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책 읽어주는 남자] 페미니즘은 어떻게 남성과 연대해 나갈 수 있을까 /박진명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 - 박소현 오빛나리 홍혜은 이서영 지음/아토포스/1만3500원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3-30 19:01:59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저자 4명이 풀어놓은 다양한 여성의 삶
- 가정 직장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억압
- 담담하지만 세밀하게 들려줘 공감 얻어
- 그동안 외면한 그들 이야기 귀기울여야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나랑 결혼한 이유가 내가 만만했기 때문이라고. 자상한 것도 아니고, 잘생긴 것도 아니고, 돈 많은 것도 아니고 만만했기 때문이라니. 나는 최근에서야 나의 만만함이 어떻게 한 여성에게 남편감의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는지 비교적 뚜렷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3·8세계여성의날을 기념해 지난 8일 서울에서 열린 ‘제1회 페미 퍼레이드’ 참가자들이 ‘미투(METOO)&위드유(WITHYOU)’운동을 지지하는 피켓과 흰색 장미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82년생 김지영’을 통해 파편적으로 들어왔던 여성의 삶을, 전 생애를 놓고 펼쳐보니 숨이 턱 막히더라. 대부분 여성이 겪고 있지만 그동안 공적으로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것 정도로 이해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MeToo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민낯은 은폐 정도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겪은 차별과 폭력을 말할 수 없고 들어주는 이도 없는, 그야말로 이야기의 무덤이었던 셈이다.

도움을 청할 곳 없으니 분노하고, 자책하고, 그것도 힘겨워 마음속에 꼭꼭 묻어둔 채 잊은 척 모른 척 마음의 병을 키우며 살아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꾹꾹 눌러 담아 속으로 곪던 이야기들이 작은 구멍 하나둘 더해지자 공감과 용기로 터져 나오는 중이리라. 이 지경에 이르니 비교적 경계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남성인 내가 보고 듣고 말하며 지나왔던 세계가 그녀들의 세계와 같지 않았던 것은 확실한 듯하다.

지극히 사적인 페미니즘은 4명의 여성이 들려주는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을 기혼여성이자 이름 없는 아줌마로 환원하는 일상에 맞서는 첫 필자는 흔히 엄마라는 존재에게 요청되는 헌신이라는 가치와 태도가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할 출산과 육아라는 문제를 여성 개인에게 떠넘기는 알리바이가 된다고 지적한다. 여성 게이머인 두 번째 필자는 가슴 큰 캐릭터를 통해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할 뿐 아니라 남성 전사 캐릭터의 보조자 이미지로만 머물게 하는 게임의 문법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렇다 보니 여성이 즐길 게임 자체가 적은 현실뿐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게임 과정에서 겪게 되는 무시와 희롱과 차별도 지적하며 여성이 취할 수 있는 생존 태도를 무려 8가지 유형으로 서술한다.

세 번째 필자는 최근 페미니즘의 경향이 결혼 이후 여성의 삶, 중년 여성의 삶, 가난한 여성의 삶을 누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면서 그 세 개가 겹쳐 있던 엄마의 삶을 다시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리고 더 많은 여성이 자기 이야기를 쓰게 된 것에 기뻐하면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다층적인 여성들 간의 자매애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네 번째 필자는 페미니즘이 어떻게 남성을 수렴하고 연대해가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가부장제 속 이해 당사자이기도 하고, 실제로 강력범죄에서는 여성에게 치명적이기도 한 남성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방식은 당장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결국 변화를 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네 사람의 이야기를 더듬어가며 읽었다. 명료하게 이해되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읽으면서 어떤 부분에서는 회로가 끊겼고, 어떤 부분에서는 흠칫했으며, 어떤 부분에서는 공감의 여지를 발견했다. 조금은 낯선 이 이야기들을 끝까지 읽은 이유는 이 세계가 더는 여성이 간직한 이야기의 무덤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리고 만만한 나와 아내가 왜 결혼했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누군가 누리던 권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나눠 가지는 것이 연대’라는 이야기에 공감하며 더 많은 여성의 삶이 주체적으로 발화되기를 응원한다.

기획자·청년정책활동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부산교통공사
우리은행

 많이 본 뉴스RSS

  1. 1시큰시큰 무릎 통증, 운동·줄기세포 치료로 초기에 잡으세요
  2. 2다저스 107년 최저 방어율 갈아치운 류현진
  3. 3월드컵 부진 비난 받은 김정민 “팬·동료 위로에 안정 찾았어요”
  4. 4기독교 애니메이션 영화 ‘천로역정’ 극장 개봉 호평
  5. 5“세계적 영향력 인정” BTS, 미국 라디오음악상
  6. 6관절·척추 전문서 전문센터형 지역 거점 종합병원 도약
  7. 7태광그룹 총수일가, 계열사에 김치·와인 강매
  8. 8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17> 안무가를 위한 옹호
  9. 9희수 넘어 귀향한 ‘동양의 모차르트’…피아니스트 한동일의 인생 연주
  10. 10‘농구 황제’ 꿈꾸던 우들랜드, 생애 첫 US오픈 제패
  1. 1여야 4당, 한국당 뺀 6월국회 소집요구…20일 개문발차
  2. 2윤석열 어록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냐”
  3. 3이해찬 "참을만큼 참았다"…'6월국회 소집' 결의
  4. 4막말 논란 한선교 사무총창직 사퇴… 욕설·‘걸레질 등 잇단 막말 탓인가
  5. 5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직 사퇴
  6. 6새 검찰총장 윤석열 지명…고검장 건너뛴 ‘파격’
  7. 7막말 논란 한국당 한선교 사무총장 사퇴
  8. 8부산 한국당 내년 총선 성적 ‘신주류 3인’ 협업에 달렸다
  9. 9청와대, 적폐 청산·검찰 개혁 가속 의지…검찰 인사태풍 예고
  10. 10소득주도성장위 “성과 내고 있다…정책기조 유지해야”
  1. 1태광그룹 총수일가, 계열사에 김치·와인 강매
  2. 2경남은행, 지역 자영업자에 광고·언론홍보 등 지원
  3. 3금융·증시 동향
  4. 4한은 기준금리 낮추기도 전에…은행권 예금이자 줄줄이 인하
  5. 5미중 마찰 장기화 땐 국적선사 실적악화 불가피
  6. 6주가지수- 2019년 6월 17일
  7. 7바다 위 ‘극지연구소’ 60여 종 첨단장비에 엄지척
  8. 8항운노조 비리고리 못 끊는 정부
  9. 9공항 앞 아시아 최고 항공산단…부산, 싱가포르를 배워라
  10. 10부산 카드 연체액 급증…1인당 290만 원 전국 최고
  1. 1이번주 전국 날씨 18~19일 비 소식, 주말도 흐려요
  2. 2로또 1등이었는데… 도둑으로 전락한 30대 경찰 붙잡혀
  3. 3홍콩 시위 이유 ‘홍콩 송환법’… 보류 결정, 시위대 요구 이어져
  4. 4윤석열 ‘검찰 내 최고자산가’… 재산 ‘검찰 평균 3배‘ 지적, 사실은
  5. 5文 대통령 차기 검찰총장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지명
  6. 6로또 1등 당첨자가 도둑으로 전락하기까지 ‘딱 8개월’
  7. 7검찰 초대형 인사태풍 예고…검사장 절반 이상 교체될 듯
  8. 8방탄소년단 팬미팅 암표판매상 적발…"플미충 아웃"
  9. 9검찰총장 직행 '파격' 윤석열…소신·정면돌파 스타일 '강골'
  10. 10박남춘 시장 개선 약속…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어떤 사건
  1. 1이강인 “전세진 엄원상 형 누나들에 소개해주고 파”
  2. 2류현진 중계… ‘시즌 10승’ 난항, 6회 2실점 무자책
  3. 3U-20 국가대표팀 환영회 최민수 모델 뺨치는 외모
  4. 4류현진은 7이닝 비자책 호투에도…실책·시프트 불운
  5. 5‘10승 도전’ 류현진 중계 어디서? MBC스포츠플러스-네이버 스포츠-인터넷 MLB 코리아-아프리카TV
  6. 6다저스 107년 최저 방어율(개막 후 14경기 선발 기록) 갈아치운 류현진
  7. 7U-20 월드컵 준우승 태극전사, 팬들 환호 속 귀국 "감사합니다!"
  8. 8U-20 월드컵 태극전사들의 유쾌한 환영식…'즉석 헹가래'
  9. 9월드컵 부진 비난 받은 김정민 “팬·동료 위로에 안정 찾았어요”
  10. 10이승엽기 리틀야구대회 22일 개막
남영희가 만난 무대 위의 사람들
소프라노 서정아
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간 우리말
국제시단 [전체보기]
제 몸을 태우는 그늘 /이기록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공공도서관과 협업해 ‘풀뿌리 독서생태계’ 키운다
따끈한 문예지 ‘舊南(구남)’ 나오고, ‘인디무브’ 이사했어요
방송가 [전체보기]
새 삶을 얻은 반려견의 ‘견생 2막’
어른 싸움으로 번진 거제 학교폭력의 진실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I Love 부산...마인드C
고진호
새 책 [전체보기]
급식 시간(서형오 지음) 外
부드러움과 해변의 신(여성민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칼 융의 분석 심리학 개척 과정
상실감 치유하는 맛있는 소설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화기 - 김미희 作
끝없는 힘 Ⅷ - 강민석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세상은 온통 수상한 것 천지야 外
미디어,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설명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빈집 /이성호
휴전선 바람소리 - DMZ 을지전망대에서 /김덕남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22회 LG배 기왕전 결승 3번기 2국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 본선 8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재미·의미 둘 다 잡은 ‘봉테일’…20년 전부터 지겹도록 “컷! 한 번 더”
굿바이 어벤져스…11년 간 사랑받은 그들의 기록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천국과 지옥
1977년과 2018년의 ‘서스페리아’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이민족 귀화 많았던 고려사에 난민문제 혜안 있다 /정광모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긴 겨울밤도 체호프의 유쾌한 단편이면 짧아져요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조선시대 기장 풍경 예찬 ‘차성가’…지역 예술인들 숨결로 되살려
영화 만난 국악 판타지 ‘꼭두’ 부산 온다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9년 6월 17일
묘수풀이 - 2019년 6월 14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2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律曆相治
自業自得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시민초청강연
  • 번더플로우 조이 오브 댄싱
  • 낙동강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