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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4> 대구의 따로국밥

펄펄 끓는 가마솥, 뻘겋고 진한 국물 … 이 맛엔 양반·상놈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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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3-08 19:08:2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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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가의 도시’ 대구
- 한일극장 옆 공터서
- 갓 쓴 양반 손님 위해
- 국·밥 따로내며 시작

- ‘개 대신한 소고깃국’
- 양반이 먹던 육개장
- 서민음식 국밥 결합돼

- 소뼈 육수에 선지와
- 무·파·고추기름 듬뿍
- 진하고 맵싸한 국물
- 은근한 단맛 감돌아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슬로우 푸드’를 중심으로 음식이 발달해왔다. 원재료의 맛을 중시하고, 된장, 간장 등 장유(醬油)문화와 김치, 젓갈 등의 발효음식이 발달한 것만 보아도 알 수가 있다. 요즘같이 패스트푸드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는 시대에서, 정성으로 차려진 우리 전통음식의 밥상이 새삼 그리워진다.

우리나라의 전통 식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유교정신에 입각한 반가(班家)의 음식과 농공상인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개발된 민가의 음식이 그것이다. 절차와 규범을 중시한 반가의 반상문화(飯床文化)와 국밥으로 대표되는 민가의 탕반문화(湯飯文化)가 그 중심으로, 각각의 기본은 반가의 ‘형식’과 민가의 ‘실효성’으로 대별할 수 있겠다.
   
따로국밥의 원조, 대구시 중구 전동 국일따로국밥 가마솥에서 육수가 끓는다.
■대구 시장통 ‘국일 따로국밥’

그러나 여의치 못한 시공간에서는 이 두 가지의 음식문화가 부득이하게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따로국밥’이다. 국밥은 국밥인데, 밥과 국을 말지 않고 따로 받는 밥상을 일컫는다.

반가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국과 밥을 한데 말아 후룩후룩 소리 내며 먹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상놈이나 하는 몰상식한 일’로 치부한 것이다. 밥상의 맨 앞 중앙에 밥이, 그 왼쪽으로 국수가, 그 오른쪽으로는 국이 차려져야 제대로 된 밥상이라 생각했던 이들에게는, 유사시에도 국과 밥은 따로 받아야 했을 터이다.

   
국일따로국밥의 따로국밥.
이 따로국밥은 반가의 도시, 대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가 있다. 따로국밥은 한국전쟁통에 대구 한일극장 옆 공터의 나무 시장에서 국밥을 끓여 팔던 것이 시초였다. 그 시작은 ‘국일 따로국밥’집의 창업자 ‘서동술(1969년 작고), 김이순(1975년 작고) 씨 부부’에 의해서이다.

서동술 씨는 원래 나무시장에서 땔감용 나무를 팔았는데, 부인이 고생하는 남편을 위해 늘 장터에서 점심 끼니를 챙겼다. 겨울에는 따뜻한 끼니를 제공하기 위해 시장 한구석에서 즉석에서 국밥을 말기도 했다. 이때 났던 참으로 맛있는 냄새에 나무꾼들이 몰려들자 여럿이 국밥을 나눠 먹다가 아예 노점 식당을 시작했다.

■‘도포 입고 갓 쓴 양반 손님’ 위해

   
대구 따로국밥에 풍미를 더해주는 선지.
원래 따로국밥도 국밥에 말아서 손님에게 제공했다. ‘국일 따로국밥’의 3대 사장인 서경덕(55)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따로국밥도 국에 밥을 만 방식이었습니다. 조부모(서동술, 김이순 창업자)님께서 단골 중 ‘도포 입고 갓 쓴 양반 손님’을 위해 밥과 국을 따로 내기 시작했고, 한국전쟁 중에 유명 여배우들이 ‘밥을 따로 달라’고 한 것이 일상화되면서 따로국밥이란 메뉴로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당시에는 이러한 종류의 장터국밥이 없었기에 ‘따로국밥’으로 명명되었다는 것이다.

식재료가 부족한 시기에 소고기 대신 소뼈(사골)로 육수를 내고, 소피(선지)를 넣어 국밥을 말았는데, 그래도 육개장의 베이스인 무와 파, 고추기름은 아낌없이 넣고 끓여냈다. 반가의 음식인 ‘육개장’과 서민의 음식인 ‘장터국밥’이 결합한 독특한 음식이 탄생한 것이다.

따로국밥은 대구 육개장에서 갈라져 나온 음식이다. 원래 대구는 ‘육개장의 도시’로, 육개장은 ‘개장(狗醬)’ 즉 개장국에서 비롯되었다. 옛날 반가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거나 큰 잔치가 있을 때 보신의 의미로 개를 잡던 풍속이 있었다. ‘보신탕’이 그것이다. 그러나 개 식육의 호불호가 있다 보니, 이를 소고기로 대체한 음식이 탄생하는데, 이것이 바로 ‘육개장’이다. 이런 의미로 파생된 또 다른 음식이 닭을 사용한 ‘닭개장’이다.
■영남일보 이춘호 기자의 설명

   
대구 온천골식당의 육국수. 이춘호 제공
대구지역 음식문화 연구가 이춘호 영남일보 기자는 “육개장을 일제강점기에는 ‘대구탕’이라고 불렀습니다. ‘개를 대신한 소고깃국’이란 뜻으로 ‘대구탕(代狗湯)’이라는 설과, 대구에서 특히 즐겨 먹었다 해서 ‘대구탕(大邱湯)’이란 설이 있죠. 많은 사람이 육개장을 서울 음식으로 알고 있는데, 여러 문헌 속에서 ‘대구탕은 대구의 대표 음식이며, 대구에서 서울로 전래된 음식’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춘호 기자는 ‘대구 육개장’을 ‘육개장’ ‘따로국밥’ ‘선지해장국’ 등 크게 세 갈래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대구 육개장은 양지, 사태 등 소고기를 참기름에 볶다가 대파와 무, 고추기름을 넣고 끓여낸다. 선지해장국은 소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하되 대파와 무 대신 우거지가 주축이 되고 선지가 들어간다.

   
대구 중구 따로국밥골목. 이춘호 제공
따로국밥 한 상을 받는다. 뚝배기 속에 빨간 고추기름이 동동 떠 있어 입맛을 자극한다. 숟가락을 넣어 국을 휘저으니 선지와 소고기가 가득이다. 그 사이로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소고기는 양지와 사태 등. 고명으로 간 마늘과 쪽파, 정구지 등속을 넣어 먹도록 따로 준비를 했다.

우선 뜨거운 국물 한술 뜬다. 첫맛은 고추기름의 맵싸함이 그럴싸하다. 이어 입안으로 퍼지는 진한 국물 맛이 개운하다. 또 한술 뜬다. 은근하게 기분 좋은 단맛이 입안으로 감돈다. 국에 듬뿍 들어간 파와 무에서 우러난 단맛이 격조가 있다. 특히 파는 국밥 맛의 원천이 될 정도로 고기에서 나는 잡내를 잡아주고, 그윽하고 시원한 맛의 풍미를 돌게 한다.

주문 제작한 지름 92㎝ 가마솥에서 하루 내내 사골을 끓이기에 국물의 구수함은 비할 바가 없다. 소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하다. 선지는 생 선지를 사용하기에 부드러우면서도 개운하게 깊은 맛이 있다. 이 두 가지 식재료는 다른 소고깃국과 달리 따로 조리했다가 국밥 낼 때 함께 넣기에 식감이나 육즙의 풍부함이 흔쾌하다.

■육개장은 원래 대구에서 시작

   
앞서 기술했지만, 따로국밥은 사골 육수를 베이스로 선지가 들어간 육개장이다. 선짓국과 육개장이 섞여 있는 형태인데, 반가 음식문화의 영향으로 국밥인데도 따로 밥을 말지 않고 제공하는 형태의 국밥이다.

부산의 돼지국밥에 밥을 따로 내는 ‘돼지따로국밥’ 또한 대구·경북식 음식문화를 수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구에 소고기 따로국밥이 발생했듯이 부산에서는 주재료가 돼지고기로 바뀌어 정착한 것으로 본다. 대구 따로국밥의 ‘부산 버전’이 돼지따로국밥인 셈이다. 서울의 ‘해장국’, 제주의 ‘몸국’ 등이 지역별 따로국밥의 대표적 양식이기도 하다.

음식문화 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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