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혜(48) 작가가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리빈갤러리’에서 개인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개최한다.

배정혜 작가의 ‘Life’.(2017) 작가 제공

배 작가의 작품에는 꽃이 전면에 드러난다. 꽃은 특정한 대상물이면서 자아를 대리한다. 여러 시점으로 다르게 다가오는 꽃의 모습, 조각난 이미지의 결합과 해체로 이루어진 꽃은 자아를 보는 여러 관점의 충돌을 반영한다. 이런 ‘꽃 또는 자아’를 보듬고 치유하고 위안하는 존재는 촘촘히 박아나가는 바느질, 부드럽게 감싼 천, 꽃을 향해 모여드는 나비와 벌레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한글과 알파벳 문자 역시 문법의 규칙성에서 빠져나와 눈처럼 흩날린다. 유행어나 신조어 같은 다양한 합성어이며 모호하고 불안정한 문자들이다. 문자는 순수한 시각적 기호로만 부유한다. 특별한 뜻을 갖진 않는다. 불안한 문자의 안쪽으로 한 송이 꽃이 확고한 자태로 피어나고, 피어나고자 한다. 불안하고 모호한 환경에서도 긍정적인 생에 대한 꿈을 잃지 않은 작가의 자아를 나타내는 광의의 ‘자화상’이다.

배정혜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화가, 엄마, 며느리, 딸, 친구, 누군가의 배우자 등 다양한 역할에 따라 타인이 나를 생각하고 기억하는 모습이 다를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의 파편이 모여 진짜 내가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라며 “주목받는 예쁜 꽃이 되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모순된 마음이 공존한다. 조각조각 나누어진 꽃이 다른 모습으로 모여 이게 나라고 외친다”고 작품을 설명했다. (051)746-9334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