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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의 TV…태래비 <8> MBC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

나도 이제 잘 살고 있으니, 누가 내 인생에 참견 좀 해주세요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4-17 19:03:36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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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니저 30명이 떠나간 개그맨
-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방송인
- 폭소 자아내는 관찰방송 뒤에는
- “나 이만큼 단단해졌어요” 하고
-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굳은살 있어

연예인도 아닌데 ‘연예인병’ 들었다며 친구들은 종종 나를 비난한다. 그러나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불치병인 관심병 때문인지 그 충고도 관심받는 것 같아 즐겁다. 온갖 신나는 사건, 찌질한 사건 가리지 않고 다 모아 sns에 업로드하면 그리 뿌듯할 수가 없다. 그저 신난다.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은 그런 내 병을 더 가중시켰다.
   
MBC예능 ‘전지적 참견시점’에 출연중인 개그맨 이영자(왼쪽)와 유병재.
내 지인이 나에 대한 고민을 만천하에 알린다. 카메라가 나를 따라다니며 무엇이 문제인지 예능 중심적으로 촬영하고 편집한다. 패널들은 그걸 보며 지적하고 박장대소한다. 지적과 웃음이라니, 나 같은 관심종자에게 얼마나 큰 대리만족인가. 매니저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선물을 주는 이영자의 일상, 매니저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유병재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카메라는 의도적인 코미디에 집중하지 않는다. 가장 자연스러운 일상, 조금, 아주 조금 가미한 작위, 그걸 속속들이 엿보는 패널들은 할 수 있는 한 가장 자연스러운 리액션을 선보인다.

이영자는 맛집 리스트를 핸드메이드로 예쁜 파일 첩처럼 만들어 꺼내보며 끼니때마다 매니저에게 설명해준다. 그녀가 촬영하는 장소 근처로 탐색해 놓은 그녀만의 메뉴판이다. 그림과 사진, 먹는 방법까지 색색깔 펜으로 자세히 적혀있는 파일을 보며, 그녀는 매니저에게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까지 자세히 가르쳐 준다. 의성어를 많이 넣어 호로록 소리가 저절로 나게 자세히 맛을 묘사해주면, 매니저는 꼭 그녀가 알려준 방법 그대로 밥을 먹는다.

2회에서 매니저는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그녀가 정해준 대로 쇠고기 국밥을 먹었다. 먼저 국물 맛을 보고, 세 점의 고기를 세 번에 나누어 한번은 콩나물과 함께, 또 한 번은 국물에 적신 밥과 함께.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한 시민은 원래 주문한 순두부를 취소하고 그 국밥을 먹기 위해 카운터로 달려가고야 말았다. 취소가 가능한지 그가 안절부절 기다리는 동안, 방송은 뜸을 들이고, 마침내 순두부를 취소하는 데 성공했을 때 모든 패널이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를 보냈다. 취소됐어! 이제 국밥을 먹을 수 있어!

유병재는 방송을 하기 전부터 함께 살았던 친한 형이 매니저인데, 같이 산 기간이 길다 보니 집에서도 밖에서도 부부처럼 꼭 붙어 있다. 유병재 덕에 덩달아 유명해진 매니저는 sns활동을 활발히 하고, 유병재는 그가 출세해서 자신을 떠날까 봐 전전긍긍한다. 이영자가 매니저에게 옷과 맛집 리스트까지 퍼주는 이유도 비슷하다. 30년 방송생활을 하는 동안 30번이나 매니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누나 저 할 말이 있는데 …’라는 서두가 나오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는 그녀는 이별과 상처에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조카 손자까지 둔 할머니가 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인연이 그녀를 스쳐 갔을 것인가,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유병재가 방송을 하고 멋진 콘텐츠 제작자가 되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상실이 그를 흔들었을 것인가.

카메라가 찍는 출연자들의 공통점은 참 오랜 시간과 고통이 그들을 만들었단 것이다. 견디고 승화하고 남은 재로 시청자를 웃게 하는 그들의 일상엔 굳은살이 단단히 박였다.

   
나도 그러고 싶은지 모른다. 나 이만큼 단단해졌다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건지도. 그럼에도 내 일상은 재미있다고, 나 잘살고 있다고, 나처럼 우울했던 사람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세상에다 대고 외치고 싶은 건지도. 나이트 무대로 시작한 이영자와 키 작고 소심한 남자였던 유병재의 어디 저 끝쯤에 관심받고 싶어 하는 소시민 김유리가 있지 않을까. 누가 내 인생에 참견 좀 해줬으면 좋겠다. 전지적 시점으로.

작가·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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