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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32> 문화예술 분야, 높은 기대 그리고 난관

과정과 디테일도 중요한, ‘예술적’인 문화정책을 고대하며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18 19:00:38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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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도 많았던 기존 부산문화정책
- ‘큰 규모’ 성과성 ‘사업’ 치우쳐
- 스며드는 문화의 힘을 놓친 듯
- 공정 깨트리는 즉흥 시책도 문제

- 지방정부 권력교체로 온 새 바람
- 과정에 집중하는 변화 가져오길

시민 그리고 부산의 여러 분야와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계도 기대가 높다. ‘바뀌었기’ 때문이다. 바뀌었으므로 새 기운과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었는가?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시장’이 바뀌었고, 부산을 이끌 ‘사람들’이 바뀌었다. 말하자면, ‘지방정부 권력 교체’다.
   
영화의전당 야외상영장에서 가족 관람객이 영화 관람과 놀이를 즐기고 있다. 국제신문 DB
시민 그리고 부산의 여러 분야와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계 또한 이런 변화는 사실상 처음이다. 지방자치에 관한 한, 언제까지나 변화 없이 ‘보수 아성’일 것 같던 부산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시장이 시민 투표로 처음 탄생한 것은 중요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시장만이 아니라 광역의회, 기초의회, 기초단체장의 판도까지 함께 경천동지할 수준으로 지난 13일 지방선거에서 바뀌고 재편됐으니 관심과 기대는 쉽게 사그라질 조짐이 아니다.

문화예술계로서는 새로 바뀐 시장이 어떤 문화정책을 펼 것인지 관심과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부산시의 문화예술정책과 행정은 그간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하고 발전을 모색해왔다고 하지만, 시민의 피부에 와 닿고 시대의 흐름에 들어맞는 큰 틀의 변화를 선도하거나 지역문화예술계에 누적된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하는 데는 한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의 수장이 아예 바뀌었으니 더욱 과감하고 더 멀리 내다보는 변화를 추진하고 지원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언급을 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이르고, 제시된 청사진도 눈에 잘 띄지 않으므로 이 글에서는 큰 틀에서 다소 추상적으로 새로운 부산시의 문화정책 방향과 그 앞에 놓인 난관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부산의 문화정책이 오랜 세월 ‘너무 큰 것’ 그리고 경제적·실질적 성과로 곧장 연결되는 ‘사업’에 치우친 경향은 분명히 강했다. 메가(mega) 이벤트 개최와 메가 시설 건립에 따르는 선명한 효과를 치적이나 공적으로 여기는 전반적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결과와 효과는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메가 이벤트·메가 시설 자체는 입안되는 순간 필연적으로 중심을 차지하다 보니, 대가도 치러야 했다.
메가+이벤트+시설 중심 정책은 곧잘 과정과 디테일을 잡아먹었다. 예산과 공기(工期), 경제파급효과와 공급자 중심 관행, 짜 맞춘 게 아닌가 싶은 타당성 검토가 거기에 둥지를 틀고 주류가 됐다. 건물을 짓고 나면 운영비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경우, 급하게 건물 짓느라 막상 완공 뒤 그 건물을 사용할 예술문화 전문가를 그 과정에서 배제하다 보니 완공 뒤 불평이나 낭비적 재시공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심심찮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경우 문화는 ‘좋은 과정 자체가 목적’이라는 조언은 밀려났다.

그러는 사이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와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개별성과 창의성, 참여를 중시하는 흐름이 형성됐다. 시민들 스스로 그 길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부산만 해도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제외한 작고 자발적인 영화제가 이미 30개가 넘는다. 독서모임은 엄청나게 늘어나 몇 개인지 파악하기도 힘든 지경이다. 작은 서점, 문화적 주민 자치 활동, 생활문화 등이 실개천에 비 내린 듯 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과 운영 문제는 모든 시민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시설 확충은 그 나름의 중요함을 그대로 지닌다 해도, 시민이 주체가 되는 생활문화의 형성과 확장을 더 과감히 문화정책이 받아 안을 만하지 않은가.

난관은 시장 또는 문화정책 결정권에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서 나올 확률도 매우 높다. 대체로 문화를 ‘쉬운 영역’으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어떤 문화토론회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가 시장과 저녁을 먹으며 아이디어나 사업 제안을 했는데 그것이 적절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다음 날 시의 문화시책이 되어 시행되는 시절도 있었는데 그것이 가장 안 좋은 문화행정”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어떤 그림인지 조금 알 것 같았고 수긍이 갔다.

   
이런 방식이 안 좋은 이유는 다른 사람도 그런 시도에 매달리도록 유혹하면서 공정한 절차의 틀을 깨트리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영역은 한 행정가가 잘 알기에는 너무 복잡하거나 미묘해 투명하고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계속 보완해야 한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시 전체 예산의 3%도 차지하지 못하는 문화예술 영역에 꽤 관심을 기울였으나 임기 내내 그를 괴롭힌 건 문화예술 부문의 ‘실책’이었다. 문화예술 영역은 예술적으로 다뤄야 한다. 분명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시민의 수요와 요구와 관심은 계속 올라갈 뿐 내려갈 일은 없으리란 점이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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