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린 글 엮어 ‘그 생각…’ 출간 

- “무슨 일을 하든 짬을 허용할 것

- 기쁘게 바쁘고 즐겁게 지쳐라”

도심 속 고즈넉한 사찰 부산 연제구 ‘혜원정사’. 주지 원허 스님은 매일 아침 공양 전 정성스럽게 짧은 글을 한 편 쓴다. 6년 전부터 일요일을 뺀 주 6일 아침, 3가지 종류의 SNS에 글을 올려 신도들과 소통한다. 부처님 경전, 수행과 삶 속의 사유, 일상과 생각을 솔직하게 쓴다.

원허 스님이 SNS에 올린 글 등을 모아 책을 펴냈다. 지난 15일 나온 ‘그 생각, 놓아도 괜찮습니다’(담앤북스)이다. 지난 17일 혜원정사에서 만난 원허 스님은 “서점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보다가 ‘나는 어떤 생각을 놓아야 하지?’하는 화두를 던지려 제목을 이렇게 지었다”고 말했다.

스님은 2014년에도 SNS 글을 엮어 ‘세상을 물들이는 멋진 아침’을 냈다. 이번 책까지 두 권 다 ‘SNS 소통’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다. SNS를 시작한 계기는 사찰 부속 어린이집 학부모들에게 아이들 모습과 활동상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온라인 소통의 중요성을 느낀 스님은 페이스북, 네이버 밴드, 카카오스토리에 계정을 만들어 전국 불자들과 인연을 만들어 갔다.

“신도님들이 부처님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죠. 지금은 부처님 말씀은 물론 저의 솔직한 생각과 견해도 써요. 댓글과 ‘좋아요’를 보면 매일 아침 조금 힘들어도 멈출 수가 없어요.” 스님은 이번 책에 쓴 ‘무슨 일을 하든 짬이 생기게 할 것’을 강조했다. “‘기쁘게 바쁘고, 즐겁게 지쳐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바쁘게 일하는 것을 즐기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괴로운 것은 피해야 합니다. 그래서 여기에서 빠지면 안 될 게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잠시 멈추고 짬을 허용하십시오. 그때 에너지가 생기고 원기가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그 순간 자신만의 세상이 열립니다.”

원허 스님은 부처님오신날(22일) 행사를 준비하면서 두 가지 메시지가 떠오른다고 했다. 먼저,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 “우리 다인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다도를 하면 다기나 복장에 점점 욕심을 내게 됩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하는 것이 수행하는 사람의 마음이지요.” 다음은 예기(禮記)에 나오는 ‘물위걸용지인(勿爲乞容之人)하고, 능위서타지인(能爲恕他之人)하라’다. “방장 스님이 제게 주지를 맡길 때 하신 말씀입니다. 용서를 비는 사람이 되지 말고 능히 남을 용서하는 사람이 되라는 뜻입니다. 우리 불자들이 용서를 빌 잘못을 반복하지 말고, 타인을 용서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원허 스님은 지리산 쌍계사에서 고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해인사 강원, 율원, 선원을 모두 거치며 수행자로서 길을 걷고 있다. 쌍계사 주지를 지냈고, 현재 쌍계총림 쌍계사 율주이자 율학승가대학원장이며 사회복지법인 혜원 대표이사도 맡고 있다.

한편 다음 달 9일 혜원정사의 자랑 ‘혜원문화축제’가 열린다. 주요 프로그램 ‘제21회 혜원백일장’에는 초중고교생 300여 명이 참가해 교육부장관상을 놓고 글솜씨를 겨룬다. 김연수 소설가, 문태준 시인 등 유명 문인이 심사해 눈길을 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제17회 혜원음악회’가 이어진다. (051)866-7771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