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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전쟁 통해 진화하는 문명…인간의 숙명일까 /정광모

문명과 전쟁- 아자 가트 지음 /오숙은 옮김 /교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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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2-09 19: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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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 위해 식량·자원 두고 싸움 시작
- 유럽은 나폴레옹 맞서 군비경쟁 치열
- 산업혁명 후 세계대전 등 패권 다툼
- 올림픽 기간만큼은 세계 평화 기원

전쟁은 수수께끼다. 신문을 펼치면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의 살육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인류는 왜 먹을 것과 입을 것이 풍족한 현대에도 전쟁을 할까? 인류는 과연 평화를 사랑하는 종일까? 전쟁은 인간 본성에서 태어난 피하지 못할 괴물일까?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 중 장비를 점검하는 프랑스 제2기갑사단. 교유서가 제공
루소는 인류는 원시 시절 평화롭게 살았으나 사유 재산과 국가 강압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전쟁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그에 반해 홉스는 인류의 자연 상태는 고질적인 투쟁이 계속하는 ‘만인 대 만인’의 전쟁이며 내부 평화를 강요하는 국가가 전쟁을 줄인다고 주장했다.

20세기까지 루소파는 상당한 세력을 형성했다. 우리도 인류가 원시시대 평화로운 낙원에서 살았기를 기대한다. 저자는 인류학과 고고학이 많은 조사와 연구를 한 결과 안타깝게도 수백만 년 살았던 수렵 채집인이 저희끼리 광범위하게 싸운 증거가 유력하다고 말한다. 야노마노 족 성인의 15%가 집단 간 또는 집단 내 폭력으로 죽었다. 오하이오주 매디슨빌 선사시대 말기 유적에서 발굴된 남성 머리뼈 중 22%는 상처가 있었고 8%는 부서져 있었다. 싸움은 나중에 나타난 문화 ‘발명품’이 아니었다.

   
인류는 왜 몇 백만 년 전쟁을 해왔을까? 생존하기 위해 식량과 자원을 두고 싸웠다. 풍요해지면 그 풍요를 누리고 뺏기 위해 싸웠다. 욕망은 물자가 적을 때도 컸지만 풍요와 함께 늘기도 했다. 인간은 빵만으로 사는 동물이 아니라서 모욕과 위신, 종족 보호 등 온갖 동기가 더해졌다. 정착지는 울짱과 참호와 비밀 통로로 요새화됐다. 원시부터 안보 딜레마가 나타났다. 방어만으로 충분치 못해 잠재적 적을 미리 제거하고자 공격한다. 상대방은 불안에 빠져 역시 선제공격으로 적을 없애려 한다.

그리스 도시국가는 중장보병 시민군으로 유명했지만, 용병도 뛰어났다. 숙달된 전사 수요는 많았다. 키루스 왕자는 기원전 401년 그리스 용병 1만 명을 이끌고 바빌론까지 진군했다. 용병 무리는 수요를 따라 이집트와 페르시아 군대에도 복무했다. 고대 로마는 전쟁으로 지중해와 유럽을 장악했다. 로마는 이탈리아로 지배를 넓히면서 시민군단과 동맹 병력을 충원할 튼튼한 하부 구조를 세웠고 카르타고와 겨룬 포에니 전쟁에서 잃는 병력을 보충하는 놀라운 지구력을 발휘해 제국으로 올라섰다.

근세로 들어서면서 찰스 틸리의 말처럼 전쟁이 국가를 만들고, 국가가 전쟁을 만들었다. 중세에 프랑스의 널찍한 땅은 온갖 방언의 천국이었다. 프랑스대혁명 무렵까지 프랑스 사람들 대다수는 프랑스어를 말하지 못했다 한다. 프랑스대혁명을 통해 프랑스는 민족적-애국적 열기를 끌어모아 100만 명 넘는 국민군을 동원했다. 1793년 국민징병제를 이용한 프랑스는 나폴레옹 전쟁을 통해 강력한 국민국가로 탄생했다. 나폴레옹에게 맞서 유럽 국가들도 군비 경쟁에 박차를 가했다.

산업혁명은 살상 무기 혁명이기도 했다. 기관총과 탱크가 등장했고, 비행기는 발명되자마자 폭격에 동원됐다. 치열한 군비 경쟁과 제국주의 영토 확장은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이라는 총력전으로 치달았다. 핵무기가 나타나 어느 한쪽이라도 핵무기를 쓰면 너 죽고 나 죽는 ‘상호확증파괴’ 전략이 아슬아슬하게 인류 목숨을 지탱하고 있다. 강대국 패권 다툼은 계속돼 어제는 미국과 소련이, 오늘은 미국과 중국이 으르렁댄다.

전쟁은 인간의 숙명인가? 그리스 시대 수백 개로 나뉜 도시국가 사이에 전쟁은 일상이었다. 오죽하면 올림픽 중에는 전쟁을 중단했을까? 올림픽이 열린 그리스 올림피아는 엘리스 지방의 피사에 있었다. 김복희의 ‘고대 올림픽의 세계’에 따르면 올림피아 제전 경기는 기원전 776년 시작돼 천 년 이상 지속했다. 올림피아 제전 경기 동안에는 전쟁을 할 수 없었다. 제우스신의 신성한 휴전 수행자들이 그리스 본토와 해외 도시국가에 전령을 보내 휴전을 선포하고 올림피아 경기에 초대했다. 휴전은 엄중했다. 경기가 지속하는 동안 누구도 엘리스 영토에서 무기를 지니지 못했다. 휴전이 선포된 뒤 모든 경기자와 방문자는 신의 직접적인 보호 아래 있었다고 한다.

   
수만, 수십만 번 전쟁을 치른 인류는 올림픽 기간만이라도 평화롭게 신체의 아름다움과 선의의 경쟁을 즐겨야 하지 않을까? 인류는 어리석지만 인류가 올림픽의 평화까지 깰 만큼 어리석지는 않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평화롭고 행복한 잔치를 기대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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