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 혼자 감당할 영화라 욕심
- 요즘 아역들 연기 잘하고 의젓
- 관객이 느낄 감성 남겨두고자
- 가족애 다뤘지만 눈물은 절제

‘영원한 배우’ 이순재가 7년 만에 출연한 가족 영화 ‘덕구’(개봉 5일)로 뜨거운 눈물을 자아낸다. 할아버지와 두 손자의 이야기를 담은 ‘덕구’는 덕구할배가 죽음을 앞두고 세상에 남겨질 둘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로, 탄탄한 이야기 전개와 이순재와 아역 정지훈, 박지윤의 연기가 빛난다.

	어린 두 손자를 키우던 덕구할배가 죽음을 앞두고 세상에 남겨질 둘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 ‘덕구’.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순재는 “늙은이 이야기고, 할아버지와 손자 이야기니까 90%는 내가 감당해야 할 영화라서 욕심이 났다”며 “수천 편의 시나리오를 봐왔으니 시나리오를 보면 어떤 만듦새가 될지 안다. ‘덕구’는 아주 자연스럽고, 억지설정이 없더라. 게다가 내 심금을 울렸으니 괜찮겠다, 해볼만 하다고 생각해서 출연하게 됐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순재는 촬영 당시 열 살인 정지훈 군과 다섯 살인 박지윤 양과 연기를 해야 했다. “지금은 같이 늙어가지만 강남길이나 윤유선과도 초등학교 때 연기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진짜 연기 잘한다. ‘덕구’는 덕구 역을 맡은 아역이 중요해서 걱정했는데, 오버할까봐 걱정일 정도로 잘 하더라”며 정 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다섯 살인 지윤이는 촬영장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하며 많은 도움이 됐다. 추운 날씨에도 짜증 한 번 안 부리고 연기하는데 참 예뻤다”며 능청스럽게 손녀 역을 해낸 박 양도 함께 칭찬했다.

병으로 입원해야 하는 덕구할배는 손자들을 위탁가정에 맡겨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는다. 할아버지와 헤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들과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흐르게 된다. 그런데 이순재는 이 장면에서 눈물이 없는 절제된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가 눈물을 많이 흘리면서 감정을 다 보여주면 관객들이 느낄 몫이 없어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관객은 방관자가 된다. 과거 대선배님들이 신파 연기를 할 때 “불효자는 타향에서 웁니다”하면서 눈물을 펑펑 쏟는 신파연기를 했는데, ‘덕구’에서는 관객의 감성을 건드리는 절제된 연기가 필요했다”고 요즘 트렌드에 맞는 메소드 연기를 설명했다.

	영화 ‘덕구’에서 어린 손주들을 키우며 사는 덕구할배를 연기한 이순재. 이용우 기자

62년간 연기하며 수많은 배역을 맡아 다양한 연기를 보여준 이순재는 눈여겨보는 후배 배우들에 대해서 언급했다. “영화 쪽에서 보면 최민식, 송강호, 이병헌, 김명민이 역할마다 변신하려는 자세가 보인다. 그런 연기는 성공하든 실패하든 배우의 노력은 관객에게 전달된다”며 “그들에게 “(연기를) 평생 해”라고 격려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최근 한국영화에서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 ‘비밥바룰라’의 신구, 박인환, 임현식 등이 주연을 맡아 노배우의 농익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순재 또한 맏형으로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누구보다 활발한 연기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데, “나와 신구, 최불암이 출연하는 세 집안의 늙은이 시트콤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한 드라마 PD에게 말했었다. 우리는 그냥 곁다리 배우가 아니라 드라마 시청률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인물들이다. 실제로 한 드라마에 참여할 때 뒷방 늙은이처럼 연금이나 타먹는 사람이 아니라 시청률 기여하겠다는 의지로 덤빈다”며 식지 않은 연기 열정을 내비쳤다. 그리고 “‘덕구’는 가족애를 그린 영화다. 정을 나누는 사회, 정을 나누는 문화가 ‘덕구’를 통해서 퍼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그의 바람이 올 봄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