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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의 TV…태래비 <5> tvN 예능 ‘비밀의 정원’- 자각과 인정, 지지와 공감

‘멘털갑’으로 이끄는 아름다운 한마디 “나 그 감정 완전 이해해”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3-06 19:17:24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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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인엔 공황장애 겪은 정형돈
- 보조는 성시경·장윤주가 맡아
- ‘내면 토크’하는 예능프로그램

- 2회까지 연예인 4명 출연해
- 자신만의 강박·두려움 털어놔

- 매번 식상한 결말 내긴 하지만
- 내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하고
- 공감 얻은 것만으로도 큰 성과

내 발로 정신과를 찾아간 것은 서른두 살의 어느 봄날이었다. 세상만물이 화사하게 웃고 있을 때 나 혼자 온 세상을 검은색으로 칠하고 이까짓 산다는 걸 그만두고 싶어졌다. 병명은 가면성 우울증.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에 따른 아동 우울증이 30대까지 이어진 거라고 했다. 외로워졌다. 왜 나만 이럴까, 나는 어디부터 잘못 조립된 걸까. 세상천지 ‘괜찮다’라는 사람들로 넘쳐나는데, 나 홀로 괜찮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 여기까지는 프롤로그.
   
연예인을 초대해 그들의 내면과 심리를 경청하고 지지하는 새로운 성격의 예능 프로그램 tvN ‘비밀의 정원’. tvN 제공
‘내가 몰랐던 나를 찾아가는 순간’이라는 설명을 단 tvN 예능 프로그램 ‘비밀의 정원’을 만났을 때, 드디어 혼자가 아니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 정형돈이 MC를 맡고, 우울증과 불안이라곤 앓아본 적 없는 것 같은 ‘멘털갑’ 성시경과 장윤주가 보조를 맡는다. 2회까지 방영되며 4명의 ‘연예인 클라이언트’를 모신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내면 토크를 시도했다.

‘달라져야 한다’라는 식상한 결말을 매번 내고 있을 뿐이지만, 뭐 어떤가, 내 문제를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것,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에 늘 시달리는 산다라 박은 착한 아이로 살아오며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성장에 필요한 조건을 박탈당한 상태였다. 이은결은 완벽주의적인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몰아붙이고 들들 볶는다. 스스로 장악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이다. 그래서 가장 편안하다고 느끼는 장소인 화장실에 두세 시간씩 틀어박힌다.

‘활력거지’라는 키워드를 가진 휘성은 불안도가 높아 걱정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느라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못한다. 장동민은 주변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하면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는 간신히 버티는 중이었다. 결국 그는 방송 사상 처음으로 울음을 터뜨렸고, 나는 무례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의 약한 부분을 보아서가 아니라, 그가 가진 수많은 페르소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비밀의 정원’에서 이제껏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던 연예인 클라이언트들은 공감과 지지를 얻는다.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인 정형돈의 입에서 ‘나 그 감정 완전 이해해’라는 말이 튀어나올 때, 그들은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을 것인가. 사소하게만 취급되던 고통은 누가 알아주었을 때 비로소 ‘진피’를 드러낸다. 나 여기가, 사실은 너무 아프거든.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에필로그다.
나의 비밀의 정원을 만난 듯 우울증 진단을 받은 나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주변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스스로를 미워하던 나는 오로지 긍정과 의지의 힘으로만 버텨냈을까? 글쎄. 나는 긍정과 의지를 오히려 혐오하는 사람이 되었다. 항우울제를 먹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답이 너무 간단해서 오히려 이 글의 맨 뒤에 배치하는 꼼수를 부린 나는, 이런 꾀도 낼 줄 알고, 잘못을 들키면 배시시 웃으며 무릎도 꿇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나아졌다, 나는 더 이상 사는 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간 일이 잘 풀린 것도 아니고 여전히 가난하지만, 항우울제 복용은 햇볕을 쬘 수 있는 힘을 가져다주었다. 약은 약사에게, 치료는 의사에게. 나에겐 전문가가 필요했고, 내가 우울하다는 자각이 선행되어야 했다. 나의 작은 비밀의 정원에 나는 거름을 주고, 꽃과 채소를 가꾼다.

   
자각과 인정, 지지와 공감 그리고 항우울제 복용. 이후에 찾아온 멘털 갑의 세계. 어쩌면 이다지도 아름다운가. 나는 이 프로그램이 참 맘에 든다.

작가·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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