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태도·글감 쟁여두는 방법
- 창의·관찰·어휘 관련 사례 정리
- 글쓰기 익숙한 독자는 자기 점검
- 초보자에겐 실질적 지침서 역할

어떤 책은 책 속에 저자가 ‘이 책은 이런 책입니다’하고 표현해놓은 선을 뛰어넘어 버린다. 강원국은 새 저서 강원국의 글쓰기에서 이렇게 썼다. “강의로 글쓰기를 가르칠 수는 없다. 글쓰기 책도 마찬가지다. 다만 글 쓸 용기와 자신감, 쓰고 싶은 의욕을 불러일으켜 줄 뿐이다.”(36쪽 ‘안도현, 안정효처럼 쓰고 싶다면-글쓰기 동기부여 방법’ 중)
글쓰기에 관심 높은 독자는 충분히 이 문장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강원국의 글쓰기’ 속 흐름과 내용을 보면,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의욕을 단지 불러일으키는 것을 뛰어넘는다. 글쓰기에 관한 실질·실용적 도움을 주는 요인과 내용을 꽤 많이 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글을 줄곧 쓰며 글에 익숙한 독자라면 자기 글을 돌아보고 점검할 계기로 삼을 수 있겠다. 글쓰기가 마냥 두렵고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사람이라면 실용·실질적 지침으로 채택할 항목을 적지 않게 발견할 수 있겠다. 평소에 쓰는 태도의 효율성과 느슨하게나마 글감을 쟁여두는 방법을 말해주고, 창의·관찰·문법·어휘의 요체를 사례를 들어 실감 나게 정리하며, 문법 공부에 하루만 투자해 보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려주는 내용 등이 생기 있고 가지런하기 때문이다.

전제로 해둘 것이 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은 많은 독자의 관심을 끌지만, 이런 종류의 책을 별로 환영하지 않으며 그 실효를 회의하는 전문가나 현자(賢者)도 꽤 있다. 학계의 고수에게서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체로 이런 요지다. “글쓰기란 기술이나 요령에 달린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내용’의 깊이와 수준에서 우러나온다. 만약 입력(독서·공부·모색)이 부실한 상태에서 출력(글쓰기)에 급급하면 금세 한계에 부딪히고 부실로 이어진다.” 열심히 제대로 공부하고 모색하면, 좋은 글은 따라오거나 따라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단순히 ‘맞는 말’을 넘어 본질을 꿰뚫는 지적이다. 글 좀 쓴다 하는 사람 가운데 인문학이나 공학, 과학을 전공한 사람이 문예창작을 전공한 사람보다 많은 것과도 이는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다. 그렇지만 많고 다양한 사람이 바쁘게 사는 세상의 여러 현장에서 이런 진단은 대체로 ‘학문 세계의 일’로 여겨진다.

조정래 작가의 다음과 같은 의견도 글쓰기 자체를 공부하면 글이 한결 늘 수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말한다. “글 잘 쓰는 요령은 없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은 어느 일면 기술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많이 읽고(4), 많이 생각하고(4), 많이 쓰는(2) 이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이것은 글을 잘 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면서 유일한 방법이고, 또한 첩경이다.” (조정래 ‘황홀한 글감옥’ 중)

이렇게 해놓고 보니 ‘강원국의 글쓰기’가 마치 글쓰기에 관한 실질·실용 측면만의 책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게 되어버렸는데, 그렇지 않다. 이 책은 무엇보다 저자의 삶과 성찰이 풍부하고 진하게 녹아 있다. 2014년 이후 글쓰기 강연을 1000번 가까이 하고 글에 관해 두루 그리고 깊이 공부한 저자의 공력이 배어있다. 저자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연설비서관으로 일했으며 2014년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내 수많은 독자의 호응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