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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11> 유기농 펑크포크 가수 ‘사이’

생소한 장르 창시자, 낯설고 신선한 그의 노래가 기대된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5-29 19:01:0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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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토요일 저녁. 부산 남구 경성대 앞 센츄리 빌딩 뒤 골목 지하에 새로 오픈한 라이브 펍 오방가르드에서 싱어 송 라이터 ‘사이’의 공연이 있었다. 부산평화영화제(지난 17~20일) 개막 축하 공연을 위해 부산에 왔다가, 함께 영화도 만들고 밴드도 하며 놀던 고향 친구가 가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또 축하무대에 오른 것이다.

슈퍼백수, 떠돌이 뮤지션, 유기농펑크포크의 창시자 가수 사이.
앞으로 경대 힙스터들의 소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복합 음주문화공간 오방가르드는 매주 주말 크고 작은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포크(folk)의 형식과 펑크(punk)의 태도가 결합된 ‘유기농펑크포크’라는 생소한 장르의 창시자인 사이는 지금껏 후계자나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아 유기농펑크포크 세계에서 왕좌를 지키며 본의 아니게 독재 중이다. 직접 섭외한 게스트인 가수 곡두는 막걸리 당기는 멋들어진 연주와 목소리로 공연을 열었고, 다음 무대에 오르는 사이를 위해 기타셔틀이란 막중한 임무까지 곡두는 수행했다. 자칭 슈퍼백수이자 떠돌이 뮤지션답게, 사이는 자그만 우쿨렐레 하나 달랑 들고 무대에 올라 곡두의 기타를 빌려 신명 나게 노래했다. 과연 어떤 노래인지 노랫말을 소개하자면. ‘…진짜로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는 밥 딜런 밥 말리 존 레넌도 좋지만, 부산 해운대 리베라 백화점 청소하시는 육숙히 씨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노래’(냉동만두)

단단하고 매끈한 차돌멩이 같은 노래다. 가볍고 경쾌한 리듬과 멜로디에 우선 흥이 나지만 대체 저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 사람이지? 게다가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 거지? 궁금해지며 난처해지다 결국 뭐 어떻게 되겠지…하고 다시 신나버리는 요망하기 짝이 없는 노래다.

사이는 1999년 즈음 고향 부산을 떠났다. 영미권 인디 팝을 추구했으나, 주변엔 죄다 거친 록커들뿐이라 온갖 다양한 장르와 취향이 뒤섞인 서울로 향했다. 천만이 모여 사는 서울에 살면서 에너지 문제를 고민했다. 한정된 자원인 석유문명은 언젠가 반드시 망할 것이라 판단하고 생태근본주의자가 되어 산 속 깊이 들어가 직접 집을 짓고 전자기기를 멀리하며 3년간 자급자족하느라 바쁜 와중에 아들 느티와 만났고, 평범한 시골 마을로 옮겨 6년간을 살았다.

내가 처음 사이를 만났을 땐 몇 해 전, 그가 제주도 애월에 연세(월세가 아니다) 70만 원 짜리 집에 살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서울에서 건강하게 사는 법과 다시 시골에 가서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고향 부산으로 돌아오는 것 또한 선택지 중 하나다. 기나긴 여정의 이유는 아마 밤새 얘길 나눠도 모자라겠지만, 어쩌면 점점 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함부로 짐작해본다. 현재 사이가 몰두하며 매일 반복하는 것은 시 쓰기와 복싱이다. 시집을 내거나 아마추어 복싱경기라도 출전할 계획이냐 묻자. 정해진 목표는 딱히 없지만 “그저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아지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시와 복싱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 중인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유기농펑크포크 뮤지션 사이는 이제부터는 과연 어떤 노래들로 또 어떤 신나고 낯선 세상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가 살짝 겁이 날 만큼 기대된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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