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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청춘 3인방의 좌충우돌 세계 농업 탐방 /박진명

파밍보이즈!- 유지황 지음 /남해의 봄날 /1만6000원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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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1-12 18:55:12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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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대생·경영학도·청년농부 트리오
- 12개국 35개 농장방문 2년의 기록
- 농업·생태·공동체에 대한 고민도

서른아홉 살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대학 졸업 후 나의 청년기는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학원강사를 시작으로 ‘공복방지위원회’라는 타이틀을 건 과일 장사, 정체불명의 문화공간 운영, 살던 동네에 구의원 출마 등을 거쳐 지금은 문화 관련 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다. 이렇다 할 스펙 없는, 시를 좋아했던 청년으로서 지역에서 역할을 탐색하고 찾기 위한 10년의 시간을 요약하면, 체계적인 안내도 응원도 없이 좌충우돌하면서 한 뼘도 안 되는 스스로의 자리와 동료를 만들어온 과정이었다.
   
‘파밍보이즈!’는 세 명의 청년이 약 2년 동안 12개 나라 35개 농장을 찾아다닌 여행의 기록이다. 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공대생과 아직 무엇을 할지 찾지 못한 경영학도는 ‘세계의 농장 탐방’과 ‘자아 찾기’라는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여행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두 사람은 ‘이왕이면 농장에서 일하고, 최저시급 이하 일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6개월 동안 헬스장이나 마트 청소 등 닥치는 대로 일해 여행자금 1500만 원을 모았다. 여기에 부모님과 함께 경남 산청에서 농사를 짓고 있으며 마을의 이장이 되는 것이 꿈인 청년이 더해져 세계의 다양한 농장과 농업학교를 찾아다니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세 사람은 농장 일을 도와주고 숙식을 제공받으면서 배우는 우프(WWOOF)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각지 다양한 농장을 경험하고 특징과 철학을 배웠다. 297만㎡( 90만 평) 대부분 마을의 공유지이자, 모든 물을 마을 내에서 자급자족하고자 하루에 설거지는 한 번 하고 대변을 볼 때만 물을 내리는 방식으로 물을 아끼는 호주의 크리스탈 워터스. 폐식용유를 활용해 운행하는 바이오 버스와 태양전지 패널 등을 만드는 녹색 지도자를 양성하는 인도네시아 ‘그린스쿨’. 거리의 청소년들에게 농업과 철학을 가르치는 ‘더러닝팜’. 농업과 더불어 생태와 공동체에 대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는 동남아시아 곳곳도 돌아봤다.

   
여행 과정에서 건강 문제, 멤버 간 갈등으로 한 차례 흩어졌던 세 사람은 다시 모여 2차 여행을 시작한다. 그렇게 찾아간 유럽에서는 정부의 척박한 땅을 청년들이 무단 점거해 농사를 짓는 이탈리아, 농사지을 토지를 보호하고 농지 투기를 제한하는 시민의 움직임이 있는 프랑스, 회원제 펀딩을 통해 생산과 공급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벨기에의 농장들, 농가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화훼 경매를 시작한 것이 현재 5000여 농가와 3000명 넘는 연구진이 모인 협동조합으로 발전한 네덜란드 등 농업 현장을 경험했다.

이 책은 우리 미래를 향한 여행의 기록이다. 농업이 미래라고도 하고 청년도 미래라고 한다. 여행기 형식으로 잘 읽히고 재미있는 이 책은 세계 농업 일주라는 뚜렷한 주제에 대한 약식 보고서로 우리의 농업환경과 정책의 현실, 생태와 공동체를 돌아보고 상상하는 데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새로운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 청년의 갈증을 해결하거나 인재를 길러내는 데 재주가 메주인 시스템 속에서도 스스로 세계를 향해 문을 두드려 성장 발판을 만들고 동료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감동과 응원을 동반한다.

   
더 이상 청년의 성장을 스스로의 좌충우돌에만 맡겨두는 사회는 아니었으면, 그리고 이렇게라도 열어젖히고 나온 청년들을 수용하고 기회를 주는 재주마저 메주인 사회는 더더욱 아니기를 희망한다.

기획자·청년정책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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