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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의 TV…태래비 <3> tvN 드라마 ‘마더’- 버려진 게 아냐, 네가 버리는 거야

모두의 삶에는 각자의 고통이 있다는 깨달음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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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2-06 18:54:52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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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대받는 아이를 납치한 교사
- 아이를 학대한 엄마의 애인
- 이를 방임한 엄마, 뒤쫓는 경찰

- 日 원작과 같은듯 다른 드라마
- 매회 울면서 떠올린 아픈 기억
-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고 나니
- 그럴수밖에 없던 입장 이해돼

일본 드라마 ‘마더’를 만난 것은 몇 년 전 어느 겨울이었다.
   
상처받은 소녀를 구하기 위한 한 여성의 분투를 그리는 tvN 드라마 ‘마더’의 한 장면.
조악한 한글 자막이 달린 다운로드 파일로 11회를 보는 동안 나는 매회 울었고 매회 ‘눈에서 비늘이 떨어졌다’. 학대받던 아이를 납치해 도망치는 교사와, 그 아이를 학대한 엄마의 애인, 방임한 엄마, 교사를 뒤쫓는 경찰.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는 이 스토리는 세상 모든 유기된 것에 대한 탐색과 결과를 메이크업했다. 그리고 올해, 한국 드라마 ‘마더’가 리메이크되어 tvN에서 방영되고 있다.

‘일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개인의 외로움, 관계의 부재, 긴 침묵과 흔들리는 눈동자가 일드 ‘마더’의 화법이었다면, 한국판은 인간들 사이의 비뚤어진 애정과 집착,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을 다루었다. 원작은 무엇이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아이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내다 버린 친모와 애인이 애정여행을 떠나고 난 후, 교사가 아이를 데려간 바닷가에서 아이는 떠나는 철새를 향해 소리 지른다. 레나도 데려가. 단지 그것 뿐이다. 한국판에서 아이는 철새를 본 후 말한다. 엄마가 쓰레기통에 날 버렸어요. 그리고 ‘직접적으로’ 운다.

그러나 원작에서도 한국판에서도 교사는 아이의 팔을 붙잡고 같은 대사를 한다. 버려진 게 아니야. 이제부터 네가 버리는 거야. 그래서 나는 두 번 다 울었다. 울어야만 했다. 원작 11회를 세 번이나 보면서 세 번을 다 울었다. 여덟 살 즈음 친척 할머니가 나에게 했던 말이 세 번 다 떠올랐다.

네가 그렇게 말을 안 들으니까 엄마가 도망갔지.

   
지난 2010년 일본 NTV에서 방영된 드라마 ‘마더’.
모친의 부재에 대한 해석을 아이 탓으로 돌리는 게 가장 손쉬웠으리라. 여덟 살은 죄책감을 가지기도 간단한 나이라, 나는 두들겨 맞고 염산을 얼굴에 뿌리겠다고 협박당하다 탈출한 엄마의 실종을 내 탓으로 여겼다.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기며 삼십년을 더 살고 나서, 나는 나처럼 버려지지도 못한 애인을 만났다. 버리는 대신 매일 모욕과 매질을 견디던 그가 왜 집에서 탈출하고 나서도 괴로워하는지 지켜보다 몇 년 만에야 그의 발목에 묶인 쇠사슬을 볼 수 있었다. 버려진 아이, 차라리 버려지는 게 나았던 아이, 우리는 서로의 발목에 달린 쇳덩이를 껴안았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고통이 있는 거라는 깨달음과 함께, 눈에서, 비늘이 떨어졌다.

원작의 ‘마더’는 결국 모두의 삶을 들여다본다. 제 엄마에게서 사랑받지 못했던 친모, 작고 연한 것을 학대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남자, 그 작은 것을 데리고 도망치는 차가운 여자, 그 여자가 딱 한 번 저질렀던 유괴, 유괴가 납득이 되다니 말이다. 마침내 내가 영원히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아버지와, 그의 불우한 삶과, 나와 내 어머니에게 휘두른 폭력을 이해할 수 있게 되다니 말이다.

한국판의 교사는 학대받다 버려지고 입양된 아이였고, 누구에게도 애착을 가지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투사한 아이를 구출했다. 4회째, 경찰은 여전히 그녀를 뒤쫓고 있고, 그녀와 아이는 도망치고 있고, 나는 유기견들을 키우고 있고, 아버지는 내가 쓴 글은 죄다 스크랩해서 블로그에 올리고 있다.

   
나는 결말을 알고 있다. 원작에서 보았고, 나같이 사슬 달린 어른들이 결국 어떻게 되는지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도망치지 않고 한국판의 결말을 지켜볼 것이다. 더 이상 울지 않고서…하지만 결국 오열하게 되겠지. 눈가가 쓰리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티슈를 사두어야겠다.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다

‘目から鱗が落ちる’ 라는 일본 관용어구. 무언가 계기가 되어 각성하게 된다거나 잘못을 깨달아 갈피를 못 잡던 마음에 눈을 뜨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작가·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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