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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식용견…한국의 개, 버려지고 죽어간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하재영 지음/창비/1만5000원

  • 국제신문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18-04-13 19:21:22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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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호소·번식장·도살장까지
- ‘개 산업’의 실태 취재하고
- 유기견·개고기 문제에 접근
- 생명에 대한 태도 점검하는 르포

유기견 보호소의 개들은 열흘 안에 양육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당한다. 유기견 문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안락사 없이 보호소가 운영될 것 같냐”고 항변하는 데도 이유는 있다. 버려지는 개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개를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데 유기견을 입양하는 사람은 턱없이 적다. 이들이 원하는 건 조그맣고, 예쁘고, 품종 좋고, 안 아프고, 얌전하고, 안 짖고, 털도 덜 날리는 개인데 유기견 보호소에 그런 개는 없다. 아니, 그런 개는 원래 없기 때문에 그 많은 개들이 버려지는 것이다.
   
유기견 보호소에 들어온 강아지의 불안한 눈망울. 하재영 작가는 “끔찍한 방법으로 ‘대량생산’한 개는 쉽게 팔려나가고 쉽게 버려진다. 그중 상당수는 개고기가 된다. 한국의 ‘개 산업’은 그렇게 유지된다”고 말한다. 국제신문 DB
그럼 유기견 문제는 개를 쉽게 데려다가 쉽게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생기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을 쓴 하재영은 “아니다. 그건 다 제대로 된 동물 관련법을 만들지 않는 정부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설가인 저자는 치와와 ‘피피’를 떠맡다시피 키우게 되면서, 동물도 쾌락과 고통을 느끼고 감정을 가진 개별적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됐다. 피피 같은 존재가 버려지는 현실이 궁금해졌고, 그에 관한 르포를 쓰기로 결심했다. 번식장, 보호소, 도살장을 취재하고 그 과정에서 만나 업자, 봉사자 등 다양한 사람을 인터뷰했다.

번식장은 펫숍에 전시되는 귀여운 강아지들의 고향이다. 번식장의 개들은 겹겹으로 쌓인 배설물 위 우리에서 일생을 보내며, 강제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다. 강아지를 뽑아낸다고 해야 맞다. 번식장 개 수명은 평균의 반도 안 된다. 동물보호 봉사자들은 “그 환경에서 목숨을 부지하느니, 빨리 죽는 게 천국”이라고 말한다. 새끼를 반복해서 뺏긴 어미 개들이 미치는 건 흔한 일이다. 이렇게 태어난 강아지들은 경매장을 통해 펫숍으로 가서 쉽게 팔린다. 그리고 쉽게 버려진다. 작은 개 선호 경향 때문에 근친 교배로 억지로 크기를 줄인 강아지들은 온갖 유전병을 안고 태어난다. 의료비가 많이 들어서, 아픈 개는 싫어서 버린다. 영원히 작을 줄 알았던 강아지가 자라면 귀엽지 않아서 버린다. 개 짖는 소리가 커서, 너무 까불어서 버린다. 이 개들은 대부분 안락사된다.

보호소에도 못 간 개들은 개고기가 된다. 한국의 ‘펫 산업’은 이렇게 충격적인 방식으로 유지된다. 버려진 반려견은 언제든지 식용이 될 수 있다. 불법 번식장이 개를 쏟아내서 공급이 넘쳐도 넘치는 공급을 개고기라는 수요가 감당하고, 번식장은 또 굴러간다. 개 식용 문제를 논하지 않고는 유기견 해법도 찾을 수 없다.

   
한국에서 개의 고통을 말하는 사람이 비난받는 일은 흔하다. ‘개 드시는’ 상사와의 회식을 회피한 부하 직원은 꼭 한 번쯤 이런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친다. “개는 안 되고 소는 되느냐.” 저자는 말한다. “인간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동물을 대변하는 일은 또 다른 형태의 종차별주의라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인간과 다른 종의 고통을 생각한다는 건) 인간에게만 향하던 시선을 바깥으로 확장하는 일이고, 다른 종의 타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점검하는 일이다. (개의 고통을 이야기하며)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연민을 확장하는 인식의 변화가 어딘가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오랜 기간의 취재·자료조사가 뛰어난 필력을 만나,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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