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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넘쳐나는 자칭 전문가에 밀려나는 진짜 전문가 /정광모

전문가와 강적들 - 톰 니콜스 지음/정혜윤 옮김/오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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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1-05 20:11:5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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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작된 지식 인터넷서 여과없이 확산
- 대중의 착각에 전문가 설 자리 줄어
- 양측 신뢰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타락

‘엄마, 인터넷에 다 나오는데 공부를 왜 해야 해?’ 아이 질문에 뭐라고 답할까? 인터넷에 지식이 ‘다’ 나오지는 않는다. 인터넷에는 조각난 정보가 맥락 없이 돌아다닌다. 저자는 인터넷은 도서관과 완전히 다르며 뭐든 던져 놓을 수 있는 거대한 하치장으로 묘사한다. 하치장에 굴러다니는 정보를 꿰맞춰 제대로 된 ‘지식’을 만드는 건 사용자 몫이다.

   
일러스트 이강훈
더구나 구글과 네이버를 비롯한 인터넷 회사는 여러분에게 좋은 지식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가 아니다. 인터넷 회사는 이익을 얻기 위한 사기업에 불과하다. 그들은 광고비를 내면 먼저 검색되도록 조치한다. 인터넷 회사가 제공하는 ‘지식’은 ‘이윤’에 복종하는 하인이다. 그럼에도 검색해서 바로 정보가 뜨는 세상에서 전문가의 힘은 예전만 못하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인터넷 이용자들은 다 함께 접속되어 있다는 사실 덕분에 모두가 똑같이 똑똑하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디지털 무정부주의가 득세해 아는 게 별로 없거나 잘못 알고 있으면서도 ‘나도 너만큼 똑똑해’라고 확신하는 지식 테러리스트가 진지한 전문가와 교양인을 인터넷에서 쓸어버리고 있다.

대중은 전문가를 존중하지 않는다. 대중은 자신의 확신과 정치적 견해가 더 중요하며 인터넷에선 그런 확신을 뒷받침하는 솔깃한 정보가 넘쳐난다. 결과적으로 대중은 무지를 찬양하고 있으며 전문가가 대중이나 엉터리 정보를 주워섬기는 사람에게 틀렸다는 말을 하면 게시판은 분노와 욕설로 금방 도배되고 만다. 이건 미국만이 아니라 한국과 세계가 공유하는 사회현상이 아닐까.

더 심각한 것은 대중이 이런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도리어 오만스럽게 자랑하는 점이다. 대중은 절름발이 정보나 말도 되지 않는 소리도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비난에 상처받은 전문가는 점점 입을 다물게 된다. 저자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반인과 전문가 관계는 신뢰가 바탕에 깔렸다고 말한다. 그 신뢰가 무너지면 전문가와 일반인은 서로 적대적인 파벌이 되며 민주주의 자체가 위태로워지고 타락하게 된다. 오늘 당장 신문과 방송을 열어보라. 사드와 중국 관계, 탈원전, 백신 접종,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 지정, 매달 10만 원 아동수당 지급과 같은 전문가의 해석과 공부가 필요한 수많은 사안이 기다린다. ‘대중-전문가-정치인’으로 이어지는 공론장과 정책 결정 과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 정치와 공화국도 위태로워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그런 위험이 끌어낼 파국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2015년에 미국 여론조사기관이 공화당 지지자들과 민주당 지지자들 모두에게 ‘아그라바 Agrabah’라는 나라를 폭격하는 데 찬성하는지를 물었다. 공화당지지 응답자 중 거의 3분의 1이 폭격을 찬성했고 13%가 반대했다. 민주당 지지자는 19%만이 폭격을 지지했고 36%는 단호히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아그라바’라는 나라는 없다. 1992년에 나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알라딘’에 나오는 허구의 나라 이름이다. 혹시 나라와 지역사회의 많은 문제 결정 과정도 ‘아그라바’ 폭격 여론과 그다지 다르지 않는 건 아닐까. 저자는 대중은 국방과 복지와 교육 사안을 둘러싼 복잡한 내막과 지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아예 아무것도 이해하지 않는 쪽을 택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물론 전문가가 항상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4대강 사업을 지지한 전문가 발언을 한 번 뒤적여 보라. 황당할 따름이다. 다만 전문가는 상대적으로 실수를 할 확률이 적을 뿐이다. 또 선거로 뽑힌 정치 지도자가 전문가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정치인은 무지한 유권자와 언쟁을 벌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중과 전문가 모두 똑같은 1표를 행사한다. 투표자들은 후보가 내세우는 복잡한 정책보다 호감도로 투표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정치인은 올바른 정책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중의 정서와 여론을 유리하게 이끄는 데 전문가를 쓰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렇게 민주주의와 공화국은 죽어가게 된다. 미국 이야기만 아니다. 한국도 그런 공화국이 빠지는 위기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공자가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현대와 한국 사회는 새롭게 ‘앎’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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