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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진선미의 연극마실 <6> 단골을 부르는 맛있는 연극

줄 서는 맛집처럼…잘 차려진 연극엔 관객 몰린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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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3-20 18:49:13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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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 3명의 관객과 시작한
- 모퉁이극장 김현수 대표
- 잠재관객 찾는 ‘관객운동’으로
- 60명 모아 리뷰집까지 발행
- “관객은 발굴되기도 하지만
- 길러지기도 한다”는 그의 말
- 마냥 손놓고 기다릴게 아니라
- 맛있는 연극 차려 손님 모아야

TV를 켜면 음식 프로그램이 경쟁적으로 쏟아진다. TV뿐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속 음식 정보는 차고 넘친다. 헬렌 켈러도 “후각은 타락한 천사와 같다”고 했으니 향이 지배하는 음식에 사람들이 집착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영화관객운동을 펼치고 있는 부산의 ‘모퉁이극장’ 관객활동가들. 모퉁이극장은 관객이 영화를 함께 보고 나누고 즐기는, 자발적 관객 운동을 하고 있다. 모퉁이극장 제공
가난한 예술가도 맛을 탐색하고 즐기는 행위는 포기할 수 없기에 가성비 높은 ‘우리만의 맛집’을 기어코 찾아내고야 만다. 그곳은 대부분 작업실 근처에 있으며, 그들의 이름은 이모집, 왕대포집, 큰이모집, 희정식당, 중앙식당 등 ‘○○식당’이거나 ‘○○집’과 같이 소박하다.

늦은 저녁 작업을 마치고 심신의 허기를 달래기 충분한 그곳들의 공통점은 ‘맛있다’는 것이다. 맛있는 걸 더 맛있게 만드는 데는 사장님이자 이모님이 주는 감동도 한몫한다. 그게 없으면 우리들의 맛집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작업자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 하나둘 예술가가 모이고 급기야 어떤 날은 약속한 것처럼 모든 테이블이 아는 이로 꽉 찰 때가 있다. (대면하기 싫은 작업자를 맞닥뜨리는 단점도 있다.) 그곳 중 몇 집은 이제 외지에서 일부러 오는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금도 물질적으로 풍요롭진 않지만, 어린 시절 연극하던 때는 사는 게 기적 같았다. 그 시절 내겐 특별한 단골집이 있었다. 나는 그곳 주인장을 ‘이모’나 ‘사장님’이 아닌 ‘엄마’라 불렀다. ‘엄마’의 딸이 동갑내기 친구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냥 ‘엄마’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삼시 세끼를 공으로 해결하는 날도 많았다. 우리가 점점 성숙해지고 ‘엄마’가 나이 들며 그 자리는 친구가 대신했다. 손님이 뜸한 날 친구는 불순한 산책을 나간다. 거리에 어떤 사람이 얼마나 다니는지, 다른 가게엔 손님이 얼마나 있는지 탐색하러.

사람이 없어 ‘오늘 장사는 글렀다’고 지레 실망할 때 단골이 찾아오면 그야말로 대환영이다. 엄마 때문에 오는 단골이 많아 엄마가 안 계신 날엔 그들이 돌아 나갈까 친구는 걱정이었다. 그러다 그들이 점차 친구의 단골이 되고, 새로운 단골이 생겨나면서 친구는 엄마에게서 독립했다. 친구는 독립 후 몇 차례 주종목을 달리해 자리를 옮겼다. 새로 자리 잡은 가게에 찾아가 안부를 나눌 땐 꼭 묻는다. “단골은 좀 있나?”

사실 식당 운영 이야기를 하려고 글을 시작한 건 아니다. ‘단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새로운 관객층이 없다. 지인이 객석을 채운다. 지인도 관객이다. 그러나 인간적인 관계로 시작한 지인 관객은 관객 개발에 한계가 있다. 새로운 관객 개발이 시급하다.’ 부산에서 연극하는 이들이 쏟아내는 고민이다. 부산이 아닌 더 작은 지역과 연극이 아닌 다른 공연 장르도 비슷하다.

관객을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다.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영역 작업자와 생각을 공유하고 연대를 모색하는 것, 잠재력을 가진 관객이 모인 곳으로 적극 찾아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영화관객운동을 하는 모퉁이극장 김현수 대표와 얼마 전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 관객운동 시작 전 그는 1년 동안 고민하고 준비했다 한다. 막상 모퉁이극장 문을 열었을 땐 단 3명 관객과 시작했고 2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리고 2014년 나이, 성별, 삶의 이력이 다른 60명 관객이 모여 ‘모퉁이극장’이라는 이름의 리뷰집을 냈다. 관객은 발굴되기도 하지만 길러지기도 한다는 그의 말은 오랫동안 남는다.

   

부산은 작은 도시가 아니다. 미처 만나지 못한 잠재 관객이 수면 아래 많다. 그들을 단골로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 먼저 ‘맛있는 연극’을 만들어야 한다. 대중성이라는 미명하에 어쭙잖은 철학이 들통나는 만듦새 엉성한 공연이 아니라 사유와 성찰의 흔적과 감동이 있는 견고한 작품 말이다. 관객은 돌아온다. 부산에 남아서 연극하는 게 아니라, 부산에 살면서 연극하는 예술가로 자긍심을 가지고 만든다면.

연극인·연극비평지 봄 발행인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 발전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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