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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톡·톡] 여기는 뉴욕공립도서관(NYPL), 우리의 존재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다큐 ‘뉴욕 라이브러리에서’…책만 쌓아두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시민을 위해 끝없이 토론·연구

  • 국제신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8-03-11 18:45:1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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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문화 가치 고민하게 해

프레데릭 와이즈먼 감독의 3시간20분짜리 다큐멘터리 ‘뉴욕 라이브러리에서(Ex Libris-The New York Public Library)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이 상영한다는 소식은 반가웠다. 지난 10일 본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인상 깊었다. 그동안 ‘NYPD(뉴욕경찰국)’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에서 피 튀기는 범죄장면을 주로 봐왔던 터라, 같은 ’NY-’ 항렬의 공공기관인 NYPL(뉴욕공립도서관)을 다룬 다큐에서 이토록 인문적이고 문화적인 뉴욕의 속살을 보게 될 줄 미처 기대하지 못했다.
   
프레데릭 와이즈먼 감독의 다큐멘터리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극적인 요소는 전혀 없이 3시간20분 동안 상영돼 끝까지 보느라 인내심이 좀 필요했던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는 한 도시의 문화와 인문을 떠받치고, 시민이 그것을 향유하도록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줬다. 절반은 공적 예산으로, 절반은 민간의 기부로 운영비를 조달하는 뉴욕공공도서관의 실무진은 예산을 확보하고자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 자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끝없이 토론하고 연구한다. 2018년에만 260개 사업을 해야 하는데 그 중심은 도서관이 책을 쌓아두는 곳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교육과 문화활동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미래지향’적인 중심이 되게 한다는 철학과 전략이었다.
현실성과는 상관없이, 이런 ‘상상’을 해보곤 했다. 부산시가 북항 개발지구에 ‘오페라 하우스가 아니면 안 된다’ ‘반드시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 등의 기존 방침을 미리 확정하지 않고, 거대한 시민대토론회를 거쳐 어떤 용도의 건물을 지을지 정하고자 했다면 그 결론은 무엇이었을까? 시민대토론 과정에서 백가쟁명식의 아이디어가 쏟아졌을 것이다. 그런 과정 자체가 부산 문화 발전을 위한 좋은 참고자료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크다. 어쨌든 그런 시민대토론회 결론은 ‘첨단의 공연장+첨단의 도서관’, 다시 말해 도서관과 공연장을 합친 첨단 문화예술시설이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미래지향적이지 않은가?

공연 전문가들은 ‘번잡한 공연장 곁에 도서관이 될 말인가’라고 반박하고, 도서관 전문가들은 ‘도서관 곁에 번잡한 공연장이 될 말인가’ 비웃을 수 있다. 하지만 시민 처지에서는 얼마나 좋은가? 첨단 도서관에서 책 보다 바로 곁 첨단 공연장으로 걸어가 예술을 향유할 수 있지 않은가? 호화 유람선을 타고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에게 “부산은 이렇듯 도서관과 공연장을 모두 사랑합니다” 하고 자랑할 수도 있고.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었던 건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지인들에게서 평소 들은 뉴욕공립도서관 이야기 덕분이다. “미국에서는 도시를 조성할 때 좋은 터에 도서관과 교회를 먼저 짓고, 그런 뒤 다른 시설의 입지를 정한 전통이 있었다고 해요.” “미국의 대부호 카네기는 ‘시민이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많은 후원을 했다고 해요.” “그 대표 사례가 뉴욕공립도서관이죠. 문헌정보학 하는 이에겐 ‘성지’ 같은 곳이죠.” 주로 이런 이야기였다.

13일 오후 7시, 15일 오후 4시 상영이 남은 이 긴 다큐멘터리를 부산시교육감 후보를 비롯해 문화와 교육을 생각하는 분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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