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를 회복시킬 대안으로 떠오를 ‘졸혼’을 다뤘다.

27일 밤 방송된 ‘SBS스페셜’에서는 황혼 이혼 비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안으로 떠오른 ‘졸혼’에 민낯을 알아봤다.

결혼과 동시에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부부들은 막상 삶에 여유가 생기는 중년 이후 문제가 생긴다. 부부 사이에 대화는 줄어들고 사랑해서 해오던 일들이 의무로만 느껴지며 갈등이 커진다.

(사진=SBS)

2017년 전체 이혼 건수 가운데 황혼 이혼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려 31.2%다. 백년해로 대신 이혼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가면서 부부관계를 회복시켜줄 대안의 하나로 얘기되는 것이 ‘졸혼’이다.

결혼생활에서 졸업하는 만큼 이제까지 해온 의무를 줄이고 각자 독립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막상 졸혼하면 어떤 삶이 펼쳐지는지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

우리는 부부관계를 회복시킬 대안으로 떠오른 졸혼의 민낯을 알아보기 위해 ‘가상 졸혼 프로젝트’를 시도해봤다.

졸혼을 체험하면서 ‘우리’가 아닌, ‘너’와 ‘나’로 마주하는 부부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될까. 결혼생활 23년 동안 남편에게 10첩 반상을 차려낸 아내 강수미 씨는 젊은 시절 거문고 연주자로 활동해왔지만, 결혼 이후 자신의 꿈은 접고 남편을 내조하며 살아왔다.

스스로 90점짜리 아내라고 평할 만큼 현모양처로 열심히 살아왔다. 어느 날 아내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강수미라는 이름 대신,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만 살아온 내 인생, 정말 괜찮은 걸까? 지금이라도 자신의 이름 아래 서보고 싶은 강수미 씨는 남편에게 졸혼을 제안한다.

1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데려가겠다는 결혼 초 약속을 남편 차광수 씨는 23년 동안 지키며 살아왔다.

중견 배우로 자리를 잡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지만, 항상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살아온 그는 갑작스러운 아내의 이런 제안에 당황한다. 졸혼을 남의 집 일로만 생각했다는 남편과 남편의 성공이 곧 자신의 행복이라 여겨온 아내가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결혼생활!

과연 이들에게 졸혼은 행복한 부부관계를 열어주는 열쇠일까, 아니면 또 다른 전쟁의 시작인 걸까?

이안수 씨(61세)와 강민지 씨(58세)는 10년 넘게 따로 또 같이 살고 있다. 남편은 파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아내는 서울에서 일하며 일주일에 한 번, 혹은 예정 없이 즉흥적으로 만난다.

강민지 씨는 최근 정년퇴직을 앞두고 휴가를 받아 남미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지금이 자신의 삶에서 절정기라고 말하는 그녀는 필리핀에서 어학연수 중이다. 이런 삶을 보아온 아들은 여전히 사랑표현을 즐기는 부모님의 졸혼생활에 장점이 더 많다고 말한다.

부부가 함께 사는 게 당연하다는 결혼의 공식을 깨고,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과연 이들의 해피엔딩이 모든 부부에게 통하는 이야기일지는 고민해 볼 문제다.

졸혼이라는 ‘새로운 결혼의 형태’를 경험하는 부부의 모습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함께 늙어가는 행복한 부부가 되는 방법을 고민해본다. 이영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