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려 전유물서 일반인에 확산
- 부산 홍법사 등 20여개 사찰
- 1500여 명 불교신도 정진 중

안거(安居)는 여름(4월 16일~7월 15일)과 겨울(10월 16일~1월 15일) 두 차례 승려들이 한 곳에 모여 외출을 금하고 수행하는 제도다. 안거에 몇 번 참여했느냐는 승려의 수행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승려나 아주 신심 깊은 신도의 전유물이었던 안거가 일반 불교신도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15일 ‘무술년 재가하안거’에 참여한 불교신도 장옥자(왼쪽), 김진규 씨 부부가 부산 동구 자택에서 108배 수행을 하는 모습.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대한불교조계종부산연합회(회장 심산 스님)는 지난 7일 부산 홍법사에서 ‘무술년 재가하안거 수행 입재법회’를 열었다. ‘재가하안거’란 재가자, 즉 일반 불교신도가 참여하는 하안거다.

조계종불교연합회는 2014년 겨울 재가안거 프로그램을 기획해 매년 여름·겨울 시행하고 있다. 처음엔 승려들처럼 3개월간 지내다, 두 달로 기간을 줄였다. 올해 재가하안거에는 홍법사를 비롯해 대광명사 혜원정사 등 20여 개 사찰의 1500여 명 불교신도가 참여해 6월 14일부터 8월 10일까지 정진한다.

재가안거는 일상생활과 수행을 병행한다는 점이 승려들의 안거와 다르다. 일상생활을 하되 평소보다 불교식 수행에 좀 더 집중하는 기간으로 안거를 활용한다. 수행은 작은 선행부터 재가자의 사정에 따라 하루 동안 실천할 수 있는 기본적인 수행을 사찰별, 개인별로 선택한다. 수행 종류는 삼귀의, 수행서원문 염송, 참선, 사경, 경전 7독, 기도문·발원문 염송, 108배 등이 있다. 날마다 수행의 결과를 수행록에 기록하고, 수행을 무사히 끝내면 안거증도 받는다.

재가안거 프로그램은 불교신도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평소 어렵게 느껴지던 스님들의 격려를 받으며 불교 교리와 수행에 가까이 다가가고, 자신의 일상을 점검하고 바로잡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홍법사 신도 김진규(62·부산 동구), 장옥자(60) 씨 부부도 재가안거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재가안거 초기부터 매 하안거·동안거에 참가하는 이들 부부는 ‘암’을 수행으로 극복했다. 부인은 5년 전, 남편은 3년 전 암 선고를 받았다. 한때 좌절에 빠진 부부를 일으켜 세운 힘은 불교 수행이었다. 기도하고 절하며 투병 의지를 다잡았다. 특히 중국 명나라 묘협 스님이 지은 10가지 격언 ‘보광삼매론’ 중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아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고 하셨느니라’는 구절이 크게 위로가 됐다. 부인은 완치 판정을 받았고, 남편도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부부의 이번 재가하안거 수행 약속은 ‘108배’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함께 108배를 하는 데 30분이 걸린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날엔, 전날 108배를 한 번 더 하는 ‘저축’을 한다. 멀리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108배 수행은 빠뜨리지 않는다. 부부는 “홍법사 신도들과 SNS를 통해 매일 서로의 수행내용을 점검하니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다”며 “부처님 덕분에 행복하고 평안해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