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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인간’ 처칠이 ‘영웅’이 되기까지

영화 ‘다키스트 아워(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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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2-01 19:19:3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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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스턴 처칠(1874~1965)은 실로 특이한 인물이다. 갈리폴리 전투를 포함한 생애 전반기의 경력은 치명적인 실패의 연속이었고, 당을 여러 번 옮긴 철새의 이미지로 정치적 입지는 취약했으며, 그런데도 종종 불도그에 비유될 만한 옹고집으로 고립을 자처하곤 했다. 이런 인물이 어떻게 영국의 모든 국민을 단결시키고, 2차 세계대전이라는 ‘암담한(darkest)’ 역사를 맞아 연합군의 승리를 이끌 수 있었는가? 조 라이트 감독의 ‘다키스트 아워(2017)’는 역사의 묘한 아이러니에 관한 에피소드이다. 영화는 외교적 실패에 따른 체임벌린 내각의 사퇴 이후 새로 전시 내각을 구성한 처칠이 다이나모 작전(영화 ‘덩케르크(2017)’에서 다룬 연합군의 철수작전)을 실행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다룬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의 한 장면.
‘다키스트 아워’에서 처칠을 등장시키는 방식은 의미심장하다. 내각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의 함성이 가득한 중요한 순간에 카메라는 비워진 처칠의 자리로 시선을 옮긴다. 한동안 처칠의 부재를 보여주던 영화는 본격적으로 그를 등장시키는 순간, 방 안에 틀어박혀 자기 일에 골몰하는 괴짜처럼 묘사한다. 감독은 영화 속 처칠의 정체성을 괴팍한 외톨이로 규정한다. 좀처럼 남들과 섞이지 못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온갖 짜증을 부리는 성질 고약한 사나이. 이 영화의 성공은 처칠이란 역사적 인물을 사람들이 본받아야 할 위대한 귀감이 아니라, 온갖 성격적 결함을 지닌 한 인간으로 그려낸 전략에 있다.

이건 처칠의 평가를 깎아내리는 묘사가 아니다. ‘다키스트 아워’는 특이한 기질을 지닌 인물이 특수한 상황에 부닥쳐서 어떻게 자신의 참모습을 발휘하는가, 그리고 한 외톨이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세상과 소통하며, 고립으로부터 빠져나와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독일과의 타협을 외치는 반대파가 기승을 부리는 회의장, 루스벨트와 통화해 미국의 지원을 타진하는 개인 화장실 등 영화는 처칠을 시종일관 화면의 중심에 배치해 그가 정치적으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에 놓여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립과 배제의 프레임은 심적 고통에 시달리던 처칠이 지하철에 올라 일반 시민들을 만나는 순간 완전히 반대의 의미로, 그리고 감동적으로 역전된다. 시민들의 목소리 한가운데 둘러싸인 처칠은 더는 외롭지 않으며, 항전(抗戰)의 신념과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영화의 심장은 단연 게리 올드만이다. ‘레옹(1994)’과 ‘드라큘라(1992)’ 등에서 보인 강렬한 연기로 악역의 인상을 각인시킨 그는 ‘배트맨 비긴즈(2005)’의 선역 제임스 고든,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의 냉기 어린 스파이 조지 스마일리에 이어 ‘다키스트 아워’에서는 자신의 흔적을 지워버린 채 오롯이 처칠인 것처럼 변신하는 놀라운 연기를 해낸다. 배우들은 종종 성공한 경력을 스테레오 타입 삼아 다른 영화의 배역에서도 이전에 한 바를 답습해 연기에 임하고픈 유혹에 빠진다, 그런 면에서 게리 올드먼의 연기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물 주전자의 쓰임은 물을 따를 수 있는 공(空)에 있는 것(중략) 자기 자신을 무(無)로 하고 사람을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는 여하한 상황에서도 이기는 자가 될 것이다.’(오카쿠라 텐신 ‘다론’)라는 말만큼 게리 올드만의 연기 성취를 설명하기에 적합한 말은 없을 것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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