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균 연령 70세 ‘할배 4인방’
- 버킷리스트 실천하는 스토리
- 지난해 여름 합숙하며 촬영
- “건강하게 오래 활동하고 싶다”

평균연령 77세, 연기경력 207년의 베테랑 배우들 네 명이 모였다. 한국영화에서 흔치 않게 할아버지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 ‘비밥바룰라’(개봉 24일)에서 신구, 박인환, 임현식, 윤덕용 등 이른바 ‘시니어벤져스’ 4인방이 호흡을 맞춘 것이다.

	영화 ‘비밥바룰라’에서 각자 꿈꿔왔던 버킷리스트를 실천하는 네 명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윤덕용, 박인환, 신구, 임현식. 영화사 김치 제공

평균 연령 70세의 평생지기인 네 친구들이 각자 꿈꿔왔던 버킷리스트를 실천한다는 내용을 담은 ‘비밥바룰라’는 인생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네 배우의 실제 같은 연기에 힘입어 시종 따뜻함을 준다.

각자의 바쁜 스케줄에도 영화 홍보를 위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 모인 네 배우는 “우리 영화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70세가 넘는 배우들이 주연을 맡는 영화들이 제작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 속에서 네 명의 친구 중 리더 격인 영환 역을 맡은 박인환은 “얼마 전 집사람과 같이 ‘범죄도시’를 봤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 도끼로 팔을 자르고, 싸우는 장면이 계속되더라. ‘저런 자극적인 영화만 손님이 즐겨서 보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같은 나이든 노년 세대들이 많은데 그 분들이 아들딸, 손자들의 손을 잡고 같이 극장을 찾아 가족에 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영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후배 제작자 및 감독들에게 부탁의 말도 덧붙였다.

영화에서 막내이자 ‘비밥바룰라 쉬즈 마이 베이비’를 흥얼거리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현식 역을 맡은 임현식은 “할아버지 네 명이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내용이 재미있고, 실버영화의 가능성은 보여준 것 같아서 참 좋다. 2, 3편이 계속 만들어지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우리가 20년 전 일을 회상하며 벌어지는 일도 연기할 수 있다”며 “50대 역할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여 모두를 웃음을 짓게 했다.

‘비밥바룰라’는 지난해 여름 경북 영양에서 한 달 가량 합숙 촬영이 진행된 터라 네 배우는 촬영을 마치며 숙소 앞 시장 장터 통닭집에 모여 술 한 잔과 함께 하루의 일과를 마쳤다. 치매 걸린 아내를 뒷바라지하는 택시운전사 순호 역의 신구는 “요즘 친구들과 모여서 술 마시기가 힘들어졌다. 집에 있겠다고 하고, 운전한다고 하면서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혼술하는 버릇이 생겼는데, 이번 영화를 하면서 함께 모여서 술 한 잔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술 이야기에 이어 자연스럽게 건강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졌다. 젊은 시절 가족의 곁을 떠났다가 영환의 노력으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덕기 역의 윤덕용은 “젊어서는 남이 좋은 배역을 하면 질투와 시기를 하기도 했는데, 이제와 보면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건강에 제일 좋은 것 같다. 욕심을 버리니까 건강관리가 자연스럽게 되는 것 같다”는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러자 신구는 “늘 이야기하지만 우리 직업은 누가 대신 해줄 수 없다. 그래서 더욱 건강을 잘 챙겨야 한다”며 모두 건강하게 오래도록 카메라 앞에서, 무대에서 활동하길 바랐다. 모든 배우들의 롤모델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비밥바룰라’가 많은 관객들과 만나서 이후 2편이 제작돼 네 배우가 켜켜이 쌓아온 연기의 맛과 주름의 깊이를 한 편의 영화에서 다시 한번 느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