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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의 공연예술…한 뼘 더 <11> 함안예술회관에서 느낀 것

공연을 위한 극장, 극장을 위한 공연 … 관객을 위한 극장!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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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5-29 19:06:49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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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0석 작은 규모 공연장이지만
- 백건우와 관객 혼연일체 ‘짜릿’
- 시민만 생각한 기획자 열정 덕분
- 극장의 본질 되새길 좋은 사례

지난 11일 경남 함안군 함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을 보려고 조금 일찍 도착한 함안에는 아름다운 공연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공연장 주변은 잘 정리된 체육시설, 운동장, 주차장이었다. 첫 인상이 참 좋았다. 공연 시작까지 여유가 있으니 오랜만에 시골 풍경도 느낄 겸 차를 몰고 조금 외곽으로 나가보았다. 오월 시원한 바람결 사이로 도로 주변에 높이 솟은 나무가 줄지어 반기고 그들이 전하는 싱그러움은 멋진 공연을 예고했다.
   
공연을 사랑하는 멋진 관객이 많은 공연장으로 입소문이 난 경남 함안군 함안문화예술회관.
조급하게 달려 공연장으로 직행하는 도시인의 상황과는 조금 다르게, 여유 있게 도착해 웃으며 산책하는 관객 모습에서 묘한 여유가 느껴졌다. 대도시 일상과는 조금 다른 듯 닮은 환경. 도시 공연장에서는 조금의 여유가 커피 한 잔으로 이어진다면 이곳에서 조금의 여유는 산책이었다. 이제, 공연장으로 들어가 보자.

490석 대공연장은 매진, 아니 복도에 관객이 앉을 만큼 많은 사람이 모였다. 백건우 공연이라 오늘만 이렇게 많이 모였는가? 아니다. 대부분 기획공연은 매진을 기록하는 공연장으로 이곳은 정평이 나 있다.

관람 태도를 살펴봤다. 아시다시피 백건우 공연에서 연주자의 퇴장은 1부와 2부 사이 휴식시간밖에 없다. 연주자가 입장해 인사한 뒤 연주가 시작되면 1부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 휴식시간이 되어야 연주자는 쉼을 위하여 퇴장한다. 2부도 같은 방식이며, 앙코르도 없다.

   
지난 11일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함안문화예술회관 공연 모습.
이날 프로그램은 특별히 함안 관객을 위하여 베토벤과 쇼팽 피아노곡으로 구성됐다고 주최 측은 알렸다. 어찌됐든,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관객의 수준이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의 적막감 속에 오직 백건우가 연주하는 베토벤과 쇼팽의 선율만이 공연장 전체를 자유로이 흘렀으며, 관객은 연주자의 음악 속에서 새로운 연주자로 등장하는 듯했다. 공연장은 이미 모두가 연주자였다. 필자가 40년이 가까이 다닌 부산의 대부분 공연장에서도 보기 힘든 모습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진지하면서도 행복에 젖은 표정의 관객들을 보며 필자 또한 연주자인지라 이곳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함안문화예술회관이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시작은 힘들었단다. 관객은 모이지 않고, 모인 관객은 공연장을 함부로 대했다. 그러나 공연을 준비하는 계약직 기획자의 극장에 대한 열정과 관객에게 더 좋은 공연을 선사하고픈 정열이 지금의 공연장으로 바꿔 놓았고, 당사자는 계약직에서 전문직 공무원으로 신분도 변했단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은 본인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본질적 물음에 진지하게 다가간 태도와 열정 덕이다.
지난 23일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지난 10년의 숙제를 이제 시작하듯 착공했고, 을숙도문화회관은 극장을 개·보수한 뒤 말러 전곡 연주를 시작했다. 우리 주변에는 끊임없이 변화를 위한 노력이 있다. 도시 어느 한 부분은 해체되고, 또 새롭게 지어지고, 그렇게 반복된다. 이런 빠른 변화 속에 우리가 놓치는 것은 없는지 곰곰 생각해 보기도 전에 모든 일은 정책적 논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어찌 보면 선출직 공무원의 정치공학적 접근일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임종엽 교수가 쓴 ‘극장의 역사’에서 “어떤 하나의 극장이 그 도시의 전통에 근접하거나 한 부분을 되살려내야 할 때 두 가지 양상이 선명해진다. 즉, 건축에서 영원히 되살려내야 할 요소와, 갱신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 도시적 풍경과 연결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극장은 내향적 순수성과 외향적 유기적 구조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의 변화는 그 도시만의 큰 그림 속에, 간직하고 지속시켜야 할 도시의 정신적 영원성을 담아 한다. 이는 예술이 추구하는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건물의 화려함이나 규모의 위엄으로 주눅들게 하는 공간이 아닌, 관객이 정신적 안정을 찾고 새 희망을 그리는 공간, 스스로 위안하고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연 속 공간으로도 충분하다.

   
‘극장이 가지는 내향적 순수성과 외향적 유기적 구조체’를 필자는 “공연을 위한 극장인지, 극장을 위한 공연인지”로 이야기하고 싶다. 서로 눈높이가 다른 것은 자유이지만, 본질을 보는 마음의 높이가 비슷할 때 사회는 미래를 희망적으로 볼 수 있다. 우리 미래는 위용으로 가득한 건물의 규모가 아니라 숨소리마저 작게 하려고 두 손을 입에 가지런히 모으면서도 피아노 연주자에 시선이 고정돼 있던 초등학생의 눈망울에 있다.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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