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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23> 금화 만신 공연, 새해 그리고 국립부산국악원 10주년

신명 나는 굿판, 국악원 갈 길 알려주더라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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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1-29 18:57:5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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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첫 대형기획 굿 시리즈
- 나라만신 김금화 선생 무대 등
- 객석 가득 메운 관객들도 출렁
- 지역 역사와 함께하는 춤과 노래
- 지역민과 친숙한 예술공간 기대

국립부산국악원(원장 서인화)이 새해 첫 기획으로 ‘새해맞이 굿 시리즈-굿! GOOD!이로구나!’를 마련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참신한(!) 기획에 감탄하면서 별렀다. ‘이 공연들은 꼭 보러 가야지!’ 우리 전통 굿은 춤·소리·가락 등 우리 전통예술의 원형을 간직한 원천으로 평가된다. 해원상생(맺힌 한을 풀고 서로 어우러져 새로 잘 살아감)과 신명으로 대표되는 한민족의 심성 세계를 고스란하게 품고 오랜 세월 이어져온 전통 예술의 한 부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굿에 가면, 액을 쫓고 복을 빌어준다. 새해를 시작하는 공연 관람으로는 마침맞다.
   
지난 27일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제82-2호 서해안배연신굿이 흥겹게 펼쳐지고 있다. 국립부산국악원 제공
이런 특징을 반영하듯, 이번 공연에 초청됐던 지난 6일의 동해안별신굿(국가무형문화재 제82-1호), 지난 13일의 남해안별신굿(국가무형문화재 제82-4호), 지난 20일의 진도씻김굿(국가무형문화재 제72회), 지난 27일의 서해안배연신굿(국가무형문화재 제82-2호)은 모조리 국가무형문화재이다.

   
김금화 서해안배연신굿 예능보유자.
그러나 일 많고 분주한 새해 벽두의 시간표와 몸 상태와 숱한 핑계거리는 굿 보러 가는 길을 좀체 허락하지 않아 1, 2, 3회 공연을 모두 놓치고 겨우 지난 27일 서해안배연신굿과 대동굿을 챙겨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날 앞의 1, 2, 3회 공연을 못 본 것을 진심으로 후회했다. 객석을 꽉 채운 관객들은 출렁였고, 기뻐했다. 특히 공연 막바지에 이수자인 김혜경 만신이 날카로운 작두 위에 올라서서 새해 부산의 안녕과 발전을 빌고, 부산 시민에게 많은 복이 깃들기를 기원할 때 객석의 흥은 높이 솟구쳤다.

이날 서해안배연신굿은 올해 87세로, 열일곱 살에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되어 올해로 굿을 주관한 지 70년이 된 ‘나라 만신’김금화 선생(국가무형문화재 제82-2호 예능보유자)이 몸소 국립부산국악원 예지당 무대에 올라 주관했다. 2014년 개봉한 영화 ‘만신’(감독 박찬경·다큐멘터리+드라마)의 실제 인물이며, 평생 액은 멀리 가게 하고, 억울한 원혼을 달래고, 신명과 해원상생 기운을 불러들여 ‘나라 만신’으로 공인된 그를 무대에서 보는 것으로도 이날 공연은 멋진 체험이었다.

복을 듬뿍 자꾸 안겨준 서해안배연신굿이 막바지로 가는 광경을 보면서, 올해가 국립부산국악원 개원 10주년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한국 전통예술을 대표하는 국립국악원은 한국전쟁 때인 1951년 부산에서 출범했다. 그리고 주한미군 군사시설이 오랜 세월 있었던 부산 부산진구 연지동 지금 자리에 2008년 국립부산국악원이 개원했다. 이로써 국립국악원(서울)-국립부산국악원-국립민속국악원(남원)-국립남도국악원(진도) 체제가 갖춰졌다. 국립부산국악원은 개원한 뒤로 나태하지 않게, 부지런히, 열심히 자기 역할을 하고자 애썼다. 정악(궁중음악 중심의 우리 음악)과 정재(궁중춤)는 물론 영남권 민속예술 등 다양한 지역 전통춤·음악을 공연·보존·계승·창작하는 하나의 구심체를 지향했다.

그런 국립부산국악원이 새해 첫 무대를 전통예술의 원형을 간직한 굿 공연으로 시작한 것은 어떤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정악·정재 등 궁중에서 비롯된 예술을 보전하는 것이 국립국악원의 기본 기능이라 인정한다 해도, ‘국립부산국악원’은 영남권과 부산 경남의 지역성과 밀접하게 결합하는, 민중과 백성의 춤과 노래에 좀 더 집중해줬으면 하는 기대감이다. 이날 공연 뒤, 부산의 민족미학연구소가 출연진을 모시고 마련한 조촐한 뒤풀이에서 미학자이자 춤 평론가이며 전통공연예술 권위자인 채희완 소장이 “국립부산국악원은 지역성을 간직한 민중의 예술을 살리고 활성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을 반영했다.

   
국립부산국악원은 개원 10주년을 맞아 ‘지역의 역사와 함께하는 부산·영남 특성화 사업 확대’ ‘청소년 국악교육을 위한 교육체험관 건립 추진’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올해 마련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의 예술적 정체성을 더 잘 가꾸고, 지역성을 살리고, 지역민과 더 가까워지는 친근한 예술공간이 되기 바란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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