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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미의 연극마실 <2> 부산 연극의 힘을 보다- 뮤지컬 ‘우리 동네’

지역 예술인 20인의 분투, 부산발 뮤지컬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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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1-23 18:55:30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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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캔들 휘말린 스타 셰프가
- 고향 산복도로서 겪는 이야기
- 진부한 드라마 약점이지만…

- 김지용 감독 치밀한 연출과
- 장면마다 어우러지는 노래 20곡
- 기능·표현 훌륭한 배우들까지
- 척박한 제작환경서 노력 돋보여

2018년 첫 글은 ‘부산 연극의 빈자리’(지난 10일 본지 24면)에서 시작했다. 바꿔 생각하면, 부산 연극은 없는 게 많아 할 것도 많다. 없는 게 분명하니 할 일도 명확하다. 어쩌면 운이 좋은 것일 수 있다. 그러니 이제 부산 연극의 빈자리를 채우고자 분투하는 부산 연극예술인의 작업에 대해 말해야겠다.
   
지난 17~20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공연된 뮤지컬 ‘우리 동네’(연출 김지용)의 한 장면.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뮤지컬 ‘우리 동네’가 공연됐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스타 못잖은 유명 셰프 이동찬이 스캔들에 연루돼 정처 없이 떠돌다 부산의 산복도로로 은신한다. 그곳은 사실 그가 태어나고 유년을 보낸 곳이다. 어린 시절은 불행했다. 어머니는 어린 동찬을 두고 달아났고 아버지는 그를 따뜻하게 돌보지 못했다. 그는 일찌감치 아버지와 단절됐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했다. 그러다 돌아오게 된 고향에서 그는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진실을 알게 되고 결국 아버지를 용서한다. 어머니와도 운 좋게 재회한다. 극은 동찬이 자신을 둘러싼 아픔과 가짜에서 벗어나면서 안전해지는 것으로 끝난다.

드라마는 진부하다. 그럼에도 1시간 40분 공연이 관객을 붙들 수 있었던 큰 요인은 영상과 음악 그리고 배우다. 프롤로그는 영상으로 시작한다. 공연 내내 영상은 많은 역할을 한다. 정보 제공, 배경, 때론 하나의 장면으로 꾸준히 무대에 개입한다. 영상 속 인물과 무대의 배우가 소통하는 장면은 인상 깊다. 영상이 연극에 들어와 현실의 배우와 호흡하려면 연출의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김지용 연출의 철저함이 여기서 드러난다.

뮤지컬 ‘우리 동네’ 속 노래는 무려 20곡이다. 복잡하지 않은 멜로디가 여러 형태로 변주된 테마음악은 관객을 자연스럽게 음악에 빠져들게 한다. 배우가 부르는 솔로곡은 담백하게 인물 정서 표현을 돕는다. 말의 힘으로 부족할 땐 노래로 대화한다. 작곡가 전현미는 노래 몇 곡 삽입하고 뮤지컬을 표방하는 가짜가 아닌, 전면적으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완성하는 음악의 역할을 보여준다.
   
배우 이혁우(왼쪽), 배우 엄준필
음악을 소화해 연극적 환상을 가능케 한 배우의 공 또한 크다. 배우 이혁우와 엄준필의 노래는 훌륭하다. 기능이나 표현에서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와 견줄 만하다. 소중한 부산의 배우들이다.

아쉬운 것은 드라마의 취약함이다. 내러티브의 진부함이 가장 큰 약점이다. 드라마가 약하니 음악에 기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소재에도 한계가 있다. 부산이라는 지역만 차용했을 뿐 부산 혹은 부산 사람의 정체성은 보이지 않는다. 지역예술콘텐츠로 개발하기엔 좀 더 성찰이 필요하다.

뮤지컬 ‘우리 동네’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큰 자본이 투입되기 어려운 지역에서 뮤지컬을 제작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대본 구성과 장면에 알맞은 적확한 노래가 준비돼야 하고, 형상화를 위한 드라마 연습과 노래와 춤 연습 등 준비할 것이 많다. 당연히 준비 기간이 길어지고 필요한 인력과 경비도 많다. 한마디로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규모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은 순수 제작비만 최소 억대 비용이 들어간다. 홍보나 기획 비용을 더하면 대형자본 없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부산에서 그 정도 제작비 확보는 어렵다. 이쯤 되면 정확한 액수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부산에서 제작된 뮤지컬의 순수예산이 턱없이 적다는 것을 독자들은 눈치챌 것이다.

   
돈과 시간이 있다 해서 작품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작품을 완성할 인력이 있어야 한다. 연출과 배우는 물론 음악, 무대미술, 조명, 영상 등을 만들 힘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가능했기에 뮤지컬 ‘우리 동네’가 관객에게 올 수 있었다. 이것은 부산 예술인의 힘이다. 그들의 수고에 대한 답례로 참여한 이들의 이름을 올린다. 작사·연출 김지용, 각색 김동현, 작곡·음악감독 전현미, 안무 홍충민, 무대 황지선, 조명 이헌무, 영상디자인 이현우, 촬영 이병길, 조연출 박준서, 의상 박선희, 출연 이혁우 엄준필 오희경 최현아 김아람 이영준 이재찬 이태성 차승현 최지혜.

연극인·연극비평지 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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