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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의 TV…태래비 <2> 궁금한이야기 Y의 스토리텔링

카메라는 끈질기게 묻는다, 모든 사건에는 이유가 있으니까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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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1-23 18:53:37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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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서사를 정해 화면을 얹는
- 여타 획일적 프로그램과 달리
- ‘왜?’라는 질문으로 진실 파헤쳐
- 개인 너머의 사회적 문제 조명
- 7년째 방송중인 ‘Y’의 존재이유

393회. sbs ‘궁금한 이야기 Y’(이하 Y)는 7년째 방송 중이다. 한 회차에 두세 개 실제 에피소드를 내보내는 이 프로그램은 ‘세상에 이런 일이’와 비슷하지만 좀 더 진중하다. 에피소드마다 스토리텔러가 등장해 인서트로 이야기 전반을 이끌고, 화면은 실제로 취재하고 촬영한 영상을 편집해 내보낸다. 일반적인 나래이션을 넘어서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를 등장시켰다는 것도 새로웠지만, 까다로운 안목으로 매회 소재를 신선하게 발굴하는 것 이상의 것이 있었다. 바로 ‘서사’이다.
   
SBS 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
인간 행위와 관련되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언어적 재현 양식, 서사에 대한 분명한 관점을 튼튼히 세워두고 제작진은 날것으로 촬영된 장면을 재구성한다. Y를 만나기 전의 나는 이런 프로그램의 획일적 서사에 질릴 대로 질린 참이었다. 사이가 나쁜 가족은 감동의 화해를 하겠지만, 그 이후는? 장애를 입은 사람이 꼭 뭔가 극복해내야 좋은 것인가? 유기견은 구조보다 안정적 입양이 더 어렵기 마련인데, 구조만 하면 단가? Y는 달랐다. 이 프로의 원래 이름은 ‘큐브’였다. 사건을 한 면이 아니라 아래위로 좌로 우로 또는 뒤로, 다양한 관점에서 보자는 의도가 담긴 제목이었다.

왜 제목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라는 질문을 계속 더하는 취재 방식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제작진의 철학에 공감하게 된다. ‘왜’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거짓을 벗겨내면, 면도날은 진실에 가까워지는 법이다.

관공서에 매일 찾아가 두세 시간씩 고래고래 욕설을 하다 마침내 직원들에게 삭힌 인분을 퍼부은 할머니는 괄괄한 성미 덕분에 가족이 다 떠난 상태였다. 그 이전에 할머니는 자신이 선거운동을 한 국회의원이 선거에서 떨어지자 투표함을 뜯고 기표용지 세 장을 씹어 삼키고 구속 된 적이 있었다. 그 이전에 할머니는 그 국회의원 캠프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일해 그를 2번이나 당선시킨 적이 있었다. 그 이전에 할머니는 행복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했고, 그 이전에 할머니는 어려서부터 서러운 식모살이를 했고, 그 이전에 할머니는 학교 문턱에도 가지 못한 어느 가난한 집 딸이었다.

기표용지를 삼키고 감옥에 다녀온 그녀를 선거캠프는 버렸다. 의원은 재선거로 당선됐지만, 그녀의 희생은 인정받지 못했다. 울화를 잠자코 들어주는 곳이 관공서뿐이라 그녀는 독기를 또 다른 약자들에게 흩뿌리고 말았다. 프랑스어로 서투른 판소리를 하는 별난 여자도 있었다. 그녀는 매일 산에 올라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로 심청가를 불렀다. 그녀는 한국말에 서툴렀고, 그 이전엔 해외 입양아였다. 그 이전엔 점성술사가 그녀에게 한국으로 가라 했다.
그 이전에 그녀는 사랑하는 짝을 만나 내 가족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이전에 양부모한테서 차별과 심리적 학대를 받았다. 양부모는 입양아 둘을 키우며 서로 경쟁하게 했다. 양부모의 친자식이 태어나면서 그녀는 지독한 소외를 맛보았다. 그 이전에 아직도 계속되는 입양아 수출이 있었고, 그 이전에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사회가 있었다. 그녀는 판소리를 하며 자신에게도 ‘한’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했다. 서양식으로 시니컬해지는 대신 내면으로 파고드는 그녀에게 카메라는 끈질기게 ‘왜’라고 물었다.

   
나 역시 Y의 스토리텔링에 멱살을 붙잡혀 끌려든다. 모든 사건에는 이유가 있다. 왜? 그 사건은 왜? 물어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인 사회니, 이 물음은 좀체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작가·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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