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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진선미의 연극마실 <5> 관객은 공연을 완성하는 주체

배우 연기 증폭시키는 관객의 ‘긍정에너지’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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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3-06 19: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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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에서 일상 행동 묘사할 때
- 신체·정신 감각 최대한 사용해
- 관객 작은 실수에도 영향 받아

얼마 전 연극 ‘트라우마’ 공연을 끝냈다. 모두 10회의 길지 않은 공연이었다. 10회 중 4회 때, 역시 휴대폰이 울렸다. 그중 한 회는 치명적이었다. 지난 글(국제신문 지난달 21일 자 제4회)에도 말했듯 관객이 악의적으로 휴대폰을 울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왜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지 알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해 부산 액터스소극장에서 열린 ‘예술가의 자전적 고백’ 공연 뒤 무용가 김옥련(오른쪽), 마임이스트 방도용(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액터스소극장 제공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유제니오 바르바는 배우의 움직임을 ‘탈일상’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바 있다. 여기서 말하는 ‘탈일상’은 이렇게 설명된다. “몸의 일상적인 기술은 일반적으로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해 최대의 효율을 내는 ‘최소 노력의 원칙’을 따르는 특징”이 있는 반면 무대에서 배우의 기술은 “에너지의 낭비에 토대를 두고 있다.” 이른바 ‘최소의 결과를 위한 최대의 에너지 사용의 원칙’이다. 따라서 배우의 움직임은 일상을 닮았지만, 배우의 몸은 탈일상적이다.

더 쉽게 설명하자면 예를 들어, 한없이 게으르고 싶은 주말 오후 바닥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든데 전화가 울린다. 그걸 집으려 한다고 치자. 일상에서 우리는 그 전화를 집어 들기 위해 중력에 완전히 지배되는 몸이 되어 바닥에서 좀체 떨어지지 않은 채 전화기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몸은 에너지를 가장 적게 쓰는 방법을 찾는다. 그런데 배우가 그 행동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몸을 게으른 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가장 적확한 표현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사용한다. 에너지를 최대한 낭비해야 한다.

무대 위의 배우에게는 세 개의 자아가 필요하다. 하나는 역할, 또 하나는 역할 바깥에서 관찰하는 자아, 나머지 하나는 그 둘을 통합하고 조절하는 자아이다. 세 가지 자아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신체와 정신의 감각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배우는 객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다 알고 있다. 심지어 몇 번째 객석에 누가 앉았는지, 몇 번째 좌석의 관객이 심하게 울고 웃었는지조차 안다. 그러니 객석 에너지는 배우의 연기에 고스란히 영향을 준다. 관객이 보내는 긍정 에너지는 배우의 에너지를 확장·증폭시켜 다시 객석으로 돌아간다. 관객이 공연을 완성하는 주체가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반대로 객석에서 아이가 칭얼거리거나 휴대폰이 울리면, 그것이 고의가 아니라 해도 극장 전체의 에너지를 치명적으로 깨트린다. 결국, 관객은 반쪽짜리 공연을 보게 된다. 실수를 범한 당사자뿐 아니라 극장 안 모든 사람에게 손해를 입히는 것이다.
이런 피해를 막으려는 시도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뉴욕은 2003년부터 공연장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면 최고 50달러, 약 6만 원 벌금을 부과하고 도쿄 산토리홀은 1999년 휴대폰 전파 차단장치를 설치했다. 국내 LG아트센터 등도 전파차단기를 설치했지만 전기통신사업법·통신비밀보호법·전파법 위반, 즉 타인의 소통을 방해하는 행위나 송수신 방해 행위로 간주돼 철거됐다.

   
기술문명이 발달하면서 차단 기술도 발전할 것 같다. 그런데 묻고 싶다. 도대체 왜 이런 것까지 필요할까. 우리는 무엇이 불안해 좀체 한두 시간도 고요해지지 못하는 걸까. 어디선가 누군가는 이걸로 연극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극인·연극비평지 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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