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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1> 포항·영덕의 밥식해

동해바다로 버무린 새콤달콤 감칠맛… 김치처럼 밥상에 올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1-11 19:05:0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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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마다 오래도록 그 지방을 대표해온 음식이 있다. 그 음식은 그 고장의 역사·문화·지정학적 특성을 품고 있다. 이런 음식을 근래에는 그 지역의 정체성을 아우른다는 뜻에서 ‘소울푸드’라 한다. 소울푸드는 특정한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발현한 음식으로, 그 고장에서 나는 식재료를 그들 방식으로 조리해 먹되, 지역민 모두 즐거이 상식(常食)하는 음식으로 정의된다. 부산의 돼지국밥, 밀면 등이 좋은 예가 되겠다. 음식문화 칼럼니스트 최원준(문화공간 수이재 대표) 시인이 전국 각 지역을 직접 찾아가 그 고장 소울푸드를 소개하는 글을 격주로 연재한다.


- 물가자미 횟대 오징어 등 근해서 흔히 잡힌 생선
- 소금·엿질금 넣고 1차 숙성, 고두밥 섞어 3~5일 2차 발효
- 쫄깃한 식감 시원한 맛 완성

- 토박이들에겐 추억의 반찬
- 죽도시장서 여러 종류 판매

‘식해(食醢)’는 소금이 부족한 지역에서 쌀이나 좁쌀 등 곡물로 생선을 발효시켜 오래도록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음식이다. 농경 중심의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발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서기 2세기께부터 즐겨 먹었다고 전해지며, 일본 스시의 원조인 ‘나레즈시(なれずし)’ 또한 식해로 분류된다.
   
‘포항의 부엌’으로 통하는 포항 죽도시장의 반찬골목. 식해와 젓갈을 파는 가게가 몰려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6세기 말께 ‘주방문(酒方文)’ 등 문헌에 식해가 기록돼 있으나, 더 오래전부터 즐겨 먹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식해는 주로 함경도, 강원도, 경북 등 동해 지역에서 널리 발달한 음식이다. 소금 생산이 많은 서해 지역이 생선을 소금으로 절여 염장 발효한 ‘젓갈문화권’이라면, 상대적으로 소금이 귀한 동해에서는 쌀이나 기장, 조 등 곡물로 유산 발효시킨 ‘식해문화권’으로 구분해 볼 수 있겠다.
경북 포항, 영덕지역에서는 지역민의 겨울 밥상에 김치처럼 자연스레 오르는 전통음식으로, 제례에 진설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지던 음식이 식해다. 근해에서 풍부하게 잡히는 어종을 중심으로 식해를 담는데, 물가자미, 횟대, 오징어 등이 대표적이며 연안에 넘쳐나던 꽁치, 청어, 전갱이, 멸치 또한 활용되었다.

■제사, 잔치에 빠지지 않던 음식

   
이곳에서 파는 가자미 밥식해.
이번 취재 길에서 만난 포항 HCN방송 장효수 기자는 “나는 포항 구룡포 토박이라 어릴 적부터 밥식해를 늘 먹고 자랐다. 포항, 영덕 사람들은 밥식해로 명절, 제사, 잔치 등을 치르고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 밥상에 올렸다”고 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계절 따라 다양한 생선 밥식해가 늘 밥상 한 곳을 지켰는데, 흰 살 생선이나 붉은 살 생선이나 별다르게 가리지 않고 밥식해를 담았다. 흰 살 생선은 깔끔하고 붉은 살 생선은 진한 맛이 특징으로, 얼마 전까지 집에서 아지(전갱이새끼) 밥식해를 해 먹었단다. 근해에서 풍부하게 어획되는 생선은 거의가 밥식해 식재료로 쓰인다는 말이다.

포항 전통음식 연구가인 백서영 발효음식창업연구소 이사장은 포항, 영덕 밥식해의 특징을 “밥식해의 이중발효”라고 이야기한다. “생선을 잘게 썰어 물기를 제거한 다음 소금과 밀가루나 엿질금을 넣고 하루 정도 일차 발효시킨 뒤, 고두밥과 절인 무, 고춧가루 등과 잘 섞어 엿질금과 마늘, 생강, 설탕 등속과 버무려 이차로 발효시키는 것이죠.” 이렇게 버무린 밥식해를 항아리에 담고 3~5일 숙성시키면 새콤달콤 밥식해가 완성되는데, 이를 반찬이나 안주로 먹는다.

‘포항의 부엌’으로 불리는 ‘죽도시장’에는 젓갈과 식해를 파는 가게 10여 집이 골목을 이루고 있는데, 바로 ‘죽도시장 반찬골목’이다. 밥식해를 파는 곳을 찾아보니 몇몇 집이 ‘가자미 밥식해’와 ‘횟대 밥식해’를 판다. 요즘 오징어가 귀해서인지 ‘오징어 밥식해’는 파는 곳이 없었다. 가자미 밥식해를 11년 째 만들어 팔고 있는 대왕젓갈 임민자 씨는 “밥식해 하면 가자미 밥식해지요. 동해 어디라도 가자미 안 나는 곳이 없잖아요. 비리지도 않으면서 부드럽고 맛있고. 그래서 사랑받는 거죠”라고 소개했다. 곁에 있던 단골 할머니가 거든다. “가자미는 좁쌀로 식해를 만들어야 쫀득쫀득 맛있어요. 밥으로 만들면 물이 생겨 질척거리고 식감도 나빠져요. 그러면 가자미가 흐물흐물해져 안 돼.”

   
■횟대 밥식해의 인기 비결은

포항, 영덕에서 최고로 치는 밥식해는 단연 횟대 밥식해. ‘햇대기’ ‘홀떼기’라 불리는 ‘대구횟대’로 만든 밥식해가 횟대 밥식해다. ‘대구횟대’는 둑중개과 어류로 길이 20~30㎝ 정도로, 몸은 갈색 원통 모양이고 머리에 가시가 있고 입이 크다. 동해 중부 이북에 분포하며 수심 50-100m 모래와 바위 지역에 서식한다. 연중 잡히지만. 겨울철에 가장 맛이 좋다. 회나 탕으로 먹고 밥식해 재료로도 활용된다. 횟대로 밥식해를 만드는 이유는 근해에서 연중 다량으로 잡히기도 하거니와 살이 많고 탄력이 있으면서 비린내가 적어 맛이 좋기 때문이다. 또한 뼈째 먹을 수 있어 칼슘 섭취에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다른 어종의 밥식해와는 그 품격을 달리한다.

60가지 반찬을 파는 죽도시장 대광상회 최민섭씨는 “포항, 영덕 밥식해는 당연히 ‘햇대기(횟대) 식해’지요. 포항 사람들은 횟대기 식해를 제일 즐겨 먹습니다. 쫄깃쫄깃 씹히는 식감도 좋고 감칠맛과 시원함이 월등하기 때문이지요. 만들어 놓으면 금방 팔립니다”라고 말했다. 횟대기 밥식해는 대구횟대를 고두밥과 버무린 뒤 겨울에는 일주일, 여름에는 이삼일 상온에서 발효시켜 판매한다고.

   
지역민이 워낙 밥식해를 좋아하다 보니 어린이도 밥식해에 거부감이 없다. 그러나 생선 비린내를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생선 대신 오징어 진미채로 어린이용 밥식해를 밥상에 올리기도 한다. 새콤달콤한 식해 맛을 어린이도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 고장 남녀노소 모두 즐겨 먹는 포항, 영덕 소울푸드 밥식해. 특히 ‘햇대기(횟대) 밥식해’는 포항, 영덕의 ‘안성맞춤의 밥식해’라 하겠다.

음식문화 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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