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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30> 어떤 ‘미투’의 기록…삶이 변해야 한다

상대를 존중하는 사회문화 정착이 진정한 ‘미투’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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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문화계 종사자 관련 제보
- 위계관계·강압 없어 기사화 포기
- 다만 진정한 사회 변화 원한다면
- 누구든 배려하는 자세부터 갖길

최근 국제신문 문화부로 제보가 왔다. 문화예술계의 미투(#MeToo) 운동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타인의 일방적 행위 탓에 성적인 수치심을 겪었고, 성적인 문제와 관련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침해당했으며, 그에 따라 일종의 강요된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런 행위를 했다고 지목된 사람이 문화예술단체의 종사자였으므로 우리는 이 제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 시민이 미투 운동으로 우리 사회와 문화를 더 좋게 바꾸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한 문화예술 종사자가 문화예술 관련 행사가 열린 곳에서 동성의 후배와 그의 일행을 우연히 만났고, 반가움에서 비롯된 술자리를 가졌으며, 새벽에 이르러 노래방으로 가게 됐다. 이 자리에서 문화계 인사는 후배 일행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노래방 도우미’들을 불렀고, 후배 일행이 성적인 수치심을 느끼고 강요 또는 억압으로 받아들인 언동을 했다.

예컨대 도우미가 자리에 있는 상황에서 ‘돈은 내가 낼 테니 그 값을 할 만큼 놀아라’ ‘왜 신체접촉(포옹, 접촉, 입맞춤 등)을 하지 않느냐’ 등이다. 이들 사이에 업무 연관성이나 조직적 위계 관계는 없었다. 후배 일행은 자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당사자에게 항의했고, 비록 완전하다고 판단하지 않았으나 일정한 수준의 분명한 사과를 받았다.

우리는 경찰과 법조인을 비롯한 전문적 식견을 갖췄다고 판단한 이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토론하는 등 판단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업무 연관성이나 조직적 위계 관계가 없고 명시적 강요 상황을 있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며 성인인 후배 일행 또한 그 상황을 거부할 수 있었지 않았는가 하는 사유 등으로 이 사안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큰 관심 속에 진행되는 ‘미투 운동’ 영역에는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이론의 여지가 많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와는 반대되는 의견도 있었으나, 그와 같은 의견에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를 따르기로 했다.

그런데 그런 토론과 생각의 과정에서 우리가 뜻밖에 얻게 된 것이 있다. 바로 이런 미처 뜻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개인 간에 일어난 일이 우리 통념보다는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다. 그것에 우리 일상에 스민 문화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또 미투 운동에 관한 접근에서 ‘사건 중심’도 중요하지만 그 밑을 받치며 흐르는 문화적 관점과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핵심을 말하자면, 현재 미투 운동과 위드유 운동의 도도한 흐름에서 비롯된 우리 사회 변화 분위기가 ‘개인의 변화’ ‘일상의 변화’ ‘나의 변화’ ‘문화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한계는 선명할 것이다.

   
미투 운동과 위드유 운동을 통해 가해자를 가려내 처벌하고 재발을 막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흐름이 거기서 그치지 말고, 나의 행위와 언어가 상대에게 성적 수치심과 억압이 될 수 있음을 돌아보는 감수성과 성찰, 그런 성찰이 상대를, 특히 약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우리 사회 문화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미투’에서 찾을 수 있는 의미는 줄어들고 말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이번 제보에서 해당 문화예술인의 행위와 이에 상처받은 제보자의 마음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문화의 차원’에서 보려는 이유이다. 삶이 바뀌어야 한다.

문화부장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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