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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2> 영화 ‘파란입이 달린 얼굴’ 김수정 감독을 만나다

여성·장애인·종교인… 편견없이 타인을 이해하는 고통스러운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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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1-16 18: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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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신진여성감독의 ‘문제작’이자
- 부산 배급사 씨네소파 두번째 작품
- 자본주의 속 한 가족의 몰락기 그려
- 힘겨운 이야기에 기꺼이 공감해주길

영화 ‘파란입이 달린 얼굴’의 전국 동시 개봉을 앞두고 관객을 만날 준비에 여념이 없는 김수정 감독은 나를 영화배우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 말을 못 믿겠다면 할 수 없지만, 19회 부산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3명의 신진 여성 감독이 참여한 ‘부산옴니버스프로젝트’의 ‘바다’를 주제로 한 단편 3편 중 김수정 감독이 연출한 ‘해변의 캐리어’에서 나는 ‘신들린 열연’을 펼친 적이 있다.
   
18일 부산 남구 대연동 국도예술관에서 개봉하는 영화 ‘파란입이 달린 얼굴’의 한 장면. 씨네소파 제공
내가 맡은 역은 취객이었다. 배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본의 아니게 취객의 삶을 질기게 이어가야만 했다. 그게 다 김수정 감독 때문이다. 생애 첫 개봉을 앞둔 김수정 감독은 이미 성노동자 들이 회사원처럼 출근하는 상황을 페이크 다큐(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허구 상황을 실제처럼 찍은 영화)로 만든 ‘이매진’과 이주노동자 여성과 한국 남성이 서로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그린 ‘달을 쏘다’ 그리고 단편 ‘해변의 캐리어’를 최근 장편으로 재편집을 마쳤다고 하니, 벌써 범상치 않은 4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해버린 중견 감독 못지않은 이력을 가진 무시무시한 신진 감독이다.

   
이 영화를 만든 김수정 감독.
‘파란입이 달린 얼굴’이란 생경한 제목은 시나리오를 끝낸 후 회화적으로 떠오른 주인공 서영의 모습이었다. 2015년에 완성한 ‘파란입이 달린 얼굴’은 서울 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과 장애인영화제 대상. 양성평등상 신진여성문화인상을 수상하며 개봉 전부터 2018년 최고의 문제작이란 입소문을 타고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모으고 있는 중이다.

자본주의 사회 속 한 가족의 몰락기를 그린 ‘파란입이 달린 얼굴’은 무표정한 여자 서영과 그녀의 장애인 오빠, 스님 세 인물에 집중한다. 김수정 감독은 어느 순간 자신의 삶에서 무표정한 여성과 장애인, 종교인에 대한 편견을 발견했고, 그들을 다층적으로 이해하고 싶었다고 했다. 최근 서울 시사회에선 극단적으로 치닫는 상황들이 몹시 힘들었다고 하소연하는 관객도 있었다고 한다. 상영 전 심호흡이 필요할 것 같은 묵직하고 다소 불편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그 또한 두 번은 못 하겠다고 느낄 만큼 힘들었다.

한편, 의도적으로 관객을 괴롭히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자신과 남들을 굳이 괴롭혀가며 힘겹게 영화를 완성한 목적은 나와 결코 다르지 않은, 그저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파란입이 달린 얼굴’은 부산 지역 최초의, 유일한 지역 영화 배급사인 씨네소파가 야심 차게 준비한 두 번째 배급작품이다. 씨네소파의 첫 배급 작품인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김영조 감독의 제안으로 이 영화는 배급이 성사되었다.
희망 관객 숫자는 천만 관객 시대에 소박하게도 2만 명이다. 그 또한 무모한 희망 사항이다. 허나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이란, 슈퍼히어로들이 마구 건물을 부수며 지구를 지키거나, 7개의 지옥을 거치는 것 못지않게 힘겹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이 글이 게재되는 바로 다음 날, 1월 18일 오후 7시40분. 부산 남구 대연동 국도예술관에서 처음으로 부산 관객을 만나는 시사회가 열린다. 전국 18개 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나는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고 선택받은 2만 명의 관객 중 하나가 될 것임을 다짐하며, 망설이지 말고 동참하길 요청한다. 흔한 천만 관객과 일당백 2만 관객 중 한 명이 되는 것 중 어느 것이 힙한 길인지는 뻔하지 않은가.

작가·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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