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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영화계 미투운동 확산, 2차 피해 없어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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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3-01 19:00:2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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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이윤택, 오태석, 윤호진 연출가, 조근현 감독, 박재동 화백, 배우 조민기, 오달수, 조재현, 최일화, 김태훈 등 문화예술계 권력자들의 치부가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드러나면서 대중과 밀접하게 호흡하는 영화계는 미투 운동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던 영화계는 특급 조연배우 오달수의 후폭풍이 있긴 하지만 조용한 편이다. 왜일까?

   
1일 문을 연 영화산업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상설기구인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사)여성영화인모임 제공
우선 공연계와는 다른 제작 시스템을 들 수 있겠다. 연극계는 아직 도제 시스템이 강하고, 지명도 있는 연출가들의 권력은 막강하다.

반면 영화계는 1990년대 중반부터 각 대학 영화과와 한국영화아카데미,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감독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도제 시스템이 서서히 무너졌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젊은 감독들은 이전보다 합리적 시스템으로 움직였고, 감독이 전권을 쥐고 휘두르는 방식이 점차 사라졌다.

또한 2000년대 들어 대기업 자본이 들어오고, 참신한 기획력을 지닌 젊은 제작자들이 등장하면서 캐스팅 과정도 투명해졌다.

무엇보다 자신의 권익을 찾기 위한 스태프들의 노력 덕분에 이전보다는 나은 노동 환경을 일굴 수 있었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영화계가 미투 운동에서 완전히 자유롭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영화계의 여성 차별 및 성추행은 영화 스태프들의 온라인 게시판 ‘영화인 신문고’를 통해 여러 차례 접수됐고, 밝혀지지 않은 것 또한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영화의 산업적 측면과도 연관이 있다. 조근현 감독은 설 연휴에 개봉한 ‘흥부’를 연출했으며, 오달수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에 출연했다.

조 감독은 ‘흥부’가 아닌 이전 뮤직비디오 오디션 과정에서 있었던 성추행이 알려졌으며, 오달수는 과거 연극 활동을 할 때의 성추행 제보가 터졌다.

만일 개봉 전에 성추행 사실이 알려졌다면 두 영화 모두 관객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을 것이고, 그 피해는 제작사, 투자배급사, 100여 명의 배우, 스태프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을 것이다. 그래서 내부 고발을 자제하고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다.

또한 한 영화배우가 미투 운동에 참여한다면 연기 인생을 걸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영화배우는 이미지가 중요한데 향후 캐스팅과 CF와 같은 부가 활동에서 받을 제약도 감내해야 한다.

그래서 영화계에 미투 운동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고, 선의의 피해자가 되도록 생기지 않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여성영화인모임은 1일 영화산업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상설기구인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성범죄 사건 신고 접수 전화번호 1855-0511)을 개소했다.

2016년 영화계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등으로 드러난 영화계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신고 및 상담기구 설립을 추진해온 결실이다.

센터 든든의 수장은 명필름 심재명 대표와 임순례 감독이 맡고, 9인의 여성 영화인이 운영위원회에 참여한다. 조사위원회와 자문위원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임 감독은 미투 운동에 대해 “많이 늦은 일이다. 지금이라도 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늦은 만큼 영화계는 물론, 문화예술계가 정화될 때까지 미투 운동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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