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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20대 여배우가 안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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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원 기자
  •  |  입력 : 2018-03-29 18:48:2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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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추천해줄 만한 20대 여배우 있어? 캐스팅을 하려고 하는데 배우가 없네.” 최근 한국영화 시사회에서 만난 제작자가 푸념처럼 말했다. 깊은 감정연기가 필요한 20대 여성 단독 주연영화를 제작하려고 하는데 배우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믿고 맡길 수 있는 20대 여배우군이 두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전 만해도 손예진, 임수정, 전지현, 한가인, 김태희, 송혜교 등 존재감이 뚜렷한 배우들이 꽤 있었는데 말이다.
   
20대 여배우로서 최근 영화 ‘1987’과 ‘리틀 포레스트’에서 독보적인 연기를 펼친 김태리.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실제 20대 여배우들 중 최근 영화에서 돋보이는 배우는 김태리가 독보적이고, 드라마에서는 최근에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20대 여배우가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40대 배우인 ‘미스티’의 김남주와 ‘키스할까요’의 김선아, ‘추리의 여왕 시즌2’의 최강희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렇다면 존재감과 연기력을 동시에 지닌 20대 여배우가 왜 이렇게 적어진 것일까?

이미 충무로에서는 20대 여배우뿐만 아니라 전체 여배우의 자리가 위태로워진 지 오래다. 지난해부터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꽤 오랫동안 남성 중심의 영화가 주류 상업영화를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40대 남자 배우들이 티켓파워의 중심에 서면서 상대 배우의 나이 또한 자연스럽게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20대 여배우들의 자리가 줄어들었다.

반면 드라마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영화와는 달리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 시청자를 겨냥한 작품이 많다는 점과 이야기의 호흡이 길기 때문에 주연 여배우가 꼭 필요하다. 또한 남성 중심의 영화보다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많기 때문에 여배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20대 여배우가 좋은 캐릭터를 만나기란 여전히 쉽지 않다. 모바일, 인터넷에 10대와 20대 시청자를 빼앗기면서 드라마 시청자층의 연령은 높아졌고, 이에 따라 불륜, 이혼, 재혼 등 어른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아무래도 20대 여배우에게 이런 소재의 드라마 주연을 맡기기는 부담스러워서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로맨틱 코미디나 여타 장르의 드라마도 연기력이 검증된 30대 여배우들이 주로 캐스팅되고 있다. 연기만 해오던 20대 여배우는 인기 있는 아이돌 가수들의 드라마 진출로 입지가 더욱 좁아진 형편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흥행작만 찾는 영화계나 시청률 전쟁터인 드라마계는 리스크가 큰 새로운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현재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20대 여배우가 돋보이는 작품을 만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문제는 20대 여배우의 공동화 현상이 5년, 10년 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20대 여배우들도 시간이 지나면 나이가 들어 30대가 될 것이고, 그때에도 어떤 제작자는 “20대 여배우가 없네”라는 푸념을 늘어놓을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영화·드라마 제작자만을 탓할 수 없는 일이다. 장기적 측면에서 영화·드라마 산업의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존재감 넘치는 20대 여배우 군단을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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