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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의 TV…태래비 <4>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 으라차차 찌질한 청춘

웃긴데 눈물이 … ‘웃픈’ 청춘에게 위안을 얻는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2-20 18:5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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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의 배우, 감독, 작가, 싱글맘
- 팍팍한 현실에 깨지고 좌절해도
- “왜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데요!”
- 외치며 일어서는 20대 청년들

- 연기·대본·촬영 모든게 주옥같아
- 보는 내내 ‘현실 웃음’이 터진다

어디서 본 적은 있지만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 배우들. 한 장소를 거의 벗어나지 않는 세트장. 각자 거대한 꿈은 있지만 ‘(그놈의)현실의 벽’에 부딪혀 절망하는 청년들이라는 무지막지한 클리셰.
   
청춘들의 분투를 그린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에서 주인공 세 청년이 마트에서 우여곡절 끝에 분유를 사서 귀가하는 장면. Jtbc 제공
드라마 소개 홈페이지의 모든 텍스트는 이 드라마를 가장 흥미롭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의 시작이며, 유일한 죄악이며, 첫 방송부터 대박을 내지 못한 이유이다. 단점이라곤 이게 전부다. 해물탕 먹다 씹힌 천연 진주 같은 이 드라마는 단점이 고작 그것 뿐이다. 캐스팅, 연기, 촬영, 연출, 편집, 스토리, 대사까지 알알이 주옥같다. 심지어 ‘내가 소리 내 웃게 만들었다’.

나는 컨텐츠 향유 때마다 절대 웃지 않고 살아왔다. 웃겨야 웃지. TV가 나를 웃겨주지 않았다. 그런 내가, 얼음의 요정, 시크함의 상징, 독일 코미디 같은 내가, ‘으라차차 와이키키’가 4회 방영되는 동안 열 번도 넘게 현실 웃음을 터뜨렸다. 장사가 안돼도 지나치게 안돼는 게스트 하우스에 요금 미납으로 수도가 끊기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네 청년이 야무지게 부를 축적해 각자의 꿈을 이루겠다는 포부로 빚을 얻어 시작한 게스트 하우스엔 어쩐 일인지 손님이 오지 않는다.

영화감독이 되고 싶지만 돌잔치 촬영을 나가야 하는 동구, ‘마린’이란 수영 영화 오디션에 해병 분장을 하고 전사하는 연기를 한 병풍 배우 준기, 웹소설 작가라며 동네 어린이 전교회장 출마 연설문을 써주는 ‘잡가’ 두식, 하관에 거뭇하게 수염이 나는 특이 체질 때문에 하루에 두 번 면도를 해야 하는 두식의 여동생 서진, 그리고, 이들의 게스트하우스에 이제 갓 돌을 넘긴 아이를 안고 나타난 어린 싱글맘, 윤아. 윤아는 왜 싱글맘이 되었는지 절대 이야기하지 않고, 넷은 미칠 듯이 궁금하지만 가까스로 질문을 삼킨다.

어린 싱글맘이 살아남는 방법은 그저 뻔뻔스레 이들에게 ‘삐대는’ 것뿐이다. 동구가 자신의 영화를 만들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기 위해 돌잔치에 가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없고, 꿈은 꿈으로 끝날 위험이 가장 크다는 걸 감수해야 한다. 준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배꼽인사를 하며 기획사 순례를 하고 수천 장 쌓여 있는 배우 프로필 더미 위에 제 것을 한 장 더하는 일이고, 동구는…잡가가 하는 일이란 원래…. 그만두자, 내게 너무 상처가 된다. 성추행을 당하는 면접 동료를 구하기 위해 언론사 면접관에게 양념 불고기로 싸대기를 날렸다가 도리어 피해자에게 지청구를 들은 서진은 공원의 누드 동상을 ‘아저씨’라 부르며 술을 마신다. 아저씨, 왜 바지 벗고 다녀요, 그러고 나가면 큰일 나, 얼른 입어 얼른 입어. 그리고 운다. 나는 옳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했대…. 싱글맘을 위해 분유를 사러 간 마트에서, 딱 하나 남은 분유를 쟁취하려다 ‘젊은 사람이 포기해’라는 말을 들은 세 남자는 악에 받쳐 소리 지른다. 포기하라고요? 왜요? 왜 우리가 포기해야 되는 데요? 우리도 열심히 했어요. 근데 안 되는 걸 어떡해요. 죽을 만큼 열심히 노력했는데 세상이 안 도와 주는 걸 어쩌라고요! 그러니까 딴 건 다 포기해도 이 분유는 포기 못 한다고요!
   
그렇게 분유를 안고 돌아오는 세 남자의 풀샷으로, 영화 ‘신세계’의 메인 테마가 흐른다. 나는 웃다 못해 눈물을 줄줄 흘린다. 그러다 가슴을 친다. 먹먹하지만 유쾌하다. 나와 내 친구들의 이야기다. 영원히 청년일 줄 알다 마흔을 넘어버린 우리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위안을 얻는다. 웃프다.

작가·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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