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13> 힙스터 소굴 15 feet under

네온사인에 모여드는 불나방같이 갈 곳 잃은 힙스터가 ‘15’로 몰려든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26 18:51:28
  •  |  본지 23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무덤보다 더 깊은 지하 클럽
- 주말 밤 자욱한 스모그 속
- 일렉트로니카 비트 들으며
- 제주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곳

- 널리 인간을 힙하게 하라는
- ‘홍힙인간’ 정신으로 꼭 알리는
- 부산 젊은 풍류가들의 성지

부경대학교 정문 맞은 편, 나지막하게 경사진 길로 오르다 보면 왼쪽에 검고 앙상한 나무가 땅 밑으로 깊게 뿌리내린 일렉트로니카 클럽 ‘15피트 언더(15 feet under·이하 15)’ 간판이 보인다. 흔히들 ‘십오’라고 줄여 부르는 경성대·부경대 앞 힙스터들의 소굴이다. 밤새 네온 간판 번득이고 인파로 북적이는 ‘부경대·경대’ 번화가와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부터 동틀 무렵까지 갈 곳 잃은 힙스터들이 네온사인에 모여드는 불나방처럼 15를 향해 서서히 모여들기 시작한다.

   
경대·부경대 앞 힙스터들의 ‘소굴’인 ‘15 feet under(15 피트 언더)’ 입구.
‘15 feet under’라는 이름은 무덤 깊이를 뜻하는 6 feet under에서 따왔다. 무덤보다 갑절 넘는 깊이의 깊숙한 지하 클럽 15에선 언제나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deep(깊은)한 일렉트로니카 음악이 몰아친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마다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실력 있고 개성 있는 DJ들과 국내외에서 초청받은 유명 DJ들의 현란한 디제잉이 아침까지 펼쳐진다.

가끔 ‘양평이 형’으로 알려진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 김C, 효리네 민박 사장님인 이상순 등등 TV에서나 보던 셀럽들이 눈앞에서 디제잉을 하거나 손님 속에 어울려 노는 비현실적인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메뉴에 매주 제주도에서 공수해오는 제주막걸리도 있어 일렉트로니카 클럽 치고는 매우 드물게 (유일하지 않을까?) 막걸리 잘하는 집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간혹 등산복을 입은 동네 어르신들이 생소한 비트를 안주 삼아 고개를 까닥이며 막걸리를 마시는 모습도 목격할 수 있다.

물론 맥주, 위스키, 데낄라, 칵테일도 참 잘한다. 이런 힙 플레이스는 나만 알고 싶은 욕심에 지면을 통해 소개하는 것을 망설이기도 했지만, ‘널리 인간을 힙하게 하라’는 홍힙인간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 참된 힙스터의 길이라는 판단에 이기심을 억누르며 소개하는 바이다. 오래전 대학생 때부터 드나들었던 경대 앞 클럽들의 아버지 ‘바이널 언더그라운드’와 ‘올모스트 페이머스’같은 소중한 공간은 이제 없어지고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어쩌면, 나만 알고 싶어 했던 그릇된 힙스터들의 이기심 역시 한몫 했을지도 모른다고 반성해본다.
   
클럽 ‘15 feet under’에서 디제잉하고 있는 DJ. 공식 인스타그램
지난 토요일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 15로 내려가자 평소처럼 현대 음률 속에서 순간 속에 보이는 힙스터들의 새로운 춤사위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국과 멕시코의 축구경기 응원이 한창이었다. 나는 승부와는 상관없이 누구든 다치는 이 없기를 기원하며 2층 소파에 몸을 누이고 쿨쿨 잠이 들었다. 경기가 끝나자 패배의 슬픔을 희석하는 테크노 비트가 쏟아지고 이기든 지든 놀아야만 했던 이들의 절절한 춤사위가 자욱한 스모그 연기 속에서 시작되었다. 소파에 누워 둠칫 두둠칫 테크노 비트의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며 꿀잠을 자고 내려왔더니 역시 약속하지 않아도 여기에 오면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어느덧 바깥은 햇볕이 쨍쨍 내리쬘 시간이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집에 갈 생각도 없이 춤추는 이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과연 여기는 언제까지 영업하는 걸까 궁금해 사장님께 물었더니 “네가 집에 갈 때까지”라고 대답한다. 햇볕 쏟아지는 일요일 아침 15를 빠져나오며 주말 되면 또 와야지 다짐했다. 자욱한 스모그 속에 작렬하는 일렉트로니카 비트를 들으며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분명 옛 성현들도 미처 누리지 못한 풍류일 테니까.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해양문화의 명장면
조선 전기에도 통신사가 있었다
정두환의 공연예술…한 뼘 더
‘사람이 먼저’인 문화환경을 생각한다
국제시단 [전체보기]
어둠이 내릴 때 /박홍재
단풍 들어 /정온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코 없는 사람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위하여
리뷰 [전체보기]
경계인 된 탈북여성의 삶, 식탁·담배·피 묻은 손 통해 들춰
방송가 [전체보기]
MC 이휘재 vs 성시경 ‘미식여행’ 승자는
위기 이겨낸 기업…비법은 직원 기살리기
새 책 [전체보기]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 外
마거릿 대처 암살 사건(힐러리 맨틀 지음·박산호 옮김)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자살에 이르게 한 심리흔적
현실에서 음악가로 산다는 것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무자연(舞自然)-점화시경, 장정 作
木印千江 꽃피다-장태묵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31가지 들나물 그림과 이야기 外
아이가 ‘다름’을 이해하는 방법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샛별 /정애경
가을산 /이성호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35기 KBS바둑왕전 준결승전
2016 이민배 본선 4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허세 대신 실속 ‘완벽한 타인’ 배워라
봄여름가을겨울, 음악과 우정의 30년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암수살인과 미쓰백…국민 국가의 정상화를 꿈꾸며
상업영화 후퇴·독립영화 약진…‘뉴시네마의 여명’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가슴에 담아둔 당신의 이야기, 나눌 준비 됐나요 /정광모
가족갈등·가난, 우리 시대 청춘들 삶의 생채기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눈물과 우정으로 완성한 아이들 크리스마스 연극 /안덕자
떠나볼까요, 인생이라는 깨달음의 여정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지역출판 살리려는 생산·기획·향유자의 진지한 고민 돋보여
‘영화철학자’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패션·예술 유산 한곳에
BIFF 리뷰 [전체보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퍼스트맨
BIFF 인터뷰 [전체보기]
‘렛미폴’ 조포니아손 감독, 마약중독에 대한 인간적 접근…“그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에요”
감독 박배일 '국도예술관·사드 들어선 성주…부산을, 지역을 담담히 담아내다'
BIFF 피플 [전체보기]
‘국화와 단두대’ 주연 배우 키류 마이·칸 하나에
제이슨 블룸
BIFF 현장 [전체보기]
10분짜리 가상현실…360도 시야가 트이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BIFF 화제작 [전체보기]
‘안녕, 티라노’ 고기 안 먹는 육식공룡과 날지 못하는 익룡의 여행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8년 11월 14일
묘수풀이 - 2018년 11월 1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10월 9일
오늘의 BIFF - 10월 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 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 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致虛守靜
陶冶而變化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

무료만화 &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