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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정두환의 공연예술…한 뼘 더 <9> 금난새 ‘베토벤 심포니 사이클’ 들으며 지역을 생각함

예술인들 부산서 자리 지키도록 문화적 토양부터 만들어야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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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4-24 18:38:18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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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에 지원 인색한 기업·재단
- 남은 예술가들에 희망 심어주고
- 부산출신 소개하는 유학파보다
- 고향서 묵묵히 연주활동 하는
- 그들을 키워줄 문화환경이 필요

지난 토요일(21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지휘자 금난새와 뉴월드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심포니 사이클 Ⅶ’ 연주회가 있었다. 부산의 음악인들을 비롯해 많은 애호가의 관심 속에 2017년 시작해 모두 10회로 예정된 기획 연주회 중 7번째 연주였다.
   
지난 21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금난새가 지휘하는 뉴월드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심포니 사이클 Ⅶ’ 연주회가 열리고 있다. 정두환 제공
늘 그렇듯이, 이날 연주는 고전주의 음악인 베토벤의 교향곡과 상대적으로 조금 성격이 다른 시대의 음악 그리고 조금은 부드러운 협주곡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박진형의 피아노 협연으로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1번 마단조, 작품 11’로 문을 열었다. 박진형은 현재 연세대학교 음대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는 소개가 무색할 정도로 정돈된 연주를 들려주었다. 그의 재능은 일찍이 금호 영아티스트 오프닝 콘서트 연주를 비롯해 체코 프라하 봄 국제음악축제 연주, 경기도문화의 전당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라는 소개 글이 대변하고 있었다.

긴 서주를 뒤로하고 펼쳐지는 첫 화음의 간결함과 유연한 선율의 흐름을 들으면서 연주자가 얼마나 많은 생각과 연습을 하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깔끔한 터치와 간결한 흐름은 본질을 정확하게 짚어가는 힘을 내재했음을 이야기했다. 2악장 로망스 부분은 쇼팽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직하게 그리고 소곤소곤 속삭여주었다. 마치 연주자가 지금 빠져있는 진행형의 사랑을 이야기하듯 말이다. 연주자의 음악이란 연주자 스스로를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의 언어를 재발견해서 연주자의 언어로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마치 이야기꾼처럼.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을 이야기를 말이다. 오늘 참 좋은 젊은 연주자를 만났구나 싶어 마음 따뜻해진 시간이었다.

이어 금난새와 뉴월드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제7번 가장조, 작품 92가’ 연주되었다. 연주되기 전 금난새의 짧은 곡 설명이 있었다. 이는 금난새와 청중을 이어주는 그만의 방식이기도 하다. 1악장의 강인한 서주와 함께 이어진 음악을 들으면서 금난새와 함께하는 젊은 연주자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진지하게 연주하는 젊은 음악인들, 앞으로 많은 시간을 음악으로 살아갈 그들에게 미래를 펼쳐 보이고자 노력하는 지휘자 금난새는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지휘자 금난새는 오케스트라를 통해 그가 발견한 베토벤에 대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원들도 그 이야기를 정말 열심히 듣고, 공감한 뒤 다시금 우리에게 들려준다. 우리 또한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우리 모두 참 좋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도달할 때쯤 2악장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좋은 연주를 들려줬다. 참 좋은 경험을 많이 하고 있는 단체의 연주를 들은 뒤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금난새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지휘자이다. 지휘(음악)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새롭게 정립하고자 하였고, 다양한 음악적 실험으로 많은 관객을 확보한 지휘자이다. 관 주도형 오케스트라 시장에서 ‘벤처 오케스트라’를 1998년 창단할 정도로 한발 앞서 활동하는 음악인이며,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로 진가를 발휘했다. 부산에서 열리는 ‘베토벤 사이클’만 보아도 2017년부터 2018년으로 이어지는 총 10회 기획을 부산의 대표적 문화예술기관인 부산문화회관과 부산문화재단이 지원하고 고려제강이라는 굴지의 기업체도 지원한다. 부산 음악의 현실로 볼 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지원이다.

부산 음악인들에게는 인색한 두 재단이 금난새에게는 왜 이토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일까? 지원금 또한 부산 음악인은 상상 못 할 금액. 부산 음악인의 현실을 돌아보는 필자의 가슴에는 미세먼지가 낀 듯했다. 부산의 밝은 미래들이 서울로, 유학으로 떠나는 현실이 겹쳐진다. 음악인들의 “부산 출신입니다”라는 자기소개는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산에서 함께 부산 음악을 키우는 작업을 충실히 하며,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현재 진행형의 부산 음악인들에게 의욕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일을 하는 것 또한 재단의 역할이다.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리’를 지키는 예술인들에게서 희망을 지우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가끔 찾아오는 이에 대한 환영보다 현실을 묵묵히 인내하며 문화적 토양 만들기 작업을 하는 지역 예술인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일 것이다. 결국, 지역의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역할은 그들 몫이기에.

음악평론가·문화유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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