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명 TV프로그램 방영돼 인기
- 회화 공예 도자 등 25점 엄선
- 초고해상도 사진 200여 점 게재
- 감각적인 글과 학예사 감수로
- 문화재 보는 새 접근법 알려줘

책으로서 천상의 컬렉션은 독자가 우리 문화유산과 만나는, 꽤 매력 있는 방식을 보여준다. 일단, 책을 펼치면 탐스럽다는 느낌이 온다. 지식과 학술이 머리 속으로 걸어오기에 앞서 감성이 먼저 움직이는 느낌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 그 이유가 뭔지 생각하며 책을 뒤적이다 보니 표지에 답이 아예 부제로 나와 있다.

	백제가 만든 바둑판 ‘목화자단기국’. 일본 황실에서 보물 로 전해져내려오고 있다. 사진은 한성 백제박물관에 있는 복제본. 인플루엔셜 제공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하나의 보물’.

이것이 ‘천상의 컬렉션’이 우리 역사와 문화의 걸작을 엄선해 독자 곁에 끌어당겨주기 위해 선택한 접근법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KBS ‘천상의 컬렉션’ 제작진이다. ‘천상의 컬렉션’은 책으로 나오기 전에 TV 프로그램으로 먼저 방영돼 꽤 많은 호응을 받았다. 그 호응의 증표가 ‘천상의 컬렉션’의 인터넷 포스트 전체 조회 수가 30만을 넘었다는 것, 2017년 문화재청이 제작진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는 것 등이다.

	조선 시대 이형록의 ‘책가도’.

방송이든 책이든 ‘천상의 컬렉션’을 만들 때 똑같이 적용된 원칙이 있다. 지은이들이 책의 프롤로그에 밝힌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결국 문화재를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사랑에 빠지지 못한다. 이것이 우리의 문제의식이었다.” “우리도 우리 문화재를 우리 삶의 중심으로 가져오자. 박물관의 유리 진열장 너머가 아니라 무대 위에 올려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하자.” “예술은 역사보다 상상에 관대하다. 문화재는 역사적 사료이기 이전에 하나의 예술품이며, 예술품은 감상자의 자유로운 해석을 허락한다.”

	고려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주는 ‘은제도금주자’.

이런 원칙에 따라 지은이들은 책(방송)에 소개할 ‘천상의 컬렉션’ 목록을 짤 때 엄선을 거듭하되, ‘예술품’으로 접근했다. 회화 공예 도자 조각 전중 가운데 25점을 결국 골랐고, 초고해상도로 찍은 유물 사진을 책에 수록했다. 책에는 사진을 모두 200여 장 실었고, 크게 자세히 볼 필요가 있는 작품은 책 말미에 38쪽 분량의 화보에 별도로 담았다. 마치 TV 화면처럼 책을 만든 셈이다.

여기에 원고는 대중매체의 최전선에 있는 방송인들이 쓴 글답게 가려운 곳을 감각적으로 긁어주듯 서술하고, 깐깐한 박물관인 간송박물관의 탁현수 학예사에게 감수와 해설을 의뢰했다. 이 책에 실린 ‘예술품’ 25점의 목록을 보고는,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문화재가 많지 않냐고 지적할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문을 읽어보면, 흥미성뿐 아니라 지적인 측면에서도 상당한 격을 갖췄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세계 최대의 금관 보유국 신라의 면모가 드러나고, 현대 기술로도 재현하기 어렵다는 0.3㎜ 초미세 금속 세공 예술 세계를 담은 감은사지 사리장엄구가 되살아나며, 일본 황실에 전해진 백제의 화려하기 그지없는 바둑판, 목화자단기국이 살아난다. 내친김에 목록을 조금만 더 살피면, 정선의 ‘신묘년 풍악도첩’, 장승업의 ‘붉은 매화와 흰 매화 열 폭 병풍’, 백자 달항아리,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등도 있다. 가족이 함께 읽어도 좋을 매력 있는 미술사·문화유산 교양서이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