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격보다 우선시되는 여성 외모
- 부당한 비난을 옳다고 생각하며
- 아름다움의 굴레에 갇힌 여성들
- 고대 철학서~현대 문학에 담긴
- 여성 외모혐오와 권력관계 추적

	캉탱 메치스의 ‘추한 공작부인’(1513년 추정). 외모가 아름다워도 여성은 본질적으로 추하다고 중세 사제와 추앙받은 작가들은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하물며 겉모습이 추한 여인에 대한 박해야 말해 무엇하랴.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스

“내 몸매는 참 별로”라며 우울해하는 남성은 드문 반면,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남성은 태생적으로 어느 정도의 나르시시즘을 지니고 있고, 여성은 그렇지 않기 때문일까. 프랑스 사회학자 클로딘느 사게르는 못생긴 여자의 역사에서 “(남성은) 몸이 자존감의 중심에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몸이 멋지거나 추하다는 것이 남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지만, 여성에게는 그것이 유일한 잣대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클로딘느 사게르라는 이름은 낯설다. 부산 출판사 호밀밭이 펴낸 이 책을 통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학자다. 프랑스 몽펠리에 아카데미 소속 사회학자이자 철학교수로, 2011년 ‘추함의 계보’라는 논문을 써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몸의 아름다움과 추함’은 의 그의 오랜 연구과제였다. 한 여성이 얼마나 지적이고 얼마나 훌륭한 인격자인가 하는 것은, 그가 얼마나 유혹적인 몸을 가지고 있는가를 먼저 판단한 다음 검토되는 조건이다. 외모가 추한 여성에게 높은 지성이나 용기는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이런 여성에게 흔히 따라붙는 수식어를 떠올려보라. “독하다” “남자 같다” “무섭다” 아니면 그냥 “못생겼다”.

이 책은 위대한 고대 철학서부터 현대 문학에까지 줄기차게 이어지는 어떤 구별에 주목한다. 여성을 질료-몸과 연관시키고, 남성을 형상-정신과 관련 짓는 개념이다. 질료(재료)는 형상이 되기 위해서만 존재하며, 언젠가 썩어 문드러지는 무의미한 존재일 뿐이다. 정신은 썩을 일이 없으니 불변한다. 젊은 시절 아름다운 몸도 늙으면 흉해진다. 그렇기에 육체로만 가치가 논해지는 여자는 본질적으로 추하며, 결국은 추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념은 심지어 도덕적인 낙인으로 이어졌다. 철학자와 가톨릭 사제, 작가, 의사 등 고대 이후 사회 주류층 남성에 의해 작성된 수많은 문헌과 문학작품, 그림들은 여성-육체의 존재-추함(결함)의 공식을 만드는 기반이 됐다.

이 책은 여성의 외모를 향한 혐오와 권력관계의 오랜 역사를 추적한다. 여성의 존재 이유를 오로지 출산에서만 찾으면서, 그 존재 이유를 만족시키지 않거나 거부하는 여성 유형을 가장 추한 존재로 매도해 온 역사도 꼬집어낸다. 비혼 여성, 지성을 추구하는 여성, 반항하는 여성을 두고 노처녀 히스테리, 잘난 척하는 여자, 드센 여자 등 다양한 표현으로 공격하며 이들의 ‘추함’을 드러내려 애써온 역사 말이다.

피나는 투쟁을 통해 지위가 높아진 현대 서구 사회의 여성들조차도 외모의 영역에서만큼은 굴레에 갇혀 있다. 아무리 똑똑한 여성이라도 못생겼거나 뚱뚱하면 “자기관리를 못 한다”는 비난을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부당한 시선의 피해자이면서도 그 비난이 옳다고 생각하고 자기 비하에 빠진다. 조금이라도 더 예뻐지려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저자는 말한다. “미추의 치열한 전쟁터가 된 여성의 몸, 이미 너무나 내면화돼 ‘나’의 일부가 돼버린 아름다움과 추함의 도그마를 어린 친구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를 희망하며 이 책을 기획했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