에 이렇게 문화 현상이 됐는지 질문한 뒤 답을 오늘의 세계 현실에서 찾기 때문이다. 저자가 보는 ‘좀비 포맷’은 이렇다. “‘우리’는 외적에게 위협받는 존재이고 ‘그들’은 버려져도 어쩔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들’이 좀비라면 망설일 필요 없이 죽여도 상관없습니다.…좀비를 비롯한 정체를 알 수 없는 외적에게서 ‘우리’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높은 벽을 둘러쌓고,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활 물자를 확보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윤리적으로 약간 문제가 있는 행위라도 정당화됩니다.”(32쪽)

이를 잘 살피면,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 발언을 일삼는 일본의 재특회나 배타주의자들 그리고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다 여기에 해당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뒤로 가면서 ‘이래서 일본 저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세밀하게, 일본의 좀비 작품과 좀비 문화를 중심으로 특성과 변화를 밝힌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