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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12> 소파사운즈의 은밀한 초대

예상치 못한 공간서 만난 뮤지션, 낯설든 반갑든 즐기면 그만!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6-12 18:52:44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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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도, 출연진도 철저히 비밀
- 궁금증과 기대 안고 찾아간 곳은
- 뮤지션의 노래로 채워진 그의 집

- 노현애·정재경이 기획한 공연
- 관객은 편견없이 음악 즐기고
- 가수는 새로운 팬층 넓힐 기회

습관처럼 부산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공연 정보를 뒤지다 수상쩍은 공연 포스터를 발견했다. 다시 꼼꼼히 살펴도 역시 누가 나오는지, 어디서 공연하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관객 신청을 해서 관객으로 선정되면 선심 쓰듯 공연하는 장소를 알려주겠단다. 심지어 출연진은 공연 당일까지 비밀이다. 선거기간의 후보들처럼 열심히 잘 하겠습니다. 꼭 좀 보러 와주세요, 하소연을 해도 객석이 썰렁한 경우가 허다한데 무슨 자신감일까? 아이유나 방탄소년단, 신비주의에 일가견 있는 서태지라도 나오려나?
   
지난달 27일 부산 인디음악인 이광혁 루츠레코드 대표의 집 옥상에서 열린 ‘소파사운즈 부산’ 공연. 방호정 제공
세상에 오라는 데도 많은데 자발적으로 번쩍 손을 들고 신청하는 게 어쩐지 지는 것 같아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애써 무시했다. 근데 정말 이 사람들이 어디서 뭘 하려는 걸까? 멋지게 떠나지 못한 전 남친처럼 ‘소파사운즈 부산’의 수상한 행보를 계속 찾아보았다.

지난 5월 27일에 있었던 공연은 전혀 상상치 못한 곳에서 벌어졌다. 스카웨이커스와 하퍼스의 드러머이자, 루츠레코드 대표인 이광혁의 집과 옥상에서 공연이 펼쳐졌다. 초콜릿벤치와 b9(비나인)이 출연했고, 공연 전, 이광혁의 집안 곳곳에서 루츠레코드 소속 뮤지션이 관객에게 드립 커피를 내려주며 수다를 떨고, 신청곡을 연주했고, 함께 게임을 했다고 한다. 나만 쏙 빼놓고 자기네들끼리만 집에 모여 신나게 어울려 노는 모습을 보니 분했다. 결국 패배한 쪽은 나였다.

   
공연 안내 포스터. 날짜도 출연진 소개도 없는 희한한 포스터이다.
소파사운즈는 ‘Songs From A Room’의 약자로, ‘방으로부터의 음악’ 이라는 뜻이다. 2009년 영국에서 시작해(마치 행운의 편지 같다) 현재 홍콩, 베를린 등등 세계 400여 개 도시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공연 플랫폼이다. 부산에서 음악 관련 일을 해왔던 노현애와 정재경이 이끄는 소파사운즈 부산은 출연 뮤지션의 집이나, 그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자주 가는 아지트, 음악 배경이 되는 장소로 관객을 초대한다. 보통 일반 공연장보다는 좁은 공간이라, 많은 관객과 함께하진 못하지만 59만여 명 구독자를 보유한 소파사운즈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세계 음악팬과 연결돼 있다. 공연 중 촬영을 적극 권장하여 SNS를 통한 홍보도 활발히 하고 있다.

대부분 경우 공연의 성패는 출연진의 인지도로 결정된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춰도 대중적 인지도가 모자란 지역 뮤지션들은 설 자리가 부족하거나, 나만 알고 싶어 하는 소수의 내성적인 골수팬들 앞에서만 공연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소파사운즈 부산은 출연진을 꼭꼭 숨겨 실험적인 공연 형식에 이끌린 편견 없는 관객을 모은다. 특별한 공간에 초대받은 특별한 관객만이 반갑든, 낯설든 간에 어쨌든, 예상치 못했던 뮤지션을 만나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뮤지션 또한 평소와는 달리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 팬 층을 넓혀갈 좋은 기회다.

   
소파사운즈 부산의 실험적인 공연은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뜨겁다. 관객의 재관람율도 높다. 지금 3회째 관객 신청을 받고 있다. 6월 23일에 있을 세 번째 공연은 오는 15일까지 관객 신청 마감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소파사운즈 부산’을 검색하면 된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 예상치 못한 공간에서 예상치 못한 뮤지션의 음악과 만나는 시간은 살면서 흔치 않다. 패배한 경험자로서, 자존심 따윈 부질없으니 당장 신청하라고 충고한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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