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정현은 1996년 펴낸 장편 ‘아버지’가 ‘국민 소설’로 등극하면서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김정현의 최근작이 고대사 장편소설 왕의 길이다. 2000년 이후 작가는 동아시아 역사에 깊은 관심을 두고 중국 등 동아시아를 답사하고 공부했다. 일정한 ‘발효 기간’을 보낸 뒤 2015년부터 신라 고대사와 교류사에 집중한 ‘황금보검’ 등 역사소설을 내놓았다.
‘왕의 길’은 한민족 고대사를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했다는 점에서 매력을 발산한다. 우리의 오늘과 미래를 비추는 거울로서 역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긴장미와 존재감은 두드러진다. 1800여 년 전인 기원후 230년께 지금의 경북 김천지역에 실제로 있었다고 ‘삼국사기’ 등에 나오는 감문국(甘文國)이 배경이다.

김천의 위치를 보면, 서쪽에 덕유산을 품은 전북 무주와 경남의 깊은 고을 거창이 있고 남쪽은 대구와 경주가 잇달아 있다. 북쪽은 추풍령과 충북 영동이다. 서울~부산 KTX가 김천을 관통하며, 김천 한가운데를 흐르는 감천 주위로 기름진 들판이 펼쳐졌다. 이를 한국 고대사 버전으로 바꾸면 서쪽엔 백제, 남쪽엔 신라와 가야, 북쪽엔 고구려가 있고 들판은 기름지며, 물은 풍부한데, 교통까지 요충이었다는 뜻이다.

‘왕의 길’은 이처럼 강대국에 둘러싸인 요충지의 작은 나라, 감문국의 고뇌와 투쟁과 선택과 운명을 생기 넘치게 풀어냈다. 감문국은 ‘너무 작은’ 것도 아니어서 주변 강대국이 행여 감문국이 반항할까, 상대국에 붙을까 긴장하게 했다. 자, 이제 감문국이 처한 환경이 현대의 어떤 나라와 비슷한지 감이 오시는가? 그렇다. 바로 한반도다. 이 역사소설의 ‘긴장미’는 이렇듯 남 얘기나 먼 얘기 같지 않다는 데서 나온다. 조봉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